(주: 이글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공판 취재 보고입니다.) 어제 (10월22일) 오후 2시 서울지법 403호 법정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에 관한 2심 재판, 속행심리가 열렸습니다. 방 사장은 1심에서 회사 공금 45억원 횡령 등의 혐의가 대부분 인정돼 징역 3년에 벌금 56억원을 선고받은 상탭니다. 제가 재판정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한시55분쯤. 짙은 감색 양복을 입은 방 사장은 이미 도착해 맨 앞줄에 앉아있었고, 방 사장 주위에는 역시 짙은 감색 양복을 입고 조선일보 배지를 단 중년 신사 10여명이 앉아있었습니다. 방 사장은 오랜 재판으로 지친 탓인지 조금 수척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자는 한두명? 대부분 조선일보 기자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방 사장측 변호사는 모두 5명, 공판 검사는 윤찬석이었습니다. 간단한 인정신문 이후, 한시간이 넘는 재판부의 심리가 계속됐는데요. 방 사장은 <조선일보> 사장 답지 않게 시종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기도 하고 간단한 질문도 옆자리의 전무에게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날 심리의 쟁점은 방 사장이 조성해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비자금, 이른바 '부외자금'의 조성과 사용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방 사장은 시종일관 자신은 그 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 모르며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되냐고 반문하는 식으로 심리가 이어졌죠. 두번재 쟁점은 방 사장의 아들 방준호씨에게 위장 증여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선일보> 주식 6만5천주의 성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역시 방 사장은 잘 모른다는 입장이었고, 대신 배석한 전무는 통상적인 관례에 따른 매매형식의 증여였지 의도적인 위장 매매는 아니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 또한 재판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지요.   재판부는 실형을 내린 1심 재판 결과에 크게 이의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보였고, 그같은 재판부의 내심을 직감한 탓인지 방 사장과 방사장측 변호인들을 무척 초조해 보였습니다. 왜냐면 2심에서도 실형이 확정된다면 방 사장은 수감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죠.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살아있는 권력 <조선일보>. 재판정 법대에 나가 앉은 사주와 그를 옹위하는 가신들의 일사분란한 태세. 하지만 저는 그들이 그토록 받드는 족벌언론의 대주주를 바로 2미터 앞에 두고 내내 재판을 지켜보며 보았습니다. 굳은 권력 주변으로 깔리고 있는 작은 균열들을. 그 균열들은 일제히 한방향을 향해 내려깔리고 있었고 그 궁극적인 결말은 비이성의 해체로 이어질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시대정신은 이땅에서 전시대의 불합리를 구축해왔습니다. <조선일보>와 그 사주가 스스로 시대정신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역사적 예외로서 자신들의 기대만큼 존치되지 못할 것임은 자명한 史實입니다. 자신의 부의 축적의 역사 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신문사의 사주 '방상훈'. 재판이 끝나고, 재판정 입구에서 <스포츠조선> 노조 사태 등과 관련한 몇가지 질문을 던지기 위해 그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변호사들과 환담중이었고, 변호사들은 판사가 상당히 깐깐하다며 곤혹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MBC 기자인 제가 법정에서 자신들을 취재중인 사실을 이미 알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방상훈 사장에게 접근하려 하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변호사들이 그를 황급히 싸고는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일반인 통로가 아닌 변호사 통로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방 사장 빼돌리기 작전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사태를 파악하고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메라 기자에게 상황을 전한 뒤, 다시 그들의 뒤를 밟았을땐 이미 늦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빠져나간 통로 위의 방향 표시문구를 보고 허탈한 웃음을 터뜨려야만 했습니다. 족벌 사주가 사라진 뒷 모습 위로 그의 권력과 그 권력의 양상이 갖는 성격이 상징적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장애인 통로 ->' 분명 방상훈 사장은 변호사가 아닐텐데... 그렇다면 그가 앓고 있는 장애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주: 자세한 공판 속기록은 시간이 나는대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재밋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