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신문에서는 그리 오랫동안, 그리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는 부산지역 성인오락실의 불법영업과 검찰과 경찰 직원들에 대한 상납비리를 보도해 온 <한겨레>가 보도의 초점을 오락실 영업의 중심인 조직폭력배의 두목들로 옮겨가자 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과 7일에 취재차량의 앞 뒤 타이어가 예리한 흉기에 찢겨 펑크가 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취재기자들에게 괴전화가 걸려 오거나 협박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다면 단순히 사고가 아닌가 생각해 볼 여지도 있었으나 일이 돌아가는 총체적인 모양새가 이렇다면 조폭들의 대반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10일치 사설을 통해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공권력의 엄단을 촉구했다. 맞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대한민국의 백주대로에서 자행되고 있다. 공권력의 집행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빨리 이 문제를 깨끗이 처리하는데 앞장을 서야 할 일이다.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에 실리고 있는 여러 기사를 함께 대하고 있을라치면 정말 ‘누가 이 죄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하는 성경구절 한 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지금까지 몇 개월째 신문과 방송의 주 관심사가 되어왔던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검은돈 거래를 지켜보면서 조폭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당의 최고 책임자나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국민들 앞에 나와 사과를 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인 누구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하고 이참에 정치 대개혁을 이룩하자고 모처럼 정치인들이 합의해 일을 추진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폭들은 혹은 조폭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경찰과 검찰은 무슨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한겨레>가 언론자유 침해 운운, 법 질서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 운운했을 때 코방귀를 뀌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씁쓸하다. 기왕에 언론의 자유 문제가 나왔으니 이와 관련해 가졌던 씁쓸한 느낌 한가지를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난달 30일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금융·경영인 조찬 모임에 참석한 뒤 일부 기자들과 간담을 하는 과정에서 던진 말로 보도되었던 ‘사회주의’론이 문제의 주인공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회주의가 어때서’다. 논의를 조금 더 생생하게 하기 위해 당시 김 장관이 했다는 말을 옮겨 본다. “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더 강력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더 이상의 정책은 사회주의적 정책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더 이상의 정책을 펴면 넘어선 안 되는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어서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사회주의라는 말이 지칭하는 외연이 하도 넓어서 김 장관이 한 말의 내포를 정확히 알긴 어렵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정책을 지향하되 의회민주주의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 현재 한국 내 많은 공식 정당들의 존재를 단번에 부정하거나 크게 다치게 할 말을 경제정책의 총수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내뱉었다는 것은 정말 ‘자진사표’ 권고감이다. 언론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전제되지 않고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이 문제는 앞서 조폭들과 다를 바 없이 언론의 자유를 심대히 그러나 보다 오묘한 방법으로 제한하는 일이다. 말할 아무 아이디어나 생각이 없고서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들 무슨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가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