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자본의 힘, 한국교회를 접수하다   박득훈 목사 강의, '자본주의에 눈먼 '짝퉁 복음'을 경계해야'    ‘자본주의와 한국기독교’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 강좌를 선택했노라 답했다. 기독인으로 살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하는 청년부터 자본주의 하에서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까지 참여 동기는 다양했다.   야베스의 기도 VS 주님의 기도, 자발적 가난 VS 깨끗한 부자 자본주의. 너무 식상한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교회와 같은 거룩한(?) 공간을 제외하고는 죄다 자본의 세례로 치장한 도시 안에서 자본은 공기와 같을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게 '돈'(자본)이다. 자본주의를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것일까.   이런 고민도 잠시다. 한국교회는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지음, 두란노 펴냄)을 강조하고 물질적 풍요를 하사하는 하나님(?)에게 ‘야베스의 기도’(브루스 윌킨스 지음, 디모데 펴냄)를 드린다. 어떤 대형 교회의 목사는 가난하게 사는 것을 긍정(!)하는 책을 읽다가 책을 찢어버렸다는 말을 목청을 높여 설교했다고 한다.          왜 자본주의를 공부해야 하는가. 거기다 한국교회를 붙여서 통째로 공부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이 작동하는 자본의 방식과 한국교회가 작동하는 방식이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반론할지도 모른다. 교회가 선교와 사회봉사에 참여하고 있지 않냐고, 이웃을 돕고 있지 않냐고. 물론이다. 문제는 그런 현상에 있지 않다. 어떤 메시지가 선포되어서 이웃 사랑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초반부터 타자(이웃)를 위해 교회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과 성공하고 물질적 부를 얻은 다음 타자를 위해 나누는 미덕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은 복음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박득훈 목사는 왜곡된 경제체제 아래서 물질적 풍요를 강조하는 '기복주의'는 진리를 살짝 뒤트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진리인 듯 보이나 약간 뒤틀린 진리는 마치 백두산의 물방울이 서해와 동해의 경계에서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축복을 가장한 기복주의는 자본주의의 기독교 버전인 셈이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김동호 목사의 '깨끗한 부자론'이다. 흔히들 자발적 가난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격하는 논리는 자발적(복음적) 가난을 '금욕주의'나 '청빈론'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자발적 가난은 애써 욕망을 누르는 것도 아니고 깨끗한 가난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맘몬(인격성을 지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발적 가난은 더욱 그렇게 개념 짓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이 걸어가셨던 길 위에 함께 있는 것처럼, 사회적 감수성을 건너에 있는 인류에게까지 향하는 것, 아프리카의 한 아이의 배가 볼록해진 것이 먹지 못해서임을 기억하는 것, 방화시설이 부재한 외국인수용소에서 참사당한 외국인근로자와 함께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중심을 뒤흔드는 윤리적 외침으로 울리는 것이다. 그래서 박득훈 목사는 여전히 반지하를 고집한다. 그에게 반지하에 사는 것은 구체적인 신앙의 증거가 된다.   인기 없는 길, 낯선 길, 십자가의 길 소비하는 백화점식 주체. 그런 사람이 자본주의에서는 인기가 높다. 스타들이 그렇다. 성공했다 싶으면 대게는 돈을 많이 버는 부류다. 그것이 옷치레로, 외모치레로 드러난다. 아파트의 평수로, 자동차의 브랜드로 나타나는 편집증적 집착이다. 생기 있는 얼굴은 사라진, 금으로 입혀진 반짝이는 금속성 얼굴을 앙망하는 시대다. 여기서 십자가에 축 늘어져 있는 예수의 시체를 말한다면? 신이 죽어버린 무신론적 공황 상태. 무력함의 극치. 자본주의 아래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예수는 실패했다!   맞는 말이다. 예수는 실패했다. 인기 없는 골고다의 길을 갔다. 누구도 가지 않던 길이었다. 그 길을 자원해서 갔다. 십자가의 길이다. 첫 걸음부터가 큰 공명이다. 하나님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감당하지 못한다. 예수가 걸었던 길은 역설을 함축한다. 부활은 현실을 역전시킨다.   ‘자본주의와 한국기독교’의 첫 강의는 신앙의 본질적인 질문을 건넸다. 자본주의와 한국교회를 경유하면서 '복음은 무엇인가', '예수는 누구인가'를 묻는 작업. 강의가 끝날 무렵, 공부한 사람들이 그려낼 예수와 한국교회의 몽타주가 하나의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강의 정리: 김준열/ 기독청년아카데미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