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며칠전 제보란으로 들어온 글인데요. 혼자 고심하다가 이곳에 올립니다.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군요. 여럿이 토론해야할 문제인 것 같아서요. 당장 저희 프로그램에 보도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우리사회 전체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인권 침해적 요소 전반에 대해 공론화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상호 기자님, 안녕하세요. 에구, 안녕하시냐는 인사말을 드리는 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국방부랑 싸우시느라 많이 피곤하시죠. 방송 잘 보고 있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늘 들어와 보는데, 힘내라는 글이 많군요. 아마 써진 글 보다 백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말 하고 있을 겁니다. 단지 말로만 힘내라고 하는 게 미안해서 못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많이 바쁘신데 이런 걸 여쭤봐도 되나 고민을 했습니다. 만약에, 답변해주실 말씀이 없거나 해줄만한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시면 아무 말씀 없으셔도 됩니다. (정말로요, 협박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별 관심이 없어서요. 저만 또 이번에도 이상한 사람되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메일을 한번(아니, 두번이구나) 드린 적이 있습니다. 회원가입은 안 하고 있는 열성 비회원입니다. (중략..) 그 이후의 저는 대치동의 유명한 논술학원에 갔습니다. 4명을 일주일에 두번, 세시간씩 4주동안 가르치니 120만원을 주더군요. 돈은 꽤 짭짤했지만, 하면 안되는 일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과 창의력 운운하면서 '자행되는' 강남의 교육문화에 질려버렸습니다. 학원에서도 저처럼 튀는 선생이 필요하지 않은지(학원 교재가 맘에 안 들어서-엉터리암기식 교재입니다.- 제가 만들어서 썼거든요.) 방학 특강이 지나고 나자 스리슬쩍 자르는 분위기였고 저도 그만둘 요량이어서 한 달만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돈을 벌어야겠고 나쁜 짓은 안 해야겠고 해서 공교육기관으로 들어가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란 것이 있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대학원 학생 인력이 놀지 말고 초중고교와 연계해서 수업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선배들의 '그저 넋두리'를 예전에 주워들은 탓도 있고 해서 한 번 길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서 결국 **동에 있는 **초등학교라는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케이스가 없었던 탓인지, 조금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더군요. 뭐, 얌전하게 수업 하고 돈 받고(강남에 비한다면 굉장히 적은 돈을 주더군요... 학교에 필요한 서류업무는 다 하도록 하면서도 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도 없구요.-_-;;) 아르바이트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또 문제점이 하나 눈에 밟혔습니다. 채용할 때 내는 서류에 대해서 말입니다. 학교에서는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이력서, 건강진단서, 졸업증명서 등을 요구했습니다. 다른 것은 다 낼 필요성을 알겠지만 호적등본을 내란 소리에 이상했습니다. 여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도 호적등본 내란 얘기를 못 들어서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신원조회를 해야 한답니다. 내라고 하니까 일단 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호적등본에는 가족들의 모든 법적 사항이 다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낼 때 꽤나 뒷 머리가 당기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은 몇 년 전에 이혼하셨거든요. 호적등본 제일 앞 부분에는 부모님 이혼사실이 나와있었고 저는 그것에 대해서 전해 제 잘못이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괜히 그 사람들이 제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이라도 한 번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선생에게 참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호적등본이 있으면 8촌까지 범죄사실을 다 조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인터넷에서는 사실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남의 가족사까지 다 쉽게 들춰볼 수 있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한미하고 특별히 범죄 저지른 적도 없고, 부모님 이혼력 외에는 별 다른 것도 없지만, 매우 다양한 가정이 존재하는 요즘, 자신이 입양아일수도 부모님이 이혼과 재혼을 거듭했을 수도 배다른 형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학교라는 곳에서는 아주 작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취직을 해도 그런 것들을 먼저 다 까발리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 제 생각으로는 인권침해 같았습니다. 그렇게 쉽게 누구나, 단지 일자리 때문에 남의 가정사를 훔쳐볼 수 있는 체제,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일에 대해 알아보기로 생각했습니다. 먼저 국가인권위에 이같은 사실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인권위에서는 진정인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육하원칙에 맞춘 진정서를 보내달라는 메일이 왔더군요. 이후 주위 사람들이 인권위에 진정해봤자 '시정, 권고'로만 그치고 아무 소득도 없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방향을 틀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진정인을 누구로 잡아야 하는지를 알 수 없어서 일단 호적등본이라는 서류를 어디서 내라고 지시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 홈페이지에 이런 사실을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방과휴교사 서류 관련은 교육부 관할 사항이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에 문의하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에 다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교육부에 먼저 물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 질문한지 약 5일만인 오늘 서울시교육청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그렇게 신상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은 안 좋은 일이고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여기는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라서 다른 곳과는 돌아가는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신원조사서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신원조사서를 발급받으려면 호적등본이 필요하다. 현 체제에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신원조사서를 내라고 했지 호적등본을 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런 곤란한(인권침해 당할 수 있다는) 일은 매우 애석하지만, 그 학교 교장선생님과 타협을 봐라. 호적등본을 안 내고 신원조사서를 발부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서 교장선생님께 알려드리고 교장선생님께 호적등본을 내지 않는 대신 신원조사서를 내는 방안을 개인적으로 모색해봐라. 고 말입니다. 매우 정중한 말투이긴 했지만, 결국은 개인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몇 달을 하고 그만둘 지 모르는 방과후 교사로 채용되는 마당에 호적등본 내라는 얘기에 대해 '이것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으니 교장선생님과 제가 타협을 봐서 호적등본을 안 내고 다른 방법을 찾아봅시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러 그렇게 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만 하더라구요. 체제적으로 신원조사서를 다른 방식으로 발급 받을 수 있든지 안 받는 방법을 찾아주시는 것이 좋지 않냐고 하니까 고민은 해보겠지만 나 더러더 고민을 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냥 개인적으로 처리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아는 판사형에게 물으니, 공적인 기관에서 신원조회를 위해 호적등본을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이 공개되지만 않았다면 인권침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을 하더군요. 결국 제 개인적으로 '잠시 쪽팔리는' 것은 인권침해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 형은 인권위에 진정하는 게 가장 낫지 않겠냐고 가장 개혁적이니까 라는 말을 했습니다만, 개혁적이어도 그저 공표로 끝날 것만을 기대하고 진정을 넣어야 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주위에서는 국무총리산하 고충위원회에 진정하란 얘기와 헌법소원을 하란 얘기, 그리고 호주제가 폐지되면 다 없어질 일이니(그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호주제 폐지될 때까지 기다리든지 호주제 폐지 단체에 문의해 보라는 얘기를 합니다. 물론 '쓸 데 없는 데 신경 쓰고 있다.'는 핀잔과 뭘 그런 걸 따지냐고 그냥 참고 지켜보라는(뭘 지켜봐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기독교인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제가 모든 종교인을 포함해서 기독교인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이런 제도는 인간이 만들었지 신이 만들지 않았는데도 종교인들은 인간이 만든 제도를 신이 고쳐줄 때까지 기다리고 평안을 유지하라는 조언들을 늘 하더군요.) 조언이 실제적으로 그리고 암묵적으로 더 우세합니다. 여태 공부는 했는데(상당히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V -사실이 아니라 주위의 말입니다.-_-;;-공부해왔는데 암울한 길을 가고 있는 그래서 너무 힘들어 보이는 제가 못마땅한 주위 사람들은 제가 삶의 여유가 거의 혹은 전혀 없으면서도 이런 일에 자질구레하게 신경 쓰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런 시선을 느낄 때마다 왜 사나 싶기도 해요, 솔직히. 그래도 뭐, 생긴대로 살아야 하니, 궁금한 건 풀어야하니 이런 일에 신경이 가면 나름대로 결론이 날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하다가 제 능력이 안 될 것 같으면 그만 둘라구요. 생계를 꾸리고 공부를 하기도 변변찮은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궁금하니까.... 정말 저런 정도의 사항은 인권침해 하고 관계 없는 것이고 그저 어쩔 수 없이 제가 참아야 되는 건지 제가 너무 예민해서 별 걸 다 신경을 쓰는 것인지 누군가의 편파적인 주관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것 있잖아요, 제가 쓸 데 없는 일로 신경을 쓰는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내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네.'하곤 그만 두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제 판단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니까요. 학교에선 그저 아이들의 신변보호를 위해서 신원조회를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고, 호적등본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며 현 체제에선 호적등본 외엔 다른 어떠한 대안도 없고 앞으로도 대안이 없을 것이니 제가 반드시 참아야 한다면 참겠습니다. 하자민, 만약 꼭 이런 것만이 아니라면, 제가 어떤 방법을 취하는 것이 이 문제에 조금 더 접근해가는 길일까요. 국무총리산하 고충위원회 제보??? 진짜 여기 제보하면 귀를 기울여주나요?(참여정부의 국민제안 부분 홈페이지에도 아무리 보내도 답은 없다는 경험을 이미 했기에, 의심부터 갑니다.) 에구,, 별 것도 아닌데 너무 길게 메일 썼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그다지 말씀하실 사안이 아니거나 대안이 없거나 다른 문제들 때문에 신경 쓰실 수 없다면 답을 안 해주셔도 정말 괜찮습니다. 법적 소송 관련으로 많이 휩싸이셨다고 하길래, 혹시 이런 쪽 해결 방법을 저보다 좀 더 아시나 해서요. 제 고민을 괜히 짐 지우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이상호 기자님 홈페이지는 무슨 하소연방 같습니다. ^^;; 현대판 신문고요.<- 물론 과거의 신문고는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높은 관리의 허락이 있어야 두드리는 자격이 주어졌거든요.) 그럼 건강하세요. 답 메일 기다리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