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계명대 프랑스어문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이번에 저희과가 폐과 위기에 처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귀찮으시더라도 꼭 한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프랑스어문학과 강제 폐지. 어느 날 학교에서 학생과 아무런 상의 없이 날아온 일방적인 폐과 통보! 믿어지는가?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라온 교무팀의 학칙개정안 공고에 학과 이름이 사라진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학의 구성원은 교수와 학생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학교의 뜻대로 과를 폐지한 것에 대해 분노한다. 더구나 우리는 엄연히 학교에 등록금을 내고 있다. 이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이렇게 철저하게 배제한 채 그들의 장래에 치명적일 수 있는 이런 엄청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가? 우리는 입학할 때 이러한 일에 대해서 어떠한 암시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 우리에게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기만행위이며, 교육의 현장에서 이러한 기만이 서슴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는 사기꾼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2. 부당한 폐과 이유. ① 학생 수 미달 - 현재 43명이 재학 중인 프랑스어문학과는 5명이 부족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폐과 될 위기에 처해있다. 학교에서는 창설할 당시 학과의 정원을 기준으로 40% 미만이 될 경우, 학생 수 미달로 폐과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프랑스어문학과는 창설된 지 30여년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 당시 학생정원 40명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1997년 학과제에서 학부제로 바뀐 후 과의 배정정원은 30명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학과정원의 최소인원을 정하는 기준은 현재 정원 30명이 아닌 창설당시의 40명을 폐과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30년 전의 입시제도는 지금 같은 학부제가 아니었다. 제도가 전혀 다르던 시절의 정원을 지금의 제도에 적용시키겠다는 억지는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현재 많은 복학생들과 함께 학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고, 2학기 때 거의 모든 행사를 치루기 위해 진행 중에 있었으나, 이젠 그러한 기회조차 박탈당한 꼴이다. ② 자율전공제 실시 - 학교에서는 자율전공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자율전공이란 쉽게 말해서 어느 과에 소속되지 않고 그저 학부생으로 자기가 듣고 싶은 전공을 골라 듣는 제도이다. 이는 정체성 없는 무국적자를 양산하겠다는 뜻 이외에 무엇이란 말인가?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자율전공의 새로운 정원을 만들어 등록금을 충족시키는 장사를 위해 이도저도 아닌 학생들을 양산하는 것이 그 목표인가? 3. 프랑스 어문학과의 중요성. 글로벌 인재 양성을 향하는 K-UP의 시점에서 유럽문화의 중심인 프랑스의 중요성을 외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데 세계문화예술의 중심지인 프랑스를 없앤다는 발상은 무슨 수치스러운 말인가? 더구나 K-UP을 기치로 내걸고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는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는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와 함께 UN 공식 언어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프랑스어는 올림픽과 세계국제우편기구, 월드컵 등 국제기관의 공식 언어다. 프랑스의 발전과 꾸준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프랑스에 대한 문화, 경제,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프랑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히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관계를 위해서는 프랑스어문학과의 필요성은 너무나 자명하다. 지난해 계명대학교에 초청연사로 왔던 정부의 해외주재 한 중요 공직자는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꼭 배워야 한다고 누누이 당부한 바 있다. 그런데 계명대학교에서는 프랑스학과에 이어 프랑스어문학과까지 없애겠다는 것인가? 이것이 글로벌 시대를 운운하는 대학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4. 언행일치가 안 되는 총장님 조선일보 2005년 4월 26일자 [시론]에 총장은 "文史哲 붕괴, 국가가 나서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글을 썼다. "우리가 인문학 위기의 현상과 그 원인에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문학의 붕괴가 결코 인문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대학의 교육 현장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학생들이 외면하는 학과를 모두 폐과하거나 축소한다면, 대학은 취직과 고시에 유리한 몇 개의 인기 학과로만 구성될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은 다양한 학문이 소통하는 '멀티버시티(multiversity)' 이지 이렇게 획일적인 대학이 아니다. 학문의 다양성과 학문 간의 유기성이 상실된 대학은 이미 죽은 대학이다." 학생수에 따라 학과를 평가하려드는 생각은 천박하다고 운운하신 총장님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바로 그 천박함의 표본이 아닌가? 이렇게 언행의 일치가 없는 총장님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더구나 누차에 걸쳐서 공석 상에서 "인위적 폐과"는 안하겠다고 공언하신 총장님의 말씀은 어디로 갔나? 총장님은 자신의 약속에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5. 우리의 심정!!   프랑스어와 문학에 애정을 가지고 이를 배우겠다는 열의를 가진 우리 학생들을 무시하지 말라! 우리 과는 3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학과로서 지금 당장의 학생 수로 과의 존폐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학교에서만이라도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받지 않고 순수학문에 정진하고 싶다. 우리는 절대! 폐과를 원하지 않는다. 아직도 고등학교에서는 계명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선배들이 앞서 쌓아놓으신 전통과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갈 미래에 불을 밝혀 주지는 못할지언정 우리와 그 학생들의 꿈을 빼앗지 마라. 우리는 절대! 폐과를 원하지 않는다.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만약 학교에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학교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기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 우리의 권리는 반드시 되찾고야 말겠다. 그것이 곧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 계명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재학생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