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2004-08-28 09:59] 최근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성현아가 에이원이라는 이름의 가수로 데뷔했다. 누드와 전라베드신 등 그간 성현아가 연기로 보여주었던 섹스어필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왔음은 물론이다. 특히 그는 영화 <주홍글씨>에 캐스팅 되어 촬영을 진행 중이라 언론에서는 가수활동보다도 그의 영화 정사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대중문화평론가 배국남은 <성현아씨, 가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에서 성현아의 가수 데뷔를 비판했다. "아무리 한 사람의 연예인 자원을 다양한 분야에 진출시켜 이윤을 극대화하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Multi Use) 전략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리고 상당수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스포츠지와 방송들이 칭송하고 과장한 사이비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범람하는 상황이지만 가수로 나서려면 최소한의 가수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가창력을 갖추고 시청자가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노래를 못 부르고 몸으로 때우는 가수들도 많은데'라고 반박하면 할 말은 없어집니다. 당신처럼 연기자로 활동하다 가수로 영역을 확장한 차태현, 박용하, 안재모, 박광현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수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가창력 때문이지요. 가수로 활동하다 연기의 영역으로 진출한 사람들이 연기력 부재로 대중문화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현상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연기자나 가수는 인기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배국남의 이러한 비판은 필자가 지난 해 이효리 신드롬을 비판했던 맥락과 같이 한다. 이효리 신드롬은 음악을 음악으로 듣지 않고, 오직 왜곡된 연예저널리즘이 창출하는 오락적 쾌로 전락하는 사건이었다. 이효리 이후의 댄스가수들은 음악을 파는 것이 아니고 이미지를 팔아 오락프로 출연료로 돈을 버는 상황으로 몰렸다. 어쩌다 이효리처럼 성공하는 특정 가수의 경우 한시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지만, 가수라는 아티스트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서 대중음악은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도 위기로 내몰렸다. 음악은 영화와도 달리 돈주고 사듣기 보다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어도 충분한 장르로 천대받기 시작한 것이다. 배국남의 성현아 가수 데뷔 비판은 이러한 음악시장의 위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대중음악이라는 고유한 장르의 붕괴까지 염려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배국남은 성현아를 연기자 출신이라 비판했지만, 엄밀히 말해 가수출신 이효리라고 해서 성현아보다 음악적으로 더 뛰어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음악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이 점에서 배국남의 비판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성현아의 가수 데뷔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성현아 개인이 가요시장을 망치는 주범이라 비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이효리 신드롬은 비판해도 핑클은 비판하지 않았던 것과도 똑같은 일이다. 핑클이 공개 콘서트에서 히트곡 'white'를 립싱크 했을 때, 그들의 팬들은 핑클의 가창력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팬클럽 게시판 역시 "유리 누나의 벙어리 장갑이 펴지지 않아 당황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라는 유형의 글이 주를 이루었다. 핑클이 주는 쾌는 음악성과 가창력이 아니라 4명의 개성있는 캐릭터가 주는 독특하고도 편안한 이미지였다. 핑클의 음악성이 아닌 이러한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이 때려잡아야할 나쁜 짓은 아니지 않은가? 팬들은 스스로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 그것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핑클팬에게 있어 음악은 핑클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핑클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핑클의 몸통은 음악이 아닌 바로 그들의 캐릭터 이미지였다. 이효리 역시 핑클에서 시작된 이미지를 팔았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핑클이 최정상의 인기를 누릴 당시 가요계는 조성모 등의 발라드 가수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장르의 음악 중 하나로 인정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효리 신드롬이 강타했을 당시, 가요계는 사실 상 혼수상태였다. 도무지 팔리는 음반이 없고, 오직 선정적 장사만이 판을 치는 곳에서 이효리는 최고가수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여러 장르 중 하나가 아닌 이효리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음악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효리나 핑클이나 여러 장르의 음악 중 하나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이 음악시장을 주도한다면 이는 다른 차원에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핑클로 이야기하자면 핑클이 우정의 무대나 대학생 복학생들에게 찬사를 받는 것은, 그들이 주는 쾌를 팬들이 자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핑클을 한국음악시장의 희망과 대안이라 표현한다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말이다. 배국남은 음악이 주는 쾌를 너무 좁게 한정시킨다. "그렇다면 그 즐거움과 재미는 어디서 나오는가요. 섹시한 옷차림인가요, 아니면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농담과 수다를 잘 떠는 재주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이전의 영역에서 누렸던 인기인가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원숙한 연기력과 뛰어난 가창력이 궁극적인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이라고 라고 봅니다." 배국남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자신있게 뛰어난 가창력만이 궁극적인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이라 선언할 수 있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성유리의 벙어리장갑 하나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팬들도 있지 않은가?   핑클, 이효리, 성현아의 음악적 수준은 비슷하다. 그러나 그들이 주는 오락적 쾌의 성격은 그들의 이미지에 따라 각기 다양하다. 대중음악시장을 개혁해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쾌의 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현아가 예술가로 대접해달라고 떼쓰지 않을 바에야, 성현아식 음악도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그만이지 "너 가수 데뷔하지마" 이렇게 규정하는 건 너무 심한 게 아닐까? 뮤직넷에 출연한 성현아의 모습에서 섹시한 '쾌'를 느끼는 음악팬들의 존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가요계가 나가야할 큰 흐름을 제시하는 일은 쉽지 않고, 그래서 섬세함과 포용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가창력 없다고 내치기 보다는 성현아의 이미지도 끌어안고 가면서 음악시장을 살리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성현아의 목표가 최고가수상을 휩쓰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 Copyrights ⓒ Break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