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시사저널 금창태사장은 대통령보다 센가? [컬럼] 천사의 가면을 벗었을 때 천사의 얼굴이 나타나길    삼성은 문제기사가 터질 때 반짝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꾸준히 언론에 광고비와 협찬금을 대는 한편(1단계), 삼성그룹에 대한 비판적 취재에 들어간 기자들의 신상조사를 해 탐문전화를 건다(2단계). 또, 기사를 막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될 때 기사 게재를 늦추거나 기사의 제목·기사의 톤을 낮추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며(3단계), 천신만고 끝에 나간 기사도 타사에 다른 보도자료를 주어 물타기 한다(4단계)는 것이다. / 시사저널 2005년 9월호 추석 합병호(830.831호) 위의 글은 2005년 시사저널 기사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시사저널의 기자들은 3단계, 4단계를 아래와 같이 바꿔야 할 것이다. 또, 기사를 막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될 때, 회사사람을 보내어 기자와 편집장을 집요하게 회유해 보고(3-1단계), 회유가 먹히지 않을 때에는 미리 꽂아둔 삼성맨(사장)으로 하여금 인쇄소에서 기사를 빼도록 하며(3-2단계), 조직 내에서 반발이 있을 경우 가차 없는 징계를 하도록 하고(4-1단계), 반발이 주변단체와의 연대로 확대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도록 하여(4-2단계) 삼성과 관련해서는 언론이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2006년 6월 15일 오후2시. 시사저널의 이철현 기자는 삼성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의 권력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기사(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오래 근무했던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들이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에 다수 포함돼 있으며 최근에는 이 부회장이 실장을 맡고 있는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를 탈고하고 마지막 검토과정에 삼성전략시획실에 전화를 걸어 기사내용을 설명하고 삼성 측의 공식적인 견해를 물었지만 즉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 기사가 시사저널 편집국에 피바람을 불어올 줄 누가 알았으랴!) 두 시간 뒤 삼성 전략기획실의 임 모 전무와 이 모차장이 이철현 기자를 찾아왔지만 성과가 없자 삼성은 금창태 사장을 움직였고 삼성 전략기획실과 금창태 사장에 이어 다음날은 심상기 회장까지 편집국장과 이기자를 회유한다. 그날 밤, 회장과 사장은 비상회의를 열어 편집국장의 동의 없이 인쇄소에 연락해 기사를 삭제하고 광고로 교체하기로 결정. 17일 새벽1시. 회사의 연락을 받은 인쇄소 담당자는 기사를 삭제했다. 기사 탈고 뒤 35시간 후의 일이다. 이학수 부회장 관련기사가 삭제된 채 발행된 것을 보고 이윤삼 편집국장은 항의성 사표를 냈고 다음날 편집국 알림벽에는 ‘이윤삼 편집본부장 의원면직’(依願免職: 본인의 원하는 바에 따라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함)이 나붙었다. 기자들은 금창태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29일 노조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징계폭탄! * 8월 14일 장영희 취재팀장 무기정직!! (이윤삼 편집국장의 이름을 판권에 실으려했다는 이유)/ 김정열 과장 대우 감봉 3개월!! * 8월 23일 백승기 사진팀장 직무정지 및 자택대기발령, 김재태 감봉 3개월 등 팀장급 6명 전원징계!!!(편집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 * 9월 7일 시사저널 노동조합 부위원장인 윤무영, 노순동 기자 3개월 정직, 출근 금지!!!!(항의 표시로 6층 사장실의 의자를 5층 편집국장 책상 자리로 옮겼다는 이유) 시사저널이 창간된 지 17년. 군사독재자에 의해서도 아니고, 회장, 사장에 의해 이렇게 피 튀기는 징계폭탄이 정부가 보장하고 있는 자유언론의 가치를 초토화시킬 줄이야! 아니다. 알고 보면 군사독재자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언론사 뒤에 버티고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70조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기업, 삼성이다. 삼성은 군사독재에 항거했던 한겨레마저도 무력화시키는 힘이 있다. 전국금속연맹과 금속노조가 포항 건설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의견 광고문에 ‘포스코와 삼성에 산별노조의 깃발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글귀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한겨레신문사 경영상 삼성을 빼지 않으면 안 된다며 광고접수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2004년 한겨레 광고매출액 중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4.6%인 61억 3,400원) 아... 한겨레, 너마저도!!! 한겨레가 삼성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은 조중동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종이언론이 삼성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언론인들 사이에서 삼성은 청와대도 뺄 수 없는 기사를 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삼성이 무서운 것은 그들이 어두운 곳에서 무소불능의 권력을 휘두를 뿐만 아니라 밝은 곳에서 천사의 얼굴을 내밀 줄도 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삼성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삼성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CB)편법 배정, 안기부 ‘X파일’파문 등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경영진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 국민들께서 지적해 왔던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 같은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말하고 깊이 사과한다며 삼성계열사들이 설립한 장학재단 기금 4500억원과 사망한 이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의 재산 등을 합해 8천억을 내어놓았다. 그 뿐인가. 국민들의 반삼성기류를 의식했는지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구성해 발표하기도 했다. (김형기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 방용석 전 노동부 장관, 신인령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매분기 한 번씩 모여 사회가 삼성에 바라는 바에 대해 별도의 주제 없이 자유롭게 토의한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돈을 내 놓아 본격적인 사회공헌과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나눔과 상생의 경영을 실천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던 그들이, 사회의 유력단체, 명망가들로부터 겸허히 사회가 삼성에 바라는 바를 경청하겠다던 그들이, 뒤 돌아서서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고 있다. 삼성이 직접 총을 잡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의 하수인들이 지시 받은 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삼성의 언론탄압>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 말이다. 금창태 사장은 평소 "언론사가 어려울 때 기댈 곳은 삼성밖에 없다"라고 종종 이야기했다고 한다. 기자들에게 “중도우파 잡지를 만들라”는 주문을 하기도 해서 기자들은 “우리에게 이념이 있다면 팩트를 신봉하라는 것 뿐”이라고 했다지만, 1965년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을 무사히 보낸, 독재정권 아래서 제대로 길들여진 그에게 요즘의 의식 있는 기자들의 저항은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어찌되었든 삼성맨으로 볼 수 있는 금창태 사장, 심상기 회장이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가하고 있는 최근의 폭력적인 행보는 삼성이 애써 가꾸고 있는 천사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삼성이 내보이는 천사의 얼굴이 가면에 불과하며, 가면 뒤에서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어둠의 보스가 국민의 알 권리를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삼성의 입장에서 보면 거칠고 미숙한 그들의 행보는 삼성이 애써 감추고 있는 여우 꼬리를 드러내 보이는 눈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반대로 삼성은 그들에게 감사의 표창장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삼성이 노조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해왔던 악랄한 방해공작에 비하면 그 정도는 새 발의 피 아닌가. 정부가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삼성과 삼성맨에게 압살당하고 있는 시사저널의 기자들이여. 그대들의 싸움이 헛되지 않기를... 파이팅!!! (전 재산의 85%인 400억 달러(38조원)를 기부한 워런 버핏이나 전 재산의 3분의 1을 기부한 홍콩의 리카싱, 빌 게이츠, 고든 무어, ... 그들이 천사의 가면을 쓰고 뒤에서는 노동자를 핍박하거나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삼성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천사의 가면을 벗어도 천사의 얼굴이 드러났으면 하는 것이다.) 고은광순/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