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부선의 대마 비범죄화와 위헌소송에 부쳐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오래된 이 페미니즘 프락시스 명제는 내 인생길에 큰 영감을 주었다. 말 한마디에 자극받아 인생길과 방향이 변하는 건 아니지만, 이 명제는 페미니즘용만은 아니다. 인권의 한 가지인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자신과 타자를 위해 얻어내려는 개인에게 '그건 너무 이기적인 거야'라며 공론화의 싹을 자르는 거시적 집단주의 검열·길들임 장치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훌륭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대마흡연 사건이 터진 뒤 벌어진 '김부선의 대마 비범죄화 운동'을 바라보다가 참여하면서 나는 바로 위 명제의 프락시스를 목격하는 감동을 느낀다. 에로배우 출신 애마 김부선씨가 주홍글씨 문신을 서서히 지워내며 고통과 시련을 자양분 삼아 성숙한 연기자로 꽃피어나는 시점, 그녀가 대마파동으로 돌을 맞으며 거듭나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과 연예인에 대한 편견이 만나는 교차로적인 상징적 사건이다. 이번에 같이 나선 한국의 존 레논인 전인권. 그가 한국 아닌 다른 나라, 개인의 자유가 보다 보장된 네델란드나 스웨덴, 프랑스 같은 데서 우연히 태어났다면 평화운동가 뮤지션이 되었을 법하다. 과거 신중현도 비틀즈 이상 가는 뮤지션으로 꽃피었을 것이다. 우울과 열정으로 점철된 우리 인생을 치유하고 에너지를 주는 대중음악인 조덕배, 강산에, 신해철…. 그들은 통치 권력이 대마를 정치적으로 검열하는 시절에 마약사범이란 범죄자 낙인이 찍힌 채 감옥으로 갔다. 그들은 유명 연예인이기에 마약사범이라는 '참혹한' 이미지를 미디어에 공개당하며 권력의 과잉과시용 희생양이 되어왔다. 우리의 무지와 무경험이 그걸 수용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이런 이미지들은 '(대중과 통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알고 보면 문란 딴따라'라는 편견을 강화시켜 왔다. 이 편견은 고급 예술론적 관점에서 대중문화예술인들을 폄하하는 속물적인 엘리트주의와 공모하는 논거처럼 작동하기도 한다. 그때 그 시절, 공권력은 대마흡연 연예인을 마약사범으로 잡아들여 ‘모범시민 만들기’ 표상을 보여주었다. 조국 경제발전의 산업역군 되기를 개인의 인생살이 방식과 삶의 지향점으로 세뇌해온 지난날의 금지들 - (범죄방지로?) 통행 금지, (불결하기에?) 장발 금지, (성폭행 방지차원의?) 미니스커트 착용 금지, 대마(마약이기에?) 금지, (국론분열죄이기에?) 국가나 대통령 비판 금지, 수많은 금지, 금지, 금지들…. 서양식 근대화 기제 도입 과정에서 민주주의, 자본주의, 산업화 경제발전주의, 생태환경주의, 페미니즘까지도 이 땅에 그 실천공간을 확장해갔지만 어인 일인지 기이하게도 개인주의는 여전히 너무도 부족하다. 심지어 개인주의를 이기적이라는 편견 속에 가두어놓고 있으며, 공익적 개인주의는 더더욱 부정한다. 그러면서 이기적인 집단주의, 이기적인 작은 살림 가족주의를 인생살이 방식과 도덕률로 강요하는 몰개인주의적 민주주의를 전통적인 한국적 가치인양 산화화 하는 바이러스가 아직 이 땅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바이러스는 자신다움으로 자연스러워서 자유롭고 그래서 즐거울 수 있는 각자의 인생길을 왜곡시키며 질곡에 빠트리는 치명적인 마약이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는 자신의 몸을, 자신의 행복을, 자신의 취향을,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를 몰래 숨어서 행사하게 됐다. 또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은 표리부동형 인간형을 정당화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인생은 다 그런 거야’ 라는 순응주의자들을 보통모범시민으로 키워내는 것이 한국식 민주주의는 아닐 것이다.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과 인권을 상정하지 못하고 살아온 지난 시절의 집단 파쇼적 바이러스의 마약적 효과가 이제 해독작용에 들어가야 한다. 그 여정에서 수행할 프로젝트를 떠올려보니 상당히 많다. 내 머리와 에너지의 한계로 암담하지만 하나씩 때론 동시다발적으로-서로 연결되었기에-공론의 장에서 풀어내는 게 해법인 듯하다. 많은 여성을 씨받이용 마마로 폄하하면서, 많은 남성에게 과잉부담을 지어준 호주제를 해체하는 데 50여년이상 걸렸다. 자연스러운 존재의 순환과 소통에 숨 막힘을 주는 매듭은 오래 걸리더라도 풀어야 한다. 이런 걸 하기 위해 공론의 장을 가진 민주주의란 콘텍스트가 정치시스템으로 아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 김부선이 시작한 의로운 공익투쟁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이런 작업은 자기가 태어난 기질을 꽃피우며 자유스럽고 즐겁게 살고픈 이들에겐 절실한 일이다. 대마 논쟁판 저변에는 개인주의와 결합한 인권, 행복추구권이 깔려있기에 그렇다. 수배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내겐 ‘국보법 철폐’가 거시적 혁신 어젠다의 핵심이다. 대마흡연 연예인과 일반인을 생물학적 논거 없이 마약사범으로 몰던 공포로 개인의 ‘몸-맘’을 길들이는 견본시적 인권유린 사태가 ‘대마비범죄화운동’으로 공론화 장에 들어선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겐 ‘연예계의 국보법 철폐’ 같은 혁신과제로 보인다. 그간 다양한 억압해체, 탈세뇌화 작업을 나 개인에게 또 이 사회에서 수행하면서 깨달은 지혜 하나. 그것이 뭐든 과학적으로 자연생태학적으로 인간애적으로 잘 알고 이해하고 공론화하여, 논쟁하고 설득하며 풀어가면 그에 적절한 대응방식이 나온다는 점이다. 잘 알면 두려움 대신 실천적 정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프락시스에는 때론 긴 시간과 오랜 투쟁, 개인의 공익적 헌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해내는 게 즐거운 인생이고, 자연 생명체로서 존재의 사명이란 점을 깨달았기에 내겐 이 사안이 대마흡연 연예인 취미생활 합법화용으로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대마는 의학용으로 사용, 권장된다는 임상사례가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 여러 나라에 문건들로 나와 있다. 마약중독 해독센터에서는 다른 강력한 마약으로부터 탈출하는 출구약 (‘관문이론’을 깨고나온 임상사례이자 이론인데 나는 이걸 자의적으로 ‘exit drug'라고 부르기로 했다)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고달프고 즐거운 산책길에 동반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런 당신을 찾으러, 그런 당신과 연애 같은 연대를 꿈꾸며 온라인 미로로, 전화로, 미디어로, 법정으로 광장으로 나간다. 마지막으로 이 사안의 이해를 돕는 흥미로운 책 두 권, 대마가 범죄자이자 혁명가를 만드는 비의를 파헤친 <대마를 위한 변명>(유현 지음)과 <욕망의 식물학>(마이클 폴란 지음, 최재천 감수)을 당신께 권한다.   (주: 오마이뉴스, 유지나 기자의 글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