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일간 만난 사람중 제 생각의 끈을 놔주지 않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사람은 아직은 밝히기 어려운 취재원입니다. 한두달 후면 신원이 공개될 사람이지만요. 그와 밀고 당기기가 벌써 몇년쨉니다. 혹시 눈물 취재라고 들어보셨나요? 이런저런 이유로 인터뷰를 거부하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읍소작전에 들어갔습니다. 구태여 작전이랄 것까지야 없지만 서로의 속마음을 얘기하다 보니 그쪽도 울고 그만 저도 울게됐습니다. 그렇게 밤새 얘기하다보니 마음이 통하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조만간 우리시대 아주 슬픈, 분노 하나를 여러분에게 꺼내보일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두번째 사람도 생각해보니 지금은 밝히기 어려운 사람이군요. 어쩌면 이사람은 영원히 밝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사람은 제가 좋아하는 회사 선배입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PR비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PR비 사건은 올 1월 27일, 제가 시사매거진 2580에서 고발한 사건입니다. 그 여파로 이미 주변의 적지 않은 선배들이 사법처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선배 또한 그들중의 한사람입니다. 정말 마시고 싶지 않은 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술이 마시기 싫다고 사람을 피해가나요? 내부고발자의 우울한 운명을 밤새 잔에 따라 마셨습니다. 새벽녁에 선배는 키가 저보다 더 큰, 어린 아들을 불러내더군요. 그리곤 제게 인사시켜주었습니다. 선배를 빼닮은 그놈을 보다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 그놈에게 제 명함을 두손으로 건넸습니다. 제 이름 석자를 그놈에게 전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욕되지 않게 살아보겠다는 알량한 다짐이었는지 뭔지... 이번 술은 좀체로 쉽게 깨지를 않는군요. 몇일 동안 사람 사이를 헤맨 술취한 방랑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