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CBS 로웰 버그먼과 한국의 MBC 이상호 요즘 장안에서 이상호 기자의 속칭 ‘X파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검찰과 법률회사 자문 결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받을 수 있고,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전달받았다”고 말하면서 방영 자체를 보류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일전에 보았던 영화 ‘인사이더’(Insider)가 생각났다. 이 영화는 1993년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1999년 마이클 만 감독이 러셀 크로우와 알 파치노를 주연으로 하여 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봄에 개봉하였고, 비디오가게에서 상, 하로 된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볼 수 있다. 간단히 이 영화를 소개할까 한다. CBS 방송의 시사프로인 ‘60분’의 PD 로웰 버그먼은 입수한 담배 관련문건을 설명해 줄 사람을 찾다가 세계 3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브라운 앤 윌리엄스’에서 부사장으로 재직 중 해고당한 제프리 와이건을 알게 된다. 와이건의 해고는 ‘원만치 못한 대인관계’가 표면적인 사유였으나, 실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처리물질을 담배제조 과정에 첨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생산중단을 요구하는 등 회사의 기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그먼은 와이건에게 진실을 알릴 것을 설득한다. 그러나 와이건은 기밀에 대해 입을 다물겠다는 비밀엄수 약정서에 서명하였기 때문에 이를 어기게 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와이건은 결국 유해제품을 생산하여 사익을 추구하고 있는 담배회사의 비윤리적 행태를 밝히기 위해 방송 인터뷰에 나가게 된다. 그러나 CBS에서는 비밀을 준수하기로 한 양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하여 그 비밀을 누설하게 한다면 그 제3자는 소송을 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더 큰 이유는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CBS가 추진 중이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고, 임원진들의 몫이 될 막대한 이익이 사라질 수 있다는 데 있었다. 버그먼은 와이건이 얼마나 힘든 결단을 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CBS의 추악한 일면을 ‘뉴욕타임스’에 제보함으로써 그 역시 내부공익제보자가 된다. 결국, 와이건의 인터뷰는 방영되고, 이 사건 이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엄청난 소송이 제기되었으며 그 손해배상액은 2,460억 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지금 MBC가 말하는 것처럼 불법 도청한 테이프를 공개하는 것은 통신비밀법 위반처럼 불법행위일 수 있다. 이것은 영화에서 CBS의 주장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과연 MBC가 불법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퇴폐업소 등 불법현장을 취재하는 방송국의 몰래카메라이다. 이것 역시 명백하게 불법행위이지만 이것을 용인하는 것은 공익을 파괴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언론의 목탁 역할 때문일 것이다. 방송국이 어떻게 보면 만만한 위반자(?)들에 대해서는 몰래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국내 굴지의 재벌과 언론사와 관계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해본다. 영화에서처럼 버그먼이 자신의 방송국에 실망하고 신문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우리 이상호 기자가 MBC의 형태에 분노해서 한겨레신문과 같은 신문사에 취재 내용을 넘겨준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영화에서 결국 CBS가 인터뷰 내용을 방영했듯이 MBC는 공익의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이상호 기자의 ‘X파일’을 방영할 것을 촉구한다. (이지문; 군내선거부정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