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가혹행위 아직도 '빨간불' ■인권위 조사결과 군인 10명 가운데 6명이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6일 최근 군경험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 대상 378명(휴가병 232명, 제대자 146명) 가운데 60%인 228명이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국가인권위로부터 용역을 받아 조사한 ‘군대내 인권 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66%(247명)가 가혹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설문에 응한 해병대원 5명 전원과 전투경찰 15명 중 14명이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구타·가혹행위를 당한 뒤, ‘탈영하고 싶었다’는 응답자가 35%,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14%로 나타났다. 그러나 병사 10명 중 7명이 구타·가혹행위를 보더라도 ‘못 본 척하거나 참는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보고나 신고를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59%)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구타·가혹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는 ‘선임병의 지시 불이행’(31%), ‘부대생활 부적응’(25%) 등이 많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답변도 20%나 됐다. 응답자들은 또 군대내 가혹행위의 종류로 ‘화장실 변기에 머리박고 물내리기’, ‘밤에 자다 일어나 찬물로 샤워하기’, ‘겨울에 총기대에 혀 붙였다 떼기’, ‘눈뜨고 자기’, ‘빨래집게 코에 꽂고 당겨빼기’ 등 60여가지를 들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병영 안의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보고·신고 절차를 강화하고, 군 옴부즈맨제도 등 시민적 감시 체계 확립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