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이든 한번가면 돌아오지 않기에 아름답다” 부산영화제 개막작 <쓰리 타임즈> 허우샤오시엔 감독   ‘연애몽’, ‘자유몽’, ‘청춘몽’ 등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쓰리 타임즈>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설명처럼 대만 근대사의 각기 다른 시기를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 이다. 이 세 이야기의 순서는 허우샤오시엔의 영화적 형식이 지나온 궤적의 순서라고 이해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즉 <해상화>, <밀레니엄 맘보>등 그의 전작들을 언급하면서 형식을 정제시키는 완결된 정수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첫번째 에피소드 ‘연애몽’에서 보여준 마치 손가락 한 뼘 정도의 거리까지 계산되었을 것 같은 조명의 밝음과 어두움이 세밀하게 대비되며 두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처럼. 때문에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쓰리 타임즈>로 축제의 문을 여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은 아시아의 위대한 감독에게 바치는 존경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는 최고의 영화제 - 부산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들려달라. “누구라도 다 인정하겠지만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다. 특히 뉴커런츠 섹션이 새로운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칸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부산영화제에서의 상영본이 각각 다르다는 말이 있다. “올 4월초에 촬영이 끝난 영화를 투자사가 칸에 출품하길 원했다. 기한까지 시간이 촉박했고 결국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출품하게 되었기 때문에 부산영화제 공개전에 재편집하게 되었다.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편집본은 이 중 가장 새로운 버전으로 에피소드 중 세번째 것(2005년 배경)의 이야기가 많이 추가됐다. 누가 그러는데 나를 '100번 변하는 허우(侯)'라고 하더라. 그만큼 내 영화들은 편집본이 다양하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 영화를 보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바꿀 수밖에 없다. 관객들의 눈에 거슬리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의 사랑을 통해 어떤 것을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나. “무엇보다 서로 다른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그 속의 사랑을 표현하려 했다. 시대는 남자와 여자의 만남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시대마다 사랑이 다르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랑은 사회 정부와 관련이 있고, 어떤 사랑은 정보기기와 관련이 있다. 영화를 통해 표현하려 했던 것, 그것은 시대에 따라 다른 사랑의 표현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 한국 배우 중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한국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라서 이름과 영화를 매치하지는 못할 것 같다. 최근 청룽(成龍)의 영화(신화)에 나온 한국 배우(김희선)를 봤는데 참 예쁜 배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사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만나보고 서로 얘기를 나눠본 다음에 결정할 일이다. 청룽 영화서 본 김희선은 참 예쁜 배우 - 각 시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1966년은 내가 군대에 갔었을 시기고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시기였다. 또 냉전으로 대만이 폐쇄적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오히려 젊은이들은 순수해질 수 있었다. 1910년은 신해혁명이 일어나 옛 것이 새 것으로 많이 바뀌었고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 많은 교류가 있었다. 당시엔 첩을 두는 것이 그다지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지만 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은 주인공은 예전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자유몽이라는 뜻은 새 나라에서의 자유를 추구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뜻하기도 하고 방황중인 여성의 이야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에선 더욱 성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양성애와 동성애가 만연해 있다. 자극적인 성에 관심이 있고 사랑에 대해선 소홀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대만 정치가 혼란스러운데 그런 사회적 배경이 사람들에게 많은 영항을 끼치는 것 같다.” - <밀레니엄 맘보>는 서기라는 배우를 재발견한 영화다. <쓰리 타임즈>에선 그 새로움이 한층 성숙하게 묻어난다. 감독으로서 그녀가 가진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밀레니엄 맘보>의 서기 모습이 여러 사람에게 충격이 됐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 영화를 찍기전까지 그녀에 대해 잘 몰랐다. 그녀가 찍은 영화도 본적이 없다. 광고만 몇 편을 봤는데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고 그 인상이 좋아서 함께 영화를 찍게 됐다.” - 중국어 원제가 <최호적시광>이다. 이 원제는 어떻게 붙여졌나. “작가로 일하는 내 친구가 붙여준 제목이다. 또한 내가 영화를 찍을 때 마다 그 과정을 함께 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내 영화를 잘 안다. <최호적시광>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시간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 제목은 영화의 배경이 된 시간이 정말 아름답다는 의미라기 보단 어떤 시간이든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또한 연애몽, 자유몽, 청춘몽이라는 소제목은 1930년대 일본의 대만 침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노래 가사에서 따온 제목이다.” - 김동호 위원장과는 특별한 사이로 알고있는데. “먼저 김동호 위원장님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말이 없고 술을 좋아하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다. 일단 술을 마시고 나면 말을 안해도 통하는 게 생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인생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 분위기가 뭐든 잘하고 마음이 넓을 것 같았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타이거 클럽이라는 게 있다. 지금 현재로서는 신입회원이 없다. 가입을 원하시는 분들은 환영하겠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1980년 ‘귀여운 소녀들’로 데뷔한 이래, 1989년 ‘비정성시’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1993년 ‘희몽인생’ 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인연도 깊다. ‘상하이의 꽃’, ‘밀레니엄 맘보’, ‘카페 뤼미에르’ 등의 영화들이 부산에서 상영됐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올해 부산에서 새롭게 개설한 AFA 학교의 초대 교장선생님으로 취임했다. ‘쓰리 타임즈’는 1966년 1911년 그리고 2005년 현재,각기 다른 시대의 사랑이야기를 장첸과 수치 두 배우가 연기한 작품. 올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을 전면 재편집해 분량도 120분에서 135분으로 늘였다. 이 작품은 칸에 이어 타이베이 뉴욕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