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家의 위기가 삼성의 위기 부른다 [업코리아 2006-02-21 13:35]      이건희 체제는 필연이었지만 이재용 체제는 집착일 뿐이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천문학적', 이건희 一家의 가치는 '재앙적 수준'? 지난 7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발표된 대국민 사과성명 및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000억 사회환원에 대해 여전히 국민들은 의혹과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정도 규모면 세계 기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며, 이제 국민들도 애정의 눈길로 삼성을 바라봐줘야 되지 않냐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수년간 국민들 속에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어떻게 각인되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년 초에 터진 연예인 X-파일 사건의 경우 X-파일 작성 책임자인 제일기획, 그리고 이를 인터넷에 대대적으로 유포시킨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이 논란의 핵심에 놓여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를 작성한 당사자는 엄연한 삼성의 계열사이고, 이를 유포시킨 당사자 역시 삼성에서 분사한 사실상의 삼성 관련회사라고 할 수 있다. MBC 이상호 기자가 비공식 루트를 통해 입수한 '삼성-안기부 X파일' 역시 삼성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데에 크게 작용했다. 삼성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MBC가 자료를 먼저 입수해놓고도 끝내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이유가 삼성측의 외압 때문이라고 대다수 국민들은 믿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건희 회장이 도피성 출국후 귀국을 미루는 바람에 국회 청문회 및 검찰조사를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막내딸 이윤형씨의 자살 미스테리, 그리고 황우석 교수 마녀사냥에의 삼성 개입설 등도 네티즌들의 삼성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데에 크게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윤형씨 사건의 경우 자살을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황우석 사건의 경우 미즈메디병원 및 메디포스트와의 연관성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놓인 바 있다. 물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억울하다고 말하기에 앞서 왜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져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삼성 음모론'이 나오는지에 대해 보다 깊이있는 사고를 해볼 필요가 있다. 회사 경영자로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이건희 회장인 만큼 "내가 얼마나 좋은 물건을 만들었느냐"보다 "고객이 내가 만든 물건을 얼마나 좋게 평가해줄 것이냐"가 브랜드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쯤은 알 것이기 때문이다. 명동 골목 한가운데에서 선량한 이미지의 목사나 신부가 시민들에게 만원짜리 한장씩을 나눠주고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고맙다'를 연발하며 기꺼이 돈을 받아가겠지만 문신을 새긴 흉악한 사람이 만원권 백장 묶음을 인상쓰며 나눠주고 있다면 과연 누가 이를 받아가겠는가? 지금 국민들 눈에 비친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이미지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면 과장일까? 이와같은 의미에서 현재 삼성의 위기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아닌 '이건희-이재용'이라는 '이미지'의 위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삼성이 글로벌기업으로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비판과 혹평을 받고 있는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삼성 경영의 중심에 서있는한 이들 오너 부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적어도 국내에서 만큼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이미지에 상당부분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국인일 뿐아니라 한국에서 주목받는 '명문 집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그야말로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삼성의 위기를 회복하는데에는 두가지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첫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이건희-이재용'이라는 이미지를 분리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걸맞게 '이건희-이재용'의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첫번재는 지배구조 개선 및 오너일가 경영체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삼성 一家의 적통을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명실상부한 '명문 집안'으로 철저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현재 삼성그룹을 둘러싸고 있는 '신뢰의 위기'는 해소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 삼성一家가 '브랜드 경영'에 짐이 되도록 놔둘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서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높일 방법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국 땅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기 이전인 1980년대 중반의 경우 이건희 회장 체제가 필연일 수 있었지만 수많은 전문경연인들을 쏟아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재용 상무가 삼성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그것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삼성一家의 이미지는 더욱 더 추락하고,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삼성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희 회장은 미국의 4대 명문家인 록펠러, 듀폰, 멜런, 핍스 등의 경우를 곰곰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함으로써 스스로 멍에를 벗어던졌으며, 그후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찬사를 얻었을 뿐아니라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 및 자산가치를 높임으로써 부와 명예를 모두 얻는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 이와같은 경우 '오너一家'는 기업 경영의 짐이 아닌 '플러스 알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됨을 우리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삼성이 일년에 쏟아붓는 천문학적 숫자의 홍보예산 중 적지않은 부분이 '전략홍보' 혹은 '기획홍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비롯한 삼성家와 관련된 부정적 내용을 바로잡거나 이미지 개선하는데에 투입되는 비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규모의 예산과 출중한 인재들을 대규모로 투입하고도 여전히 삼성家의 부정적 이미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이와같은 악순환을 거듭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이건희 회장은 현명한 선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소유와 경영의 과감한 분리를 통해 스스로를 '노블레스 오블리제' 가문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이로인한 상승효과는 매우 커질 것이다. 이미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임명을 통해서 보았듯이 삼성家의 국제적 인지도 및 인적 네트워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자신이 갖고있는 '오너'로서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하여 경영권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그 멍에를 벗어버림으로써 국가와 인류사회를 향해 보다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이 훨씬 더 명예로울 뿐아니라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록펠러家와 듀폰家의 사례가 이를 증명해주고도 남는다. '삼성의 황태자'인 이재용 상무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가 삼성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실업자가 되는가? 그렇지 않다. 그의 나이에 그 정도의 학문적, 실무적 배경을 갖기는 힘들다. 정치권은 물론, 국제기구나 초일류 다국적 기업에서 그를 탐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스스로가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왜 삼성의 울타리에 묶어둠으로써 그를 음모의 중심에 자리매김하려고 하는가? 이것은 아버지를 위해서나 아들을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이 회장이 삼성을 놓아줄 때에 비로소 국민들이 이 회장을 놓아줄 것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작고한 후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을 맡았을 때만 하더라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이맹희씨와 달리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삼성 임직원들에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건희 회장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는데에는 두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작고한 이병철 회장이 몇몇 사람의 꿈에 나타나 이건희 회장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토로했고, 이 내용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이건희 회장에게 직접 전달되었다는 소문이 삼성 임원들에게 퍼진 것이었고, 둘째는 고객으로부터 불량이 접수된 삼성 제품들을 모조리 운동장에 모아놓고 불태워버린 사건이었다. 첫번째 사건이 이건희 회장을 故이병철 회장과 단절된 존재가 아닌 연속선상에 있는 존재로서 부각시킴으로써 삼성 임직원들의 '신뢰'와 '안정감'을 회복하는데에 기여했다면 두번째 사건은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삼성이 '양 중심의 경영'에서 '질 중심의 경영'으로 확실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가운데에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나온 것이고, 그 후 '삼성 신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삼성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게 된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실패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실패할 일을 안하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등의 이건희 어록이 국민들 가슴을 파고든 것도 이때이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와같은 것들이다. 삼성이 정말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있어야만 비로소 국민들은 삼성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단추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자식인 이재용씨가 아닌 국민들을 향해 놓아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이 회장이 삼성을 놓아줄 때에 비로소 국민들도 이건희 회장을 놓아주게 될 것이다. 이진우 기자 [중도와 균형을 표방하는 신문-업코리아(up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