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긴장상태에서 살아야 하는 세상살이때문인지 상담실에서 뒷머리와 목의 뻣뻣함,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머리와 목에 있는 근육들이 장기간 수축될 때 나타나는 긴장성 두통이다. 또 집에만 오면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권위적인 가장 때문에 그의 귀가시간쯤이면 가족들이 긴장감으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하는 주부들도 적지 않다. 긴장감소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긴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게 마련인데 그것이 불가능할 때 긴장은 불안으로 번져간다.   역대 권위주의 정권들은 곧잘 긴장감소 이론을 실천에 옮겼다. 입만열면 건국이래 최대의 안보위기나 경제불안을 강조하며 전략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해 불안을 증폭했다. 이런 경우 긴장이 내포하는 역학적 순기능은 약에 쓰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다. 우리에게 건강한 긴장의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데에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부부간에도 건강한 상호관계를 위해 긴장감이 필요한 것처럼 긴장이란 본래 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대상을 객체화할 수 있는 심적인 힘이다.   그런 점에서 6월 중순 100회 방송을 맞는 MBC '미디어비평'은 건강한 긴장의 문화가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한국 방송사상 최초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라는 '미디어비평'은 '동종업계 비판금지'라는 언론계의 오랜 관습을 깨고 매체간 상호비평을 본격화함으로써 우리 언론계의 건전한 비평문화 정착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평을 위한 비평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미디어비평의 출현으로 신문들이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표현은 매우 적확해 보인다. 한 언론이 다른 언론의 잘못을 묵인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깨질 수 있었던 것은 '미디어비평'이 지난 2년 매체 상호간 긴장관계를 꾸준히 유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사에 총칼에 의한 일시적 협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언론을 긴장시킬 수 있는 상대가 있었던가. 자본에 의한 예속을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건 긴장의 관계가 아니라 유착의 관계에 가깝다. 상호비평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언론계 일부 인사들은 '미디어비평'이 위험한 긴장관계를 조성해 반목과 갈등을 키웠다지만 언론학자들은 언론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에 비추어 볼 때 언론계 내부 비판과 상호 견제가 필수적이라며 '미디어비평'의 손을 들어 준다. 기자의 본분을 비리고발이라 믿고 있다는 '미디어비평'의 이상호기자는 지난 10여년 스무차례에 달하는 각종 소송과 살해위협에 시달리면서도 탐사, 고발전문기자로 불릴만큼 기자로서의 탁월한 긴장감을 유지해온 흔치 않은 사람이다. '미디어비평'과 관련해 자사 사장의 성향까지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이상호에게 매체간 긴장관계를 촉구하는 '미디어비평'은 맞춤 양복처럼 보인다. 얼마전 이상호는 '미디어비평'에서 80년 광주항쟁 당시 언론인들의 부끄러운 군상과 아무런 반성없이 아직도 우리 사회 주류로 활보하고 있는 전직 언론인들을 인터뷰하였다. 말이 인터뷰이지 제대로 말상대도 해주는 않는 이들을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그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추궁하는 이상호를 보며 나는 감동으로 전율했다.   집요하게 과거를 추궁하는 이상호에게 언론계 선배이기도 한 현직 국회의원은 어이없다는 말투로 "(당신도 기자라니 잘 알겠지만) 그때(5공시절)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어?"라고 반문한다. 나는 그 질문을 들으며 '미디어비평'의 존재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미디어비평'처럼 언론계 내부의 상호비평을 마다하지 않는 매체가 자꾸 늘어난다면 훗날 이상호같은 후배나 동료에게 '쪽'이 팔릴까 두려워서라도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에 제동이 걸리지 않겠는가. 또 이상호처럼 언론계 동료를 비판했던 입장에 섰던 언론인은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때문에라도 긴장하고 살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생리학적으로 우리의 신체가 항상 일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개개의 근육이 따로따로 긴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긴장의 법칙은 언론 상호간에도 똑같이 유효하다. MBC '미디어비평'의 100회 의미가 각별한 것은 그런 이유이다. (시사저널, 2003/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