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화연대의 성명내용입니다. 언론개혁적 관점에서 SBS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문제의식이 가장 잘 녹아있는 문건입니다. 참조하세요.> SBS의 총체적 혁신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최대 모순 중 하나인 미디어개혁은 권력의 도구 차원을 넘어 스스로 권력화하고 있는, 자본주의화하고 있는, 그래서 인․민 다중이 가져야 할 정당한 언론의 권리를 억압하고 있는 거대 신문사들과 방송사들의 전횡을 중지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변화의 상대는 언론이라기보다는 바로 이 언론을 옥죄는 상업화되고 거대화된 미디어 권력이다. 소수를 중심으로 집중된 현재의 미디어 체제는 사회 내 다양한 표현과 소통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문화의 진화를 방해할 따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연대는 미디어 독점 구조의 해체가 민주적인 언론과 자유롭고 평등한 소통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크게 부족한 문화다양성 가치를 심화시키는 측면에서 매우 긴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기존 ‘언론운동’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결합․연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신념에서이다. 문화연대는 앞으로도 미디어 개혁 문제에 문화사회의 구성이라는 진보적 관점에서 적극 관심을 갖고 개입할 것이며, 타 단체들과도 긴밀한 연대 관계를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 우리는 작금의 SBS 문제에 대해서도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코자 한다. SBS는 사업권 허가 당시부터 온갖 논란과 구설수에 휩싸였으며, 시청률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방송사간 선정성과 상업성, 저질성의 과다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방송문화의 진보와 사회를 위한 공익적 서비스 측면에서 대체 SBS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회의가 따랐다. 지금까지 SBS가 이룬 것이라고는 10대 위주의 자극적 오락 편성에 기초한 TV 프로그램 전반의 상업화, 스타 모시기에 따른 연예인 몸값 올리기와 연예산업의 권력화, 그에 따른 PR비 등 구조적 비리와 폐해 외에 대체 무엇이 있는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도 약속한 사회 환원을 제대로 않음으로써 가능했던 이윤 축적과 모기업 확장 외에 무엇이 있는가? 수구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반개혁적이고 보수적인 뉴스를 사회적으로 유포한 것 외에 대체 한 일이 무엇인가? 최근 방송위원회로부터 재허가가 보류되자 타협안을 내놓고 얼버무리자는 기회주의적 태도 외에 어떤 자세를 보여 왔는가? 최근 불거진 SBS 논란은 바로 이런 총체적 부실의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지금이 사회적 기대에 걸맞게 SBS를 개혁할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노사간 소위 ‘약속’이 이루어졌으니 당분간 기다려보자는 제안은 옳지 않다. 대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SBS가 시청자들에게, 시민에게, 사회 전체에게 준 신뢰가 어디 있는가? 모순을 파 해치는 보다 발본색원적 운동이 있어야 한다. SBS 문제를 한국 방송문화의 민주적 재구성이라는 총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기적 자본의 손아귀에 있는 SBS의 해결 없이 방송의 진정한 민주화는 요원하다. 우리의 이런 문제 제기가 결코 ‘신문개혁’에 대한 고삐를 늦추자는 의미가 아님을 밝히고자 한다. 신문개혁이 중요하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백히 드러난 SBS의 모순을 넘어가는 것은 미디어개혁이라는 궁극적 운동의 목표에 결코 부합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과 요구사항을 밝히는 바이다. 1. 윤세영 회장은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SBS에서 즉각 손을 떼라. 그럼으로써 소유와 경영의 분리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편성의 자율성이라는 방송의 공공적 기대에 제대로 부합해야 할 것이다. 2. (주)태영은 수익의 1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금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약 350억의 출연금이 과연 전체 수익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3. SBS는 사회 환원 약속이 “허가조건이나 법률적 사안이 아닌 구두 약속 사항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이 주장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허가조건을 어긴 것이 맞다면, SBS의 재허가는 마땅히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4. 윤석민 SBSi 대표이사를 둘러싼 끊임없는 잡음은 SBS 얼마나 후진적인 체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그가 비상근 상무급 경영위원직에서 사임하고 앞으로 SBS의 대표이사나 집행임원을 맡지 않겠다는 말에 전혀 만족할 수 없다. 약속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노조 측과 함께 예의 주시할 것이다. 5. SBS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물 관련 보도에 대해 태영 측과 아무 상관없이 순전히 사회의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SBS가 그럼으로써 사회적 비판을 봉합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SBS는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성실한 답변을 내 놓아야 할 것이며, 방송위원회도 이 사안에 대해 확고한 판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6. 현재 SBS에 사외이사 혹은 시청자위원의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지금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제도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결국 사태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일 옳을 것이다. 7. 태영의 서암학술장학재단, SBS문화재단이 재정 지원한 교수와 언론인들의 명단과 전공, 지원 규모 등을 상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명백히 이해관계가 걸린 언론학자 등이 태영과 SBS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행태는 학문의 자율성을 치명적으로 손상할 수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는 바이다. 우리는 위에서 제시한 일곱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SBS측과 방송위원회, 그리고 기타 당사자들의 분명하고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SBS를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맞게 혁신하는 길이라고 본다. 우리는 SBS 문제 해결이 언론을 장악한 거대 미디어 권력 체제를 민주적으로 해체시키고 변환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됨을 다시 한번 강조코자 한다. 우리는 이미 KBS와 MBC가 드러낸 시청률 경쟁의 문제점에 대해 이미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영방송 KBS 내 개혁적 흐름의 퇴조, 정연주 사장의 개혁적 의지의 후퇴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시했다. 우리는 SBS의 문제 해결 없이 시민의 이익을 위한 진정한 공익방송 체제의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이 땅에 시청률 경쟁의 악몽을 가져온, 방송사간 과다 상업적 전쟁의 저주를 소개한 SBS의 개혁은 방송의 혁신, 문화의 진보를 위한 길이다. SBS의 총체적 혁신은 중지될 수 없다! 11월 2일 문화연대(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