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그 배후를 추적하는 진짜 뉴스   [전규찬의 미디어문화 읽기] 5월 01일 (월) 10:13:57 미디어오늘   한미 FTA, 민족/국가 넘어선 자본의 동향 노무현 정권이 한미FTA를 선택하자 그 배경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왜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출 가스 기준 완화,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재평가 개선안 추진 유보와 같은 네 가지 조건을 결정적으로 양보하면서 한미FTA에 집착했을까? 무지 때문인가, 과욕 탓인가? 여러 가설, 시나리오가 떠돌았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 인터넷 매체에 이런 이야기들을 '국익론', '친미관료 포위론', '치적론', '부시 정부 협박론' 등으로 정리한 바 있다. 분명 일리 있는 시도이다. 그렇지만 노 정권에, 현 정부에 과다하게 초점 맞춘 분석은 심각한 오류를 내포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정부와 자본의 역관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잘못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제국의 시대, WTO/FTA 체제의 시대에 주권자는 보통사람들도 아니고 정부, 민족/국가도 아니다. 거대 다국적 자본이다. FTA란 세계 패권을 욕망하는 자본의 네트워크 구성 전략, 이를 통한 사적인 시장의 자유에 의한 공적인 사회적 자유의 봉쇄/되말기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에서도 민족/국가를 넘어 탈영토화하고 제휴하는 자본의 동향에 일차적인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한미재계회의의 정체는? 2001년부터 벌써 전경련, 무역협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한미FTA를 어떻게 공론화했는가? 비슷한 시기 한미FTA 법안 제출, 이와 관련된 공청회 등으로 표출된 미국 재계와 정부의 움직임은 무엇인가? 이들은 어떻게 연동되어 있는가? 양국 자본의 이익을 대표하는 '미한재계위원회'와 '한미재계위원회'가, 그리고 이들이 정례적으로 만나 한미FTA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한미재계회의'는 대체 뭔지 알아봐야 한다. 거기서 어떻게 북핵이나 노사 문제 등 사회 정치 군사 외교 중대 사안이 논의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왜 미 국방장관이 참석하며 무슨 발언을 하는지, 한미 FTA 추진이 어떻게 합의되는지, 스크린쿼터 축소를 포함한 선결 조건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제시되고 해소되는지 그 과정을 꼼꼼히 따라잡아야 한다. 한미FTA를 위해 스크린쿼터를 포함한 '걸림돌'이 제거해야 한다는 동의, 그 '정지작업'의 필요성에 대해 정부를 압박하고 '국민'에게 홍보해야 한다는 컨센서스, 그리고 2005년 11월 아펙(APEC) 한미 정상회담이 협상개시발표의 초적기라는 판단은 어찌 이루어졌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방송을 포함한 시청각 미디어 분야, 한미FTA 자체에 대한 대응 전략이 나올 수 있다.     한미FTA가 한미 양국 정부의 결정사항이라고 보는 것은 일종의 헛다리짚기다. 한미FTA를 노 대통령이 "한국경제의 총체적인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위해 꺼낸 '획기적 카드', 졸속의 정책으로 읽는 것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 작업은 훨씬 오래 전부터 차분히, 꼼꼼히 준비되고 있었다. 카드를 짚어든 것은 분명 노 대통령이다. 그렇지만 그가 선택한 비장의 카드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눈에 띄는 형태로 테이블 위에 얹혀져 있었던 게 아닌가?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선택'했을 지는 모르지만, 그 선회는 이미 '궁극적으로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에 남아있는 '한미FTA' 관련 기사 찌꺼기들을 뒤져보면, 그 파편적 사실과 단편적 정보들을 잘 모자이크해 보면, 우리는 한미FTA가 노 정권과 부시 행정부가 아닌, 양국을 가로지르는 거대 자본의 작품이라는 진실과 어렵사리 만나게 된다. 놀랍고 충격적인 조우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을 간파하고 나면, 정부 '관계자'들이 하는 말의 가치, 정치인들이 내놓는 약속의 신뢰성,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화려한 효과의 타당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그들은 언어의 주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 한미 FTA 배후 추적해야 기자들도 무대 전면에 나선 자들의 입만 쳐다보며, 소위 '마지노선'을 지키겠다는, 협상 기한에 쫓기지 않고 '국익'을 챙기겠다는 발언을 단순 전달하는 기능인의 모습에서 시급히 탈피해야 한다. 그럴 시간 있다면 4000개에 이르는 한미FTA 기사들을 펼쳐 놓고 배후에 있는 거대 자본이라는 진범, 이들의 욕망과 의지를 찾아내는 탐정 놀이나 함께 해 볼 것을 권한다. 그래서 진실을 긁어 올려 공론화하고, 한미FTA의 실체가 제대로 사회적으로 소개될 수 있도록 하자. 그래야 다중의 합리적 판단과 이성적 선택이 가능하고,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런 최소한의 책임도 다 할 수 없다면, '언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한마디로 양심불량이다. 선전이라 정확히 부르라. 대본을 옮기는 '리포터'와 진실을 찾고 찾아낸 진실을 두려움 없이 발언하는 '저널리스트'는 다르다. '표피적인 것의 악'을 뚫고 내려가 진실을 찾는 방송, 그래서 발언의 무게감을 획득하는 신문이 아니면 한 마디로 우리의 삶에, 그 평안한 미래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 가치를 높일, 한미FTA 배후 자본의 궤적을 추적하는 진짜 뉴스가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규찬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 ; 나는 내가 진짜 학자인지 날라리 교수인지 잘 모른다. '지식인'의 자격이 과연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삶을 평등·평화·평온의 꼴로 바꿀 수 있는지, '不二'의 테제를 어떻게 실행에 옮겨 생태문화사회를 만들지 잔뜩 고민과 생각만 많다. 현재 영상원 교수로,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으로, 그리고 <문화/과학>, <프로그램/텍스트>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겨레> '미디어전망대'에 칼럼을 기고해 왔다. 안정을 혐오하고 불안을 선호하며, 정태가 아닌 변태를 좋아한다. 절대 옳음의 편집증에 대한 대항의 길로서 레프트를 고집한다. '말꾼'이 아닌 언론인이 되고자 하며, 학계에서 딴따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