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글은 가수 조영남씨가 모스포츠 신문 고정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경실씨 사건의 뒷얘기를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전재합니다.) 　지난 12(수)일 오후다. 핸드폰벨이 울렸다. 이경실로 부터의 전화였다. 다른때와는 영 달랐다. 들릴락말락 다 죽어가는 소리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오빠,! 지금 병실 문 밖에 취재기자들이 몰려와 있는 모양인데 그 기자들이 내가 병실침대에 누워있는 모습만 확인하고 사진 한컷만 찍으면 돌아가겠대. 오빠, 어떻게할까?" 　나는 이경실이가 힘겹게 말을 이어가고 있는 동안에 벌써 타다닥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지금 한순간 한순간 경실이의 태도, 말 한마디에 의해서 모든 정황이 좌지우지될 수가 있다. 날짜로 정확히 3일전 그녀가 구타를 당해 영동세브란스병원으로 실려 가는 중이라는 급박한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이건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과 나부터 정신을 바짝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이제 너의 결심대로 네 남자가 경찰에 긴급체포되어갔으니까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이 날거야. 게다가 네가 병실에 누워 있는 동안 니네 부부문제가 온갖 신문방송에 까발려졌으니까 신문기자들 문밖에서 서성대게하는게 미안하지 않겠니! 내 생각에 너는 그냥 병상위에 누워있고, 인터뷰는 사실상 불가능할테니 사진만 한컷씩 찍어가시라고 부탁하는게 어떻겠니?" 　사건이 터진날 밤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경실이 후배가 울며불며 사고 소식을 알려왔을 때 나는 의외로 침착했다. 　"알았어. 은광아! 덤비지마. 전화끊어! 5분 아니 3분 안에 내가 너한테 전화를 할게." 　왜 내 쪽에서 전화를 끊으라고 했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누가 믿기나 하겠는가. 첫전화를 받는 그 야심한 밤에 나는 공교롭게도 두 후배 부부, 그리고 '고정관념 와장창 깨기'의 작가 최윤희씨와 함께 우리집에서 저녁을 함께먹고 차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아무리 두 차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에 노련한 선배라해도 설마 지금 내 앞에 있는 두 남자를 능가할 수 있으랴! 한 친구는 '대통령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를 써낸 검판사출신의 변호사 임영철이었고, 또 한친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사회 고발프로 MBC TV '시사매거진 2580'의 담당 이상호 기자였다. 　나는 정확히 3분 후에 다시 전화를 해서 야박한 짓거리같지만 두 남자와 후다닥 상의한 내용 그대로를 전달해 주었다. 급한대로 당시의 정황을 나중에 증명할 수 있는 사진, 진단서기록 등을 반드시 확보해 놓을것,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도 함구할 것 등등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날밤 나는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오빠다웠다. 　이글을 쓰면서 나는 왜 사건이 터진 다음날 이경실에 이어 손광기까지 직접 만나 "야! 광기야 느이들한테는 딸린 아이들이 있잖니. 신문방송에 터지면 무슨득이 있겠니. 다시 붙든 깨지든 지금부터라도 우리끼리 조용하게 해결해보자꾸나!" 　아! 나는 왜 이런 제안을 못했을까? 왜 남의 부부문제에 개입하는건 옳지 못하다는 개떡같은 사고방식에 이틀씩이나 매어있었을까. 봄날은 다 갔다. 나는 이렇게 우와좌왕 좌충우돌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참에 할소리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하다 못해 따귀라도 얻어맞을 수 있는 내 여자라도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겠다. 따귀를 맞아도 나는 고맙겠다. 　PS: 딴때는 안그랬는데 이번주에는 내 칼럼을 스포츠조선 이준형 부장이 반드시 이경실 사건 얘기로 써야한다고 강요해서 억지로 썼다. 이것이 그대로 보도되면 언론중재위 고발을 전문가 임영철, 이상호와 협의하겠다. <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