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니버시아드를 바라보는 대구시민들의 마음가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어떻게든 잘 치러보자”는 것이다. 계속 가라앉는 시 분위기를 다시 일으켜 보려는 소망, 그리고 대구 특유의 애향심과 자부심이 융합한 결과다. 남북문제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 태도를 보여온 대구시민들이 실랑이 끝에 참가한 북한 쪽이 한편으론 못마땅하면서도, 결국 이들을 ‘뜨겁게’ 맞아준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시민들의 응어리진 마음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터진 보수단체와 북한 기자단의 충돌에도 시민들 대부분은 혹시나 대회가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강황 의장은 “큰 행사가 열리면 (보수단체가) 자제할 것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가 초청한 손님이 아닌가 이번 일은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지도자를 비난한다고 해서 ‘기사’가 아닌 ‘몸’으로 돌진한 북쪽 기자들도 남쪽 기자의 시각으론 이해되지 않는다. 이 또한 ‘손님’의 예의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굳이 책임의 비중을 따지자면, 원인을 제공한 보수단체 쪽으로 기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굳이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두고 이들은 “전세계 기자들 앞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돌이 일어나기 전 회견장에 모인 기자 20여명은 대부분 국내 신문, 인터넷매체뿐이었다. 이들이 진정으로 알리려 한 게 ‘북한 인권문제’인지, ‘그들 자신’인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북쪽이 참가한 가운데 남쪽에서 열린 대회에서 남쪽이 북쪽을 비방하고, 몸싸움하고…. 세계의 젊은이들 앞에 한민족임을 자랑하기는커녕 남북간 이념 간극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 양선아 사회부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