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글은 오마이뉴스 [오늘의 독자의견] 중 프런트 페이지에 오른 것을 퍼온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묻기'의 의미를 왕권 경쟁적 관점에서 풀이한 것으로 단순한 재미를 너머 역사적 교훈을 새겨볼 수 있로록 하는 좋은 글로 보여집니다. 이 글,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피바람이 불 것이다. 조회수:2589 , 추천:189, 반대:7 史랑(historylov), 2003/10/11 오전 10:49:07 조선 시대 영조가 자신의 왕위를 사도세자에게 넘긴다고, 즉 전위한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개 임금이 전위를 한다고 하면 당시에도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왕은 능력이 없다'라는 걸 표시하는 것이죠. 그럼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은 당시의 충효사상으로 봐서는 엄청난 불효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번복을 시켜야 되는 것이 옳았습니다. 그래서 사도세자는 전위 왕명을 번복시키기 위해서 멍석을 깔고 엎드려서 무릎꿇고 부왕인 영조한테 제발 전위 왕명을 철회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석고대죄를 하였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마음에 안드는 아들 사도세자를 아버지인 영조가 혼내주기 위해 벌인 쇼였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게 됩니다. 이러한 일은 조선 초 태종 때도 있었던 일로 당시 세자였던 양녕대군에게 왕위를 넘긴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양녕대군도 태종의 전위 왕명을 번복시키기 위해서 석고대죄를 하였습니다. 이 때의 전위 파동은 양녕대군의 외척 세력이 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알아보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결국 양녕대군도 폐세자되었고, 왕위는 충녕대군(세종)에게 넘어갔던 것입니다. 즉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왕이 죽을 때가 다 되어가지도 않는 아직 건강할 때 세자에게 전위한다고 하는 것은 마음에 안 드는 세자를 혼내주고, 세자와 신하들의 충성심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김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안 지난 상황에서 재신임 발언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역사의 교훈을 살펴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권 전체에게 경고의 표시를 한 것입니다. <나는 너희들에게 끌려 다니는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다. 나는 모든 것을 걸었다. 너희들은 무엇을 걸거니?> 바로 이런 뜻입니다. 대개 이렇게 나오면 뒤로 움찔하는 것이 보통인데 한나라당은 덩치가 커서인지 겁대가리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냐 잘 됐다.>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한나라당은 영원히 정권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는 불임 정당이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받아먹은 100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정말 에스케이만 100억을 주었을까요? 어제 전경련에서 대통령은 재신임 철회하시라고 간청하는 걸 보십시오.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재벌들이 대선자금의 대부분을 지원해 왔습니다. 에스케이만 비공식적으로 100억을 주었을까요? 이렇게 큰 돈이 왔다갔다 할 때는 눈이 뒤집혀서 콩고물 챙겨먹는 인간들이 대개의 정치인들입니다. 전경련은 머리는 좋습니다. 어제 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이제 태풍이 분다는 것을 이들은 느낀 것입니다. 거대한 크레인들이 태풍에 휘어져 버린 것처럼 이제 한나라당은 무너져 내릴 날만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대선 때 비공식 자금을 신주류와 구주류 중 누가 더 많이 챙겨먹었을까요? 지금 남아있는 민주당 동교동계 사람들도 가슴이 타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잔대가리는 있으니 머리는 계속 굴리고 있겠지요. 왕들의 전위 파동이 있고 나서는 항상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왕이 왕위를 내놓겠다는 것처럼 무서운 말이 있을까요?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말처럼 무서운 말이 있을까요? 나는 모든 것을 걸었는데 넌 어떻게 할거니? 죽을래? 붙을래? 이렇게 나오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습니다. 모두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 그는 무서운 사람입니다. 2003/10/12 오전 12:14 ⓒ 2003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