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지난 2001년 6월 이른바 '연예인 노예계약' 파문의 당사자로서 배국남 기자의 글을 읽다보니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당시 제 기사는 상호기사보기 21, 22번에 수록돼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지난 3년동안 얼마나 흘러왔는지.. 대조해보셔도 재밋을 듯 합니다.) 최근 눈길을 끄는 법원의 판결 하나. 바로 최근 서울고법 특별7부(재판장 오세빈 부장판사)가 SM엔터테인먼트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취소 청구소송에서 SM이 소속연예인의 계약 위반시 막대한 배상액을 물게 한 것은 불공정 거래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신인가수 육성이 투자위험이 높지만 일반적으로 투자 위험이 높은 사업은 높은 수익이 예상되고 투자 위험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성공한 가수의 전속계약 파기율이 높다는 이유로 스타급 가수에게 서 실패한 가수의 투자비용까지 회수하는 것은 지나친 손해배상 약정이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1996~1998년 전 HOT 멤버인 문희준, 안승호씨 등과 가수는 전속계약을 위반하거나 연예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일으킨 경우 모든 손해를 배상하며 SM은 가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활동을 중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같은 계약이 SM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라며 2002년 7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판결이 의미가 있는 것은 현재 연예인과 스타의 상품성을 고갈시키며 연예문화를 척박하게 만드는 심지어 스타의 생명이 상실돼 결국 대중문화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연예 기획사의 소속을 둘러싼 계약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새로운 제도 수립에 대한 경각심을 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스타화 메커니즘의 문제중 가장 큰 하나가 바로 이번 SM 엔테터인먼트의 소송의 경우에서 보듯이 소속 연예인과 기획사의 불평등한 계약 관행이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은데다 초기 신인투자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고 신인중 스타로 비상하는 매우 적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신인보다 상대적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획사가 계약을 맺을 때 연예인 지망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한 계약관행이 성행했다. 우선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내용을 담보하는 표준계약서도 없이 구두나 터무니 없는 내용을 담은 계약서로 계약을 맺는 관행이 문제가 된다. 가수의 경우 연예제작자협회 회원 소속사들은 협회 차원에서 마련한 표준 계약서에 근거해 신인들과 계약을 맺고 있지만 상당수 기획사들은 자신들이 임의대로 만든 문제가 많은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예제작자 협회에서 마려한 표준계약서 역시 법적인 제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연기자의 경우에는 표준계약서마저 마련돼 있는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로 인해 기획사의 입장이 유리하게 반영되는 내용을 주조로 계약이 진행돼 신인이 스타로 성장할 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급하게 변호사, 연예문화 전문가, 종사자들이 모여 합리적인 계약서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현재 연예인 에이전시가 신인과 계약을 할 때 전문적 변호사의 입회하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회원 프로덕션사에 강력한 구속력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일본 프로덕션 협회에서 마련한 계약 기준에 따라 연예인과 프로덕션이 계약을 하고 있어 우리에 비해 연예인과 소속 기획사간 문제 발생이 빈번하지 않다. 또한 연예인의 수입배분을 둘러싼 관행 역시 연예인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것도 개선돼야한다. 우리의 경우 기획사와 처음 계약을 할 때 신인들은 기획사가 가수나 연기자 육성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를 들어 상상을 초월하는 작은 월급을 받거나 이 마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수입중 일정한 비율로 분배하는데 이 것도 기획사에게 절대 유리한 수입배분 비율이다. 일정 정도의 인기를 얻는 경우에도 초기계약에 따라 수입의 대부분은 연예 기획사의 몫이 된다. 이에 따라 재주는 연예인이 부리고 돈은 기획사가 챙긴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스타로 비상한 연예인들은 수입배분의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소송이 일고 심지어는 가수나 연기자의 생명이 끝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수 그룹의 경우 대부분 이 때문에 팬들의 바람과 기대를 저버리고 해체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에선 가수의 경우 인세제도가 정착돼 있다. 신인의 경우 7~9%, 스타의 경우 10~15% 인세를 받는다. 그래서 음반 판매량에 따라 수입이 정해진다. 이 때문에 음반을 많이 판매되도 초기에 맺은 계약서에 따라 수입을 거의 챙기지 못하는 우리의 비합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수입배분을 둘러싸고 연예인 생명이 사장되는 경우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연기자의 경우는 출연 계약을 섭외하고 맺는 에이전시에 연기자 수입의 10%내외를 주고 개인 업무를 관리하는 매니저에게 연기자 수입의 10~15%의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연기자는 자신의 수입의 70%를 챙길 수 있다. 가수나 연기자 등 연예인의 95%가 소속된 각종 연예인 프로덕션에서는 프로덕션사협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연예인에게 월급을 지급한다. 프로덕션은 연예인의 활동 기간과 프로덕션사에 대한 기여도, 그리고 인기 등을 반영해 등급을 정하고 등급에 맞는 월급과 대우를 한다. 신인이 갑자기 인기를 얻어 스타가 된다할지라도 엄청난 수입은 올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어 인기가 없다고 할 지라도 월급을 못받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본에는 나이든 연기자나 가수들이 월급 때문에 안정적으로 연예 활동을 하고 장기간 연예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연예인이 인기가 없으면 기획사에서 대부분 재계약을 하지 않아 연예인 생명이 단축되는 경우와 사뭇 다르다. 이와 함께 무조건 연예인이 되고보자는 안이한 생각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계약서에 사인하는 ‘묻지마 계약’을 한 뒤 인기를 얻으면 그 계약서를 파기하는 잘못된 신인들의 의식도 고쳐져야한다. 또한 연예인과 기획사간 불공정한 계약관행에 대한 정부의 개선 지시제도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합리적으로 변경되야한다. 이번 판결로 기획사는 불공정 계약을 한 게 적발되더라도 일단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린 뒤 재적발되면 형사처벌의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공정위가 연예기획사에 대해 항상 감시를 하는 것도 아니고 통상 계약서가 가수와 기획사 사이의 비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불평등한 계약은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냄비가수, 일회용 연예인, 벼락 스타로 통칭되는 단명 연예인들이 범람해 결국 대중문화의 질적 저하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배국남기자 ⓒ[자스민플래닝 04/10 17:55]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