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한마디로 말해 '상상력의 모험'이며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다. 문학은 도덕적 설교가 아니고, 당대(當代)의 가치관에 순응하는 계몽서도 아니다. 문학은 언제나 기성 도덕에 대한 도전이어야 하고, 기존의 가치체계에 대한 '창조적 불복종'이요, '창조적 반항'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카뮈가 말한 문학적 명제는 뜻깊다. 카뮈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다"고 말했다. 참된 문학은 당세풍(當世風)의 기득권 윤리에 대한 반발이므로 창조적 문학인은 당연히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른바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가운데는 그 작품이 갖고 있는 구성이나 문체의 완벽성보다도 오히려 창작자의 집필의도 가운데 내포돼 있는 '참신한 도전성' 때문에 뒤에 가서 명작으로 불리게 된 것이 더 많다. 입센의 {인형의 집}이나 D.H. 로렌스 소설들, 또는 에밀 졸라의 작품들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명작'을 이른바 '작품의 품격'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창조적 반항'은 당대엔 언제나 경박해 보이기 쉽고 거칠어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명작은 곧 '문제작'과 마찬가지고, 문제작이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을 처음으로 용감하게 건드린 작품에 부여되는 명칭인 것이다. 더 예를 들자면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도 그렇고 사드의 {소돔 120일}도 그렇고 나아가 루소의 {에밀}까지도 그렇다. 루소는 {에밀}을 발표하고 난 후 사법 당국의 체포령을 피해 이웃나라 스위스로 피신하기까지 하였다. 심지어 이광수의 {무정}조차도 발표 당시엔 자유연애를 주장했다고 하여 보수파들의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창조적 작가는 기존 사회의 가치관과 윤리관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대의 창조적인 윤리관과 가치관을 제시한다. 작가가 기존 사회의 지배적이고 유용한 가치에 봉사하는 자세로만 일관한다면, 그는 오히려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현 사회의 지배적이고 유용한 가치가 정말 옳은 것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책임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정말 알고 있으면서 믿는 것인지, 왜 믿는지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성 도덕과 기성 가치관에 추종하여 스스로 '점잖은 교사'를 가장하는 것은 작가로서 가장 자질이 나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문학은 무식한 백성들은 훈도(訓導)하여 순치(馴致)시키는 도덕 교과서가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문학이 근엄하고 결벽한 교사의 역할, 또는 사상가의 역할까지 짊어져야 한다면 문학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율성은 질식되고 만다. 문학은 상상적 허구의 세계를 통해 그 어느 것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꿈속에서 강간을 하거나 살인을 했다고 할 때, 그 사람을 욕하거나 단죄할 수 있을까. 또 그런 꿈을 꾸고 난 사람이 꿈에서 깨어난 후 곧바로 살인이나 강간을 실제로 저지를까.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경직된 문화풍토는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허구와 사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학은 그 안에 사상적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무언가 '고상한 것'이어야 하고, 일종의 권선징악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답답한 엄숙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경직된 엄숙주의에 따른 경건주의와 도덕주의의 만연은 우리 문학의 성장을 정지시키고, '세계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결국에 가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만든다. 아직도 대다수의 보수적 문학인들은 '문학창작'을 봉건시대 때나 있었던 과거시험 답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문장'으로 정치적 자질을 테스트했고, 문장을 잘 쓰면 금세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장의 내용은 무조건 유교적 지배 이데올로기였다. 문학의 참된 목적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출이요, 창조적 일탈(逸脫)이다. 문학은 인간 내부에 잠재해 있는 본능적 욕구들을 리얼하게 드러내어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참된 가치를 지닌다. 사상이나 도덕 따위는 철학책이나 윤리책에 그 소임을 맡기면 된다. 나는 교양서나 교훈서로서의 문학이 앞으로는 절대 문학 취급을 못 받게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주1: 마광수 선생은  문학가, 소설가, 수필가로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 (주2: 이 글은 월간 <인물과사상> 11월호에서 발췌한 것임) (주3: 금지가 우상을 만들고 우상이 다시 우민을 지배하는 세상.. 마광수의 금지 혹은 금기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 날로 새롭다. 마광수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지난 시간 샘물에 대한 태양의 탄압이 이글거리던 날들, 그를 지켜봐온 제자인 나는 오늘 그가 그립다. 부디 건강을 회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