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위한,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공화국   [문한별의 언론따지기]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안기부 X파일'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꼭꼭 숨겨라. 삼성 알몸 보일라~!" TV 생방송 도중 바지를 까내리고 성기를 내비친 인디밴드.  한 인터넷언론에 '맥아더 전쟁광' 발언을 게재해 보수세력의 성감대를 건드린 강정구 교수.  정치인과 재벌과 언론과 검찰의 불법야합 실상을 만천하에 까발린 X파일.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들 세 가지 사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게 뭔가?  바로 가장 수치스럽고 비밀스런 알몸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것이다.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 두 명은 볼품없는 '19금' 하체를 전국민의 눈 앞에 들이대 혐오감을 증폭시킨 죄로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경찰에 불려갔다. 설마 제 정신으로 그리 했겠느냐는 경찰의 전문가적 의심 덕에 거기서 마약검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약물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밝혀져 오늘이나 내일쯤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런 의미도 찾아볼 수 없는 낯뜨거운 노출 퍼포먼스로 인디 전체의 얼굴에 먹칠을 한 이들의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이들 때문에 홍대 앞 라이브클럽이 저열하고 음란한 공연이 상시 펼쳐지는 범죄의 온상으로 매도되고, 나아가 인디음악의 등용문 노릇을 한 '음악캠프'까지 애꿎게 문을 닫게 됐으니 그 피해를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앞뒤를 분간 못하는 철 없는 망둥이들은 곤장으로 다스리는 게 제격이다.  대중음악을 선도할 전위노릇을 하랬더니 생뚱맞게 '바바리맨 놀이' 재미에 빠져 허우적댄 그들의 나사풀린 머리상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바지는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나 벗는 것이지 TV 앞에서 벗는 게 아니다. 카우치 멤버는 인디정신을 논하기 전에 이 기본적인 상식부터 되새겨야 한다. 알몸 노출 사건목록에 강정구 교수가 왜 끼었는지 의아해 할 분들이 많으실 게다.  해명하자면, 여기에 강 교수를 포함시킨 것은 순전히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때문이다.   김 고문은 지난 1일자 자신의 기명칼럼 "강정구 발언이 의미하는 것"에서 강 교수의 '맥아더 전쟁광 발언'을 분석하여 가로되, "건국 이래 한국의 반공에 눌려 지하에 머물렀던 NL세력이 마침내 지상으로 표출하는 신호탄을 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이제 친북세력은 당당하고 꺼릴 것이 없다는 태도다." "지하에 머물렀던 NL세력이 마침내 지상으로 표출....이제 친북세력은 당당하고 꺼릴 것이 없다는 태도" 운운하는 김 고문의 말에서 '언더 그라운드'(지하)에서 활동하던 인디밴드가 공중파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꺼릴 것 없이 행하는 장면을 연상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상 김대중이 말하고자 한 것도 바로 그것이니까. 김대중에 따르면, 강 교수의 발언은 '지하에서 암약하던 빨갱이들의 지상 스트립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소위 '정통보수세력'의 위기감을 고취시키고 친북세력과의 일전불사를 독려한 것도 다 그 때문 아니겠는가. 듣자니 동국대가 요즘 '강정구 교수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강정구 교수 제자라는 게 부끄럽다"며 "‘강정구 교수 추방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진리와 자유의 전당인 대학에서 글 한 편을 가지고 교직에서 자르라고 하는 것은 망발이다"고 그를 옹호하는 학생들이 학내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일이 이쯤되면 보수언론에서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는 친일청산"(조선 사설, 2005.3.29) 식의 사설이라도 낼 법 하련만 어찌된 일인지 말 없이 웃기만 한다. 제자가 스승을 '친일'로 고발하면 '문화혁명'이고, 제자가 스승을 '이념'으로 재단하면 '헌법존중'인가?(cf. 조선 사설 "강 교수는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품에 안기라", 2005.7.29)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알몸 노출사건의 최고봉은 정, 경, 언, 검의 4각 유착을 폭로한 안기부 X파일이다.  X파일이 터지기 전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트릭스 시스템을 운영하는 권력자들이 그렇게 믿도록 만든" 대로 "매트릭스라고 불리는 풍요로운 가상현실"을 "진짜 세상으로 착각"하며 그렇게 살아 왔다.   그러던 차에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 고위관계자와 중앙일간지 사주라는 두 주인공이 나눈 대화록" 곧 X파일이 유출되는 대사건이 터졌고, 국민들은 이를 통해 마침내 자신들이 얼마나 "비참한 실제 세상"에서 살아 왔는지를 똑똑히 목도하게 되었다.(이상 조선 김창균 칼럼, '매트릭스와 X파일", 2005.7.27)  그 결과....? "X파일 속 세상은 국민들이 듣고 보았던 세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두 가지 세상이 동시에 진짜일 수는 없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X파일의 두 주인공,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X파일은 사실이 아니다. 믿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X파일 속 세상이 진짜고, 우리가 봤던 세상이 가짜라면 어찌되는 것일까.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일반 국민들은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허상을 진짜 세상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ibid) X파일 폭풍으로 인해 서 있는(서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무너져 있었는데, 멀쩡히  서 있는 것처럼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X파일 이후에 바라보는 세상은 그 전과 같을 수 없다.  거짓에 기초한 추악한 알몸이 들통난 까닭이다.  그 점에서 X파일의 가공할 파괴력은 인디밴드의 성기노출과 강정구 교수 발언파문에 비할 바가 못된다. 시청자들의 동공을 순간적으로 확대시킨 카우치 멤버의 돌출행동은 얼빠진 몇몇 젊은이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봐 줄 수도 있다.  보수층의 혈압을 높인 강 교수의 발언은 학자적 소신에 따른 개인행위로 너그럽게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X파일은 어떤가?  그것은 전 국민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어 '우리 사는 세상이 진짠가 가짠가' '과연 진실이 존재하기는 한 건가' '영화와 현실의 경계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찌 이를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진대 제 정신이 박힌 사회라면 X파일을 남김없이 까발려 무너진 것을 바로 세우고 어그러진 것을 바로 펴는데 전력을 다 기울일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세상에선 그런 기대를 갖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허망하다.  보라.  X파일의 몸통인 삼성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삼성은 순간이동으로 자취도 없이 휘발됐다.  '불법도청' '음모론' '전·현직 대통령 싸움붙이기' 등 언론이 배설한 허접한 쓰레기들만 남긴 채. '권-경-언-검'의 한 축인 검찰 또한 마찬가지.  그들에게 삼성을 수사할 마음이 애시당초 없었다는 것은 전국민 공지의 사실이어늘 생뚱맞게 '독수' '독과'론을 들먹이며 방패로 삼는 모습이 외려 궁색해 보인다. 차제에 정색하고 그들에게 묻고 싶다.  삼성이 건넨 떡에는 독 대신 꿀이 묻어 있던가? 그래서 그처럼 맛있게 꿀꺽 삼키고 말았는가?  '독수' '독과'는 안되고 '독병'은 손대도 무방한가?   삼성에게 발목 잡혀 연일 '특검'과 '특별법'을 핑퐁처럼 주고받으며 책임 떠 넘기기에 급급한 정치권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회피한다.  무늬만 인간인 그들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이 모양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삼성을 위한,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공화국이다.  바지 하나 잘못 내린 죄로 경찰에 불려가고, 입 바른 말 입에 담았다고 인민재판이 성행하는 무서운 이 나라에서, 그러나 오직 삼성만은 온갖 불법 탈법을 일삼아도 언제나 독야청청 무사태평 만수무강하시다. 빌어먹을. (주: 문한별, 문성씨는 언론수용자의 권익찾기 운동을 벌이는 (사)언론인권센터(www.presswatch.or.kr)의 대외협력위원장입니다. 블로그 주소는  http://blog.empas.com/kolbe1251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