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굿모닝시티 게이트 오보와 정정·사과는 올 언론계 최대 사건으로 기억될 것 같다. 부실한 취재에 근거한 부정확한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린 무모한 편집이 정상적인 중앙일간지 수준에서는 납득할 수 없었다는 점과 정정·사과를 1면 사이드로 처리했다는 점도 한국 언론사에서 전례가 드물다는 점 때문이다. 동아의 오보 파문은 이제 이대로 끝나도 되는가. 앞으로 이런 종류의 오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도 되는가. 동아일보는 사과하는 순간까지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이런 잘못에 대한 자율적 책임조차 묻지 않았고 물을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책임 이전에 언론사 스스로 엄정한 책임을 묻고 자율 징계를 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을까. 미국 CNN은 1998년 6월 월남전 당시 미군이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한달 후 오보로 판명났다. 정정·사과는 물론이고 한국 언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책임을 물었다. 오보의 주책임 프로듀서 에이프릴 올리버와 잭 스미스를 해고 조치했다. 군사평론가 페리 스미스도 해고당했다.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사회자 피터 아넷도 견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 후속 조치로 CNN은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 책임성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내용을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란 익명을 이용해서 해당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내용을 1면 머리로 기사화한다는 것은 무모함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수사 검찰이 공식적으로 부인한 내용을 정반대로 보도할 때는 상당한 근거나 성실한 취재 내용이 필수적이다. 동아일보는 수사 검찰이 부인한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반론권조차 주지 않는 일방적 보도행태를 보였다. 동아의 무책임한 한건주의는 처음이 아니다. 동아는 2000년 6월3일 ‘김정일 북한 총비서가 8·15 광복절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내용을 1면 머리로 올렸다. 평양에서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이런 무모한 오보를 한 것이다. 이 보도가 나간 지 3년이 지났지만 김 총비서는 아직도 서울에 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동아가 해명이나 사과를 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2000년 상반기 구제역 파문 당시 동아는 ‘가축구제역 사람에 전염’이라는 오보를 내보내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전과도 있다. 이런 오보에 대해 구차한 변명은 있었지만 용기있는 사과나 해명은 볼 수 없었다. 동아가 이처럼 무모하게 한건주의식 보도를 할 수 있는 이면에는 정치인들의 비겁한 행태와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했다. 비리 정치인으로 지목된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처음에는 소송으로 대응하지만 몇 달 못가서 모두 취하해버렸다. 이번 사건도 정치인들이 큰소리치며 소송 운운하지만 과연 몇 명이 끝까지 소송을 지속시켜 나갈지는 의문이다. 비리 정치인이라는 누명을 쓰고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정치권 행태가 한국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관행을 키운다는 사실은 무시한다. 언론을 내 편으로 만들려는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판단과 행태가 한국 언론을 망쳐놨다는 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진국에서는 동아일보와 같은 보도 행태는 용납되지 않는다. 오보라는 판단이 나오고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사실이 분명해지면 변호사가 소송으로 가기도 전에 미리 뭉칫돈을 준비하여 피해자를 찾아가서 사과한다. 신문사 사주들이 천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punitive damage)와 같은 법과 제도가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의 한건주의는 언론법제에 변화가 없는 한 반복될 것이다. 그 대상은 바로 당신일 수 있다. 〈김창룡 교수(인제대 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