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황우석 파동으로 'PD수첩'의 광고가 모두 빠져나가고 취재현장의 MBC 차량이 분노한 시민의 구둣발에 차일때, 문득 언론의 숙명을 절감했다. 신뢰와 애정, 기대가 사라진 언론은 이미 존재의 이유는 물론 그 '근거'까지도 상실하게 된다는 것. 결국 언론이란 신뢰의 총합이며 이 신뢰의 지속성을 담보해주는 것은 조직 내부 언론인 하나하나의 진정성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중앙일보 이상국 기자가 그나마 그곳의 몇몇 기자들과 더불어 절망의 언론사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그의 진정성이 그가 일하는 '신문지' 전체로 번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상에 지친 당신께 이상국 기자의 블로그 방문을 권한다. 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isomkiss)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는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빈집 / 기형도 ■ 나는 기형도와 김광석이 헷갈린다. 닮은 구석이 있었던가. 내게 들어온 기형도와 김광석의 이미지에는 카프카의 음울한 거리와 영화 '가스등'의 안개낀 골목, 그리고 무심히 날아가는 겨울 비둘기와 깃 세운 검은 코트가 있다. 오래 앓아온 폐병같은 세월이 있고, 문을 빼꼼 열고 바라보는 흑백 표정의 노파가 있고, 무엇보다 죽음이 있다. 굳이 말하자면 김광석이 더 달콤하고 슬프지만, 기형도가 더 카프카스럽지만, 이를테면 이런 시 '빈집'에서 둘은 뒤섞인다. 나는 시가 꼭 시여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울고싶은 아이를 뺨 쳐 주는 서비스같은 것. 뭔가 짓눌린 언어를 풀어헤쳐 노래로 만들어주는 것. 달콤한 말하기를 선물하는 것. 굳이 많은 뜻을 담지 않아도 되는, 말하자면 김광석의 노래같은 애상이 목구멍에 가득 고여드는 것. 아주 사사로운 슬픔의 이력과 공기들을 살짝 엿보게 하는 언어들. 약간은 과장스런 변사의 말투로, 연극적인 대사를 따라 읊어나가며, 스스로의 슬픔을 덤으로 적재하는, 말놀이. 글쓰는 고통까지도 독자에게 가련한 표정으로 전가할 수 있다. 어떤가. 쓸쓸한 날엔 기형도의 '빈집'을 소리내어 읽어보라. 쓸쓸함의 구석구석이 달콤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