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일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유감스럽게도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병현 투수에게 불미스런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 2일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와의 1차전에서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랐다가 강판 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을 시작으로, 관중을 향한 손가락 욕설, 어깨 부상과 챔피언십시리즈 출전 명단 제외, 또 다시 제기된 손가락 욕설 구설수에 이어 이번엔 국내에서 기자 폭행고소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악몽같은 한달여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고 지난달 말 남몰래 돌아온 고국에서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사진기자와의 말썽 뒤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과 경찰 조사 직전 밝힌 심경 등을 들여다 보면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또 언론에 얼마나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는 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손가락 욕설 사건에 대한 스포츠신문 등 국내 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그가 크게 낙담하고 있었음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주장대로, 사진기자가 아무런 사전 통보없이 불쑥 나타나 허락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면, 순간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잘못된 취재관행이 빚은 불행이라고 백보 양보해도, 김병현이 당당하게 행동해도 괜찮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거침없는 표현과 행동으로 자신의 정당함만을 주장하는 모습은 마치 ‘쳐볼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공을 던지는 그의 스타일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김병현이 국내외에서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은 무엇보다 그의 개인적인 퍼스낼리티와 관련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스포츠 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례이기도 해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국내 운동선수들은 사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성을 키우거나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한 학습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봉쇄돼 있다. 대부분의 교육은 승부의 세계에 필요한 체력 단련과 반복적인 기술훈련에 집중되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과의 교류는 뒷전이고, 합숙소에서 생활의 대부분을, 아니 성장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수들이 배우는 것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요령 뿐이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부족한 것이다. 그렇기에 선수들 중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와의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요 상들이 발표되고 있다. 일본의 마쓰이 히데키는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의 유력한 후보였는데 4표차로 상을 타진 못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29살의 나이에 이미 일본프로야구에서 검증된 선수라는 점이 감안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쓰이는 특히 실력뿐만 아니라, 야구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며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선수들도 인간인 만큼 여러가지 유형이 있겠지만, 미국에 진출한 일본 야구 선수들의 어떤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지 우리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24살, 지금 우리의 김병현에겐 세상을 좀 더 밝고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한국 야구계엔 훌륭한 선배들도 많다. 그에게 더불어 사는 세상의 효용과 기쁨을 일깨워줘야 할 것이다. 덧붙여 만사가 정면승부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가르칠 수 있다면, 그가 앞으로 선수로 대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병현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처리하고,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는 건강한 ‘BK’로 마운드에 서게 되기를 바란다. 권오상/스포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