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넓은 틀에서 보면 문화부는 공중파의 '공영체제' 보다는 방송의 해외 '경쟁력'에 더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한류 돌풍은 문화부가 시장논리를 교묘히 드러내는데 더 없이 좋은 엄폐물로 등장한지 오랩니다. 문화부가 이같은 극단적 신자유주의 방송관을 유지한다면 문화부의 행정사무를 산업자원부나 나아가 시장 기관이 맡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경쟁력 만으로는 설명되어질 수 없는 마지막 영역, 바로 그곳에 '문화'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한 심정으로 양문석 박사의 글을 권합니다. 양 박사의 글은 외부채널 문제를 가장 본질적이고 공격적으로 접근한 탁견으로 보입니다.) 외주전문채널이 3년 연속 논쟁을 이어간다. 문화부의 뿌리 깊은 지상파방송에 대한 적대감이 토론회에서 표출되기도 하고, 지상파 관계자들이 문화부의 오만함에 치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정리하고 갈 것이 좀 있다. 먼저, 문화부가 외주전문채널을 고집하는 것을 ‘언론장악 음모’로 몰아붙이기는 사실상 궁색한 비판이다. 언론장악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사를 갖기 위한 ‘술수’ 정도로 비판하면, 관료들이 가진 조직이기주의라는 일반성에 비춰 설득력은 있다. 둘째, 문화부와 방송위원회의 관계다. 방송법이 개정되기 전엔 ‘합의’라는 두 음절이 끊임없이 갈등요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송정책을 전담하고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곳은 방송위다. 이는 법 이전에 상식의 영역이다. 방송정책이라는 산과 숲을 구상하고 나무를 그려 넣는 화가도 방송위다. 하지만 지상파에 대한 감정적 논리로 그 수많은 방송정책 중 오로지 ‘외주전문채널 설립’이라는 나무 한 그루만은 죽어도 문화부가 그려야 된다고 떼를 쓴다. 셋째, 문화부의 거짓말 문제다. 얼마 전 외주전문채널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문화부 고위간부가 하는 말인즉슨 “방송위가 외주정책 실패의 책임자”라는 것이다. 10여년간, 적어도 통합방송위 1기까지 문화부가 외주정책을 좌지우지해 왔다. 그리고 겨우 2기 출범하면서 실질적인 정책권이 방송위로 넘어갔다. 문화부가 노골적인 면피작전을 구사하며 국회에서 공개적인 거짓말을 한 꼴이다. 넷째, 매체간 균형발전에 대해 무지함이다. 독과점 등 지상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문화부가 또 하나의 지상파를 설립함으로써 독과점을 심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이렇게 최소한의 상식만으로 문화부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식에 기반한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 논리와 주장을 보면 문화부가 가엾기도 하다. 먼저 문화채널, 대안채널, 외주채널로 채널의 성격을 잡았던 기존의 안에 자문위 의견은 ‘한류채널’이었다. 그리고 내부 보고서에 의해 최종적으로 독립채널 대안채널의 성격을 강하게 표명하면서 하위 개념으로 한류채널의 성격도 넣어보자는, 좋은 말과 좋은 명분이라면 모든 것을 하자는 주장이다. 문화와 대안이라는 명분은 좋다. 그런데 이를 구현할 채널은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문화부는 외면한다. 케이블TV와 위성TV를 통해 ‘문화와 대안’이란 키워드를 흡수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위성DMB 지상파DMB가 방송서비스를 실시하고, 내년엔 고정식 매체로서 IPTV, 이동식 매체로서 WiBro와 HSDPA 등 새 매체들의 등장이 예고돼 있다. 그리고 지상파 의무외주비율 35%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왜 외주전문채널 그것도 서울지역만 겨우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이 없다. 둘째, 외주제작사들의 외주전문채널 찬성론이다. 외주전문채널 설립의 전제는 현행 지상파 방송의 외주의무비율 축소다. 힘 있는 외주제작사 또는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은 행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드라마 외주제작사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환경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드라마 제작사는 외주비율 축소의 부담을 고스란히 안은 채, 또 외주전문채널의 불안정한 재정구조의 부담이 그대로 전가돼 제작비 등의 열악한 제작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누구를 위한 외주정책이고 누구를 위한 외주전문채널인지 냉정한 검토가 있어야겠지만, 외주제작사협회 일부의 ‘탐욕’으로 인해 오로지 찬성론만 존재하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문화부가 정책실패를 만회하는 방법론이다. 문화부는 방송위의 영역을 인정함으로써 손을 빼든지, 아니면 방송위와 긴밀히 ‘상의’해 실패의 결정적 요인인 제작비인상 표준계약서 저작권문제 인프라 지원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전혀 상식밖에 새로운 지상파 방송사 설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이다. 문제 분석능력도 대안설정도 못하는 문화부는 이제 ‘농간’수준의 정책을 포기하는 게 욕 덜 먹는 일이다. 문화부 내의 작은 부서 하나가 방송정책을 좌지우지하려는 꿈, 그 꿈에서 깨어나길 기대한다. (양문석, EBS 정책위원, PD 연합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