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국민은 당당한 군인 원했다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0/04/08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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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매일경제 정치부의 김상민 차장이 쓴 칼럼이다. 천안함 사태를 두고 많은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래 칼럼은 그중 눈에 띄는 글이다.

한때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아무 이유 없이 끊어지던 때가 있었다. 멀쩡하던 배가 침몰해도 아직 이유 조차 모른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고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일들이다.

병사에게 환자복을 입힌다는 발상은 모든 불합리와 부조리를 상징적이며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이다. 이 해프닝은 통해 김상민 차장은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래도 국민은 당당한 모습의 군인을 원했다  
패잔병도 죄인도 아닌데 환자복, 마치 죄수복 같아
기개있는 군인정신 아쉬워
    
정확히 2주일이 지났다. `현재진행형`인 천안함 침몰 사고는 지난 2주간 국민에게 때로는 안타까운, 때로는 슬픈, 때로는 실망스럽게 하는 갖가지 뉴스를 양산했다.

실종자 구조를 위해 생명을 바친 `UDT의 전설` 고 한주호 준위는 `참군인`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실감케 했다. 구조를 돕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금양호 선원들의 쓸쓸한 빈소는 많은 이들을 슬프게 만들었다. 무모한 구조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결단도 돋보였다.

그렇지만 가슴 뭉클한 사연보다 국민을 실망케한 장면이 더 많았다. 군 당국은 명쾌하지 못한 해명으로 많은 의혹을 양산했다. 청와대는 `VIP 메모` 파동 등으로 불신을 키웠다. 정치권은 늘 그렇듯이 현장 수습에 바쁜 국방부 장관을 불러내 엉뚱한 질문만 해대는 `저질 연극`을 보여줬다. 특히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군의 비밀정보를 언론에 마구 공개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떻게 `안보의식`이 그런 수준에 불과한지. 언론도 각종 의혹과 소문을 양산했다는 측면에서 실망과 지탄의 대상이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장면은 7일 이뤄진 `천안함 생존자 공개진술`.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57명의 장병들이 언론 앞에 선 모습은 국민의 신뢰와 믿음의 상징인 `대한민국 국군`의 당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우선 그들은 군복을 입지 않았다. 줄무늬가 선명한, 영화 빠삐용의 죄수복을 연상케하는 환자복을 입었다. 병상에서 치료받는 상태임은 이해하지만 그들은 패잔병도 아니요, 더더욱이나 죄인도 아니다. 거동에 불편이 없다면 당연히 군복을 입어야 했다.

심리학 용어로 `제복 효과`라는 말이 있다. 경찰복은 안전을 의미하며, 군복은 든든한 안보를 상징한다.

국민은 군인이 군복을 입은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환자복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눈물을 보인 부분도 유감이다. 아무리 동료를 잃은 슬픔이 복받칠지언정 그걸 굳센 의지로 억눌러야 하는 게 군인이다. 눈물을 짜는 군인이 어떻게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 나갈 수 있을까. 국민의 눈에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개 숙인 모습과 조용한 목소리도 군인의 자세가 아니다.

군인에게는 거수 경례만 있을 뿐이며, 기개 있는 목소리가 요구될 뿐이다. 그것이 산 자의 군인 정신이요, 실종자와 국민에 대한 배려다. 대한민국 해군 장병의 참모습이기도 하다.

군인은 전쟁 또는 유사시에 전투에 나서는 게 임무다.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무장하고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산다.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던질 각오로 임한다. 그래서 늘 당당해야 한다. `환자복, 눈물, 고개 숙인 자세…` 군인이 이래서는 박수를 받을 수 없다. 신뢰를 얻을 수도 없다. 절대로.

[김상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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