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입은 신부, 화장실로 뛰어가다 [결혼 에피소드] 결혼식, 멋지게 다시 한번 하고 싶다 난 2003년 1월 한파가 몰아치던 날 결혼을 했다. 아닌 폭설로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하객들께서 교통사고가 나는 등 여러 어려움 끝에 겨우 겨우 참석하실 정도였다. 결혼식 전날. 신랑, 신부, 우인들끼리 피로연을 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며 친구들 중 첫타자로 시집을 가는 내게 친구들은 짖궂게도 술잔을 돌렸고 평소 소주 두 병에도 끄떡 않던 나였기에 넙죽넙죽 잘도 받아 마셨다. 시간은 흘러 새벽이 되었고 그때까지 붙잡고 놓아 주지 않던 친구들 몰래 빠져나와 집에 와서는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결혼식 당일날 미용실에 도착해야 할 시간은 9시였지만 일어난 시간이 8시 40분이었다. 맙소사. 허겁지겁 챙겨서 미용실에 30분 늦게 겨우 도착을 했고 그때부터 신부 화장을 시작했다. 전날 과음한 탓에 속은 울렁거리고 감기 때문에 콧물은 줄줄 흐르고 연신 콧물을 훌쩍거리며 겨우 신부 화장을 마치고 드레스를 입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신부 입장을 하고는 주례선생님 앞에 섰는데 왜 이렇게 주례가 긴지…. 가만히 서서 주례 말씀을 듣고 있노라니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뱃속은 부글부글 끓고 자꾸 흘러 내리는 콧물 때문에 훌쩍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발, 그만 하셨으면. 제발...' 마음 속으로 주례 선생님께 얼마나 빌었는지 모른다. 그때였다. 뱃속에서 계속 부글부글거리더니 드디어 신호가 오고 만 것이다. 아무리 엉덩이에 힘을 주고 정신을 집중시켜 보아도 곧 터져나올 것 같아서 도저히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엄청난 상황을 어떡해야 하나. 얼른 화장실에 가야할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이 신랑에게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오빠, 나 어떡해. 응가 마려워~." 당황한 신랑도 어쩔 줄을 몰라 하다 도저히 안되겠던지 사회 보는 친구에게 손짓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한 사회자의 한마디. "주례 선생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지금 신부께서 뭔가 급한 일이 있나 봅니다. 죄송하지만 잠시 후에 다시 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하객들은 웃고 양가 부모님들은 당황해 하셨지만 내겐 더 이상 여유를 부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뛰다시피 식장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이번엔 드레스가 말썽이었다. 넓게 퍼진 드레스를 어떻게 하고 볼일을 봐야 하나. 그때 드레스를 잡아 주는 분이 따라오셔서는 자기가 잡아줄 테니 얼른 일을 보라며 드레스를 잡아 주는 게 아닌가. 창피도 그런 창피가 또 있을까. 난 그렇게 그 분과 함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식장으로 들어가는데 왜 이렇게 시선들이 따갑고 쑥쓰럽던지. 친구들은 "무슨 이런 애가 다 있냐~ 결혼식 도중에 화장실 가는 게 어디 있냐"면서 아직까지도 놀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창피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기억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결혼식은 다시 한번 제대로 하고 싶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신랑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다시 한번 하면 진짜로 잘할 자신 있는데..."   (박지숙; 오마이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