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여, ‘권력 감시견’은 노래방 얼쩡거리지 않는다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를 노래한 <동아>의 어제와 오늘   [조율.1] 동아일보의 어제 동아일보는 자칭 '민족의 표현기관으로 자임'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문화주의를 제창'한다는 신문이다. 실상이야 어떻든 간에 사시(社是)가 그렇게 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의 사명을 강조하는 글이 유달리 많다.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사설, <언론의 비판을 제어하겠다니", 2001.2.15)라고 여기는 까닭일 게다. 동아일보의 주장을 몇개만 들어보자. "우리는 차제에 언론을 흔들려는 어떠한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거기에 추호도 흔들림 없이 권력을 견제 비판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도를 꿋꿋이 걸어나갈 것을 독자와 국민에게 다시 한번 다짐한다...."(사설, <권력의 길, 언론의 길>, 2001.2.9) "신문의 절대적 의무라 할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에 잘못과 위험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부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독자인 국민이 있는 한 그 역할을 방기할 수 없다. ‘신문의 날’에 하는 우리의 다짐이다...."(사설, <호루라기는 계속 불어야 한다>, 2001.4.7) "언론의 본령은 비판기능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언론과 권력간의 ‘건강한’ 긴장관계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소금이다...."(사설, <이것이 언론개혁인가>, 2001.8.17) "언론이 ‘감시견’으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애완견’처럼 권력을 흡족하게 만드는 보도만 하는 나라는 민주사회가 아니라 독재국가일 것이다...."(사설, <언론은 무력화되지 않는다>, 2003.9.27) 권력의 길과 언론의 길이 다름을 인식하고, 권력의 감시견으로서 호루라기를 계속 불겠다는 동아일보의 강고한 다짐은 곧바로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민의 정부를 시도때도 없이 가열차게 일방적으로 무차별 무조건 두들겨 패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의 난타솜씨가 얼마나 화끈했던지 한나라당 고위당직자가 그를 보고 "잘 한다"고 박수를 보냈을 정도다. 그때 동아일보는 "착각하지 말라"며 이렇게 대꾸했다. 믿거나 말거나.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는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을 돕기 위해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현 집권측이 그와 같은 저차원의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유감스럽던 터다. 언론의 정부 비판은 그 속성상 독선과 일탈에 치우치기 쉬운 권력의 속성을 감시하고 경계함으로써 바른 민주주의를 유지해 나가자는 데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신문의 정파성을 단호히 배격한다. 오로지 불편부당의 언론 정도를 추구할 뿐이다...."(사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착각'>, 2001.7.9) 그 후에도 '불편부당'을 표방한 동아일보의 '편당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수그러들기는 커녕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그 편향이 더욱 노골화됐고, 그로 인해 시민사회 일각에서 '조선일보의 2중대'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오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이 "한나라당 언론 검찰에 삼각 커넥션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은 바로 이 시점에서였다. 동아일보는 즉시 "야당 검찰 언론 커네션이라니"라는 제하의 사설을 작성해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이 “한나라당 언론 검찰에 삼각 커넥션이 있다”고 한 발언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세 군데의 역할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것이다. 권력의 전횡과 비리에 대한 감시는 야당과 언론의 기능이고 권력 주변의 비리 수사는 검찰의 사명이다.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야당과 언론이 때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지만 그것은 비판적 시각이 일치했기 때문일 뿐 커넥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집권여당 내, 혹은 대통령 측근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만큼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큰 혼란과 갈등이 야당에서 빚어진다면 언론이 왜 보도하지 않겠는가...." [조율.2] 동아일보의 오늘 동아일보 여 기자가 한나라당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때는 24일 밤, 장소는 폭탄주와 술잔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노래방, 그리고 범인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최연희 의원. 사건의 대략은 이러했다. 24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포함한 고위 당직자 7명과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포함한 기자 7명이 이른바 '7:7 미팅'을 가졌다. 신임 당직자들과 상견례를 하자는 박 대표 측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비밀회동이었다. 1차 만찬장에서 각종 정치현안을 안주삼아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진 다음 이들은 곧 바로 음식점에 딸린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질펀하게 2차를 즐겼다. 일이 터진 것은 바로 여기서였다. 폭탄주를 마시고 얼큰해진 최연희 의원이 자신의 곁에 앉아 있던 여 기자를 갑자기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만지는' 성추행을 자행한 것. 뜻밖의 기습에 당황하고 분개한 여 기자는 소리치며 분기탱천 뛰쳐나갔고, 머쓱해진 최 의원이 그 상황을 수습하느라 날린 변명이 또다시 초대박 히트를 기록하고 말았다.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 미안하다” 운운. 이후의 스피디한 사태전개는 다들 아시는 바다. 파문이 일자마자 박근혜 대표는 피해 여 기자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25일), 당차원의 징계를 촉구한 동아일보의 건의를 받아들여 긴급대책회의를 소집, 최연희 의원의 당직 사표를 수리하고(26일), 대국민사과와 모종의 징계조치에 발빠르게 착수했다(27일).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여 악재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최연희 누룩'을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충고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연이어서 최연희 의원의 탈당.... 그러면 이런 불미한 일이 왜 일어났을까? 현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지금까지 온통 가해자인 최 의원의 처벌방향에만 쏠려 있다. 의원직 사퇴나 제명으로 이어질까, 사법처리 가능성은 있는가, 혹 이러다 시간만 끌고 없는 일처럼 조용히 수그러들고 마는 건 아닌가, 기타 등등. 물론 사회 지도층인 국회의원이 저지른 성범죄니만큼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잘못한 것이 오로지 최 의원 한 명 뿐일까?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최연희 의원의 못말리는 성적 취향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고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동아일보와 한나라당 간의 부적절한 커넥션이 그것이다. 말끝마다 '정도언론'을 부르짖으며 권력에 대한 비판이야말로 자신들의 숙명이라던 동아일보가 권력기관인 한나라당과 야심한 시각에 그것도 비밀리에 수뇌부를 포함한 7:7 미팅을 갖고 음주가무를 즐긴 것,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나라당은 야당이라서 비판의 대상에서 자동 열외되는가? 그게 아님, 단순한 상견례 차원이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나라당측이 신임 당직자를 인선하면 언론사가 그들과 술자리를 같이 해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가? 하긴 동아일보와 술자리를 갖기 전에 한나라당이 이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와도 비슷한 성격의 자리를 가졌단다. 어쩌면 그리도 하는 짓들이 똑같은지. 참으로 '조중동'스러운 닮은꼴 아닌가. 그러면서도 권력과 '불가근 불가원'을 논하는 저 불가사의한 이중성을 보라. 따지고 보면, 이처럼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신권언유착'이야말로 이번 사건의 배후라 할 만 하다. 여론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과 노무현 정부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이다. 반대로 이들 언론사들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위하野~!"를 부르짖는 우정의 건배가 쉼없이 돌려지고 어깨동무하며 노래방에서 부대끼는 살가운 애정이 넘쳐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문제가 되고 있는 최연희 의원의 강제추행도 이런 애정이 맥주거품처럼 넘치고 넘쳐 마침내 폭탄주로 발전.폭발한 것이 아닌가. 그 뿐이랴. 사건 처리과정에서도 양자 간에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열린우리당 당직자가 최연희 의원같은 짓을 동아일보 여 기자에게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을 것 같은가. 지금처럼 동아일보가 이틀이나 머뭇거리며 한나라당에게 당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아가 성명을 통해 겨우 의원직 사퇴나 요구하고 말 것 같은가? 천만에 말씀! 이때다 싶어 온 지면을 동원해 열린우리당을 초주검이 되도록 두들겨 팼을 것이다. 성추행한 의원에게는 당연히 법적 고소가 진행될 거고.... 그러나 지금 동아일보가 눈앞에 있거든 당장 펴 보시라. 관련 기사가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적다. 27일자 6면 상단에 3단으로 사건발생을 전하는 기사 하나 달랑, 28일에도 역시 같은 자리에 사건의 추이를 전하는 기사 하나 달랑, 그리고 맨 뒤에 체면치레로 달아놓은 사설이 그 전부다. 더 놀라운 것은 한나라당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제목과 기사내용이다. <박대표 "국민 지탄받을일...깊이 사과">(28일자 6면 좌측 상단기사) 이것이 피해를 당한 동아일보의 지면에서 뽑을 수 있는 제목인가? 내용도 마찬가지다. 전반부에서 한나라당의 대책을 상세하게 전하고 후반부에 최 의원의 성추행을 연일 질타하는 열린우리당의 목소리를 차례로 나열한 다음, 뜬금없이 사설 마지막 문장을 통해 "정치정점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치 최 의원의 성추행 사실보다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열린우리당이 더 문제라는 투다.(사설, <최연희 전 총장, 의원직 사퇴해야>, 2006.2.28) 동아일보의 한나라당 사랑이 이 정도다. 가히 눈물겹지 아니한가. 폐일언하고, 애당초 동아일보 기자들이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어울려 흥겹게 노는 노래방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는 짓이다. 성범죄를 경계하는 호루라기 소리라면 몰라도. 자존심 있는 권력의 감시견은 만찬장이나 노래방에서 결코 얼쩡거리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노니는 강아지는 권력의 애완견일 뿐이다. 사실 이번 사건을 통해 밝히 드러난 게 바로 이것이다.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은 파렴치한 성범죄자라는 것, 그리고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의 애완견이라는 것! 끝으로, 그 자리에 동석한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동아일보가 1999년에 작성한 사설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조금 길지만 가슴으로 듣고 온 몸으로 깨닫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두말할 것 없이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고 그 존재 의미는 불편부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에 의해서만 담보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권력은(한나라당을 포함-필자 주) 언론을 회유하거나 제약하고 통제 혹은 탄압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언론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투쟁의 산물이고 그런 만큼 자유에 따른 책임도 막중하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말하면서 항상 언론 외부, 즉 권력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젠 언론내부로도 눈을 돌려 보자. 언론인이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언론탄압의 길잡이 역할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또 국민의 알 권리란 공익보다는 언론사의 사익이나 기자의 사리에 매달려 권력과 정치권에 영합하고 야합한 경우는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직도 권력이나 여든 야든 정치권과 내통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성해야 한다. 자기 반성과 자기 정화를 게을리한다면 독자인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과 권력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언론부터 자성과 자정을 통해 떳떳하고 당당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데서 권력에 ‘조종과 장악’의 구실을 주는 것이다. 권력 또한 회유와 공작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민주화는 이러한 바탕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사설, <기자의 길, 언론의 길>, 1999.10.29) (문한별; 데일리서프라이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