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 에 갔다. 신간서적 코너 한쪽 귀퉁이에서   내 책을 발견했다. 책 앞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멀찌감치 서서 훔쳐 보듯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때 누군가 내 책 앞으로 다가서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나의 책을 휙휙 넘기기도 하고 또 한쪽 면을 골똘히 응시하기도 하였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의 옆으로 한사람, 두사람 사람이 모여 들었다. 조그마한 불꽃이 아주 천천히 번져가고 있었다. 그 불속에서 나는 지난날   나를 옥죄온 삶의 각질들이 쩍쩍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것을 보았다. 교보문고를 나와 촛불의 대열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이 어린 미선이 효순 탓인지 뼈 아픈 민족사 탓인지 거리를 메운 버거운 함성 탓인지 그도 아니면 내 삶의 각질을 다듬은 고난했던 날들의 기억 탓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마르지 않는 눈으로 밤길을 더듬어 더 깊숙히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