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언론특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순봉 의원. 오늘 그가 중요한 망발을 했다. "MBC와 KBS-2의 민영화를 위해 올해중에 관련법 정비를 서둘러 마무리짓겠다" "방송과 신문의 겸용금지를 철폐해 신문사도 방송을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 "KBS의 시청료를 폐지하겠다" 는 등이 그것이다. 놀랍다. 놀라운 발상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경악스럽다. 하순봉 의원을 얼마전 '신군부 부역 언론인'의 하나로 보고 뒤를 쫓아다니며 인터뷰한 적이 있다. 지난 행적과 관련해 언론계 후배들에게 혹시 부끄럽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웃으며 답변을 회피했다. 사람은 얼굴이 빨개지는 동물이다. 그래서 희망이 있는거다. 내일 다시 떠오를 태양의 홍조를 보라. 하루만큼 부끄러워 할줄 아는 석양.. 그 석양의 의미를 아는 사람에게 내일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는 내내 만면의 웃음을 띠며 부끄러움 보다는 당당함으로 카메라를 대했다. 다시 물었다. 신군부의 의원 공천을 받은 건 언론인으로서 부역의 대가가 아니냐고.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건 젊은피 수혈 차원의 발탁 공천이었다고. 젊은피.. 젊은피.. 금남로에 뿌려진 붉은 피... 피.. 신군부의 '젊은피' 하순봉이 이제 '방송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할 것인가. 이제 막 공영체제를 정립해가는 MBC를 상업화하겠다면서 방송의 개혁을 이야기한다. '자본의 돈 세례'를 통한 상업주의의 만연.. 그것이 하순봉 의원이 말하는 방송개혁이라면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의 일방통행식 자본화의 음모가 느껴진다. 결국 자본 사막에서 한뙤기 인간미와 나아가 공익성 마저 유린당하게될 방송상업주의, 또는 상업방송주의의 망령이 지금 여의도에 내려앉고 있다. 과연 그의 가슴 속에는 어떤 마음이 있을까. 갑자기 그가 참 측은하다는 생각이든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졌지만 20년전 신군부에 대한 '부역'의 부끄러움을 잊고, 이제 또 다시 어떠한 부끄러움도 없이 자본과 상업주의에 '부역'함으로써 마지막 반성의 기회마저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내일을 정당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작은 홍조, 작은 부끄러움이 깃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꽃 잎은 바람에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떨어지더라도 밟히지는 말아야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