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상호 님은 저와는 동명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 계신 분입니다. 철학을 전공하고 현재 한 지방대학 강단에 서고 계십니다. 때때로 솔직하고 담담하게 우리사회 뒤안의 문제점들을 오마이뉴스에 올려주고 계신데요. 오늘은 이상호 님이 한국 기자들에 대해 일갈해 주신 최신 기사를 옮겨왔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이상호(sookbi)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힘은 여론이다. 이것은 힘의 상징인 군대를 줄이기도 하고, 절대권력인 대통령을 하야시키기도 한다. 현대의 절대권력을 '여론'으로 규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여론은 많은 사람들의 공론이다. 그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이 어떠한 주장에 대해서 판단하고, 그러한 판단이 공론을 만들어 간다. 공론의 표출이 바로 여론인 것이다. 따라서 여론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 여론은 소수의 생산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여론은 정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그 정보가 소수의 기자들과 언론사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정보를 신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한다. 따라서 여론 형성에 있어서 정확한 정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었으며, 이러한 이유에서 정보전달자들은 여론의 생산자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여론 생산자인 언론이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이다. 그들의 정보에 따라서 절대권력인 여론이 좌지우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서 한국의 언론사 취업시험은 '고시'가 되었고, 언론사는 제4의 권력이 되었다. 한국 언론의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권력은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은 중산층을 넘어 권력층이 되어버렸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는 대기업의 급여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그들의 권력은 한국 최고의 권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기본 정서는 늘 보수적이다.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혁보다 현 체제의 안정이 필요하며, 이것은 현 체제 피해자들의 개혁의지를 밟고 서 있다. 안정된 급여와 강한 권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개혁의지는 늘 방해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왜곡가능성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정확한 정보의 전달을 위해서 그들에게 권력이 주어졌지만, 이후 생산되는 정보는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정확한 수사를 위해서 쥐어준 검찰 권력이 이후 조직의 안정과 권력의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되면서 기자들은 더 이상 가난한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정보의 이름으로 전달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아니, 전달할 수 없게 되었다. 가난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쓴 소주 한잔을 마셔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을 그들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자기 아들을 전쟁터로 내 보내야 하는 힘없는 서민들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없으며, 자기가 사는 땅에 핵폐기물을 방치해야 하는 힘없는 주민들의 마음 역시 알 수 없다. 그들에게서마저도 가난한 사람들은 경쟁사회의 패배자로 낙인찍히고, 자신의 땅에 핵폐기물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땅이나 지키려는 이기적 집단으로 묘사되며, 이러한 의사를 표현하는 그들의 행동은 폭도로 규정된다. 권력은 상위 권력을 향하는 속성을 가진다. 많은 정치부 기자들이 정치권력을 꿈꾸거나 실제 그 길을 가는 것은 언론의 정보전달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사용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권력인 여론의 왜곡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 언론은 이미 권력이다. 권력은 상위권력으로 향하기 위해 그것을 옹호하고 비호하기 마련이다. 정확한 비판기능이나 감시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자신의 권력을 뺏어가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전을 불사하지만, 힘없는 서민들을 위해서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전자를 위해서 '비판'의 칼을 사용하면서도, 후자를 위해서는 '공정한 보도'를 강조한다. 기자들은 가난을 지고 가야 한다.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야 하고 자기가 사는 땅에 핵폐기물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는 그들만큼 가난해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대부분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겸손한 언론은 여기에서 가능하며, 언론의 정당한 비판 기능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조중동의 기사를 보면 왜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는지에 대한 그 이유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