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언론 소송, 언제 누가 보아도 좋은 모양은 아니다. 정부와 언론이 대립할 때 국민들은 먼저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며 또 언론을 마치 약자인 것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그래서 이번 소송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여론에 반해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의 소송’ 시대변화 단면－ 그러나 일부 언론들의 호들갑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먼저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은 세계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흥분한다. 물론 많지는 않지만,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소송을 건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 정치인들이 언론 피해를 입으면서도 소송을 걸지 않는 이유는 한마디로 언론에 밉보여서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법 테두리 내에서 언론 피해 구제에 정정당당하게 나선 것은 변화하는 시대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공인이라고 해서 명예와 사생활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 또 일부 언론은 언론중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냈다면서 마치 정당한 절차를 벗어난 것처럼 비난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부기관의 언론중재 신청 건수가 예년에 비해 3배 가량 늘었다고 보도하면서 ‘언론통제 의도’로 비친다는 논평을 한 것이 불과 열흘 전이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일부 언론의 두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 언론중재는 반론이나 정정 기사를 실어달라고 하는 것이고, 민·형사 상의 손해배상 소송이나 고소는 언론중재와 별도로 할 수 있는 피해 구제 방식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 및 형 건평씨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쏟아낸 엄청난 양의 보도에 대해 반론이나 정정을 구하라고 하는 것은 마치 오염된 바다에 정화제 한 병을 뿌리라는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정부 출범 이후 불과 두 달이 지난 5~6월에 융단폭격을 하듯 지면을 도배질한 보도량만 해도 엄청날 뿐 아니라 그 내용도 제대로 확인된 사실들인지 의문이다. 독자들에게 무엇이 진실이고 허위인지 판단조차 남기지 않은 채 어느 순간에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보도가 사라졌다.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리고 언론들은 참여정부의 오보 대응책에 대해 안이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법 테두리 내에서 오보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표명해왔으며, 악의적인 보도의 경우 소송까지 불사한다고 말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론의 안이한 인식에는 혹시 ‘감히 언론을 상대로’ 하는 식의 오만이나 구태가 깔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와 달리 참여정부는 언론에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권력을 행사해 압력을 넣지 않으며 물밑에서 항의하거나 달래거나 타협하지도 않는다. 언론사의 인사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며, 기사를 넣거나 빼달라고 주문하지도 않는다. 기자와 불필요한 회식은 물론이고 접촉도 삼가고 있다고 한다. 언론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대응 방식이다. 어찌 보면 언론의 불만은 자신들이 과거처럼 대접받지 못한다는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언론과 정부는 모두 국민의 이익을 위한 기구로서 그 권한도 막강하고 책임도 막중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쪽도 약자이거나 강자이지 않고, 또 어느 쪽이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언론이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다. 그렇다고 절대적인 보호 대상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것일 뿐, 비판의 범위와 방식에서 전혀 제한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책임은 없고 권리만 요구 곤란－ 문제는 자기가 마음껏 비판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여서 괜찮고, 정부가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것은 간섭으로 보려는 언론의 자세이다. 책임은 방기한 채 권리만 내세우는 것은 일방적인 특권의식에 다름 아니다. 문제된 보도내용이 진실한지, 또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언론 자신의 예단과 주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정에서 가려지는 것이다. 앞으로 시민사회단체들도 언론 피해 자구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수구적 보도 때문에 피해를 자주 입는 노동단체, 통일단체, 언론감시단체, 그리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피해 구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언론피해구제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주동황/광운대 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