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가 구당 한사람에도 못미쳐"
(주: 한의신문 2010년 1월 14일자 칼럼입니다. 얼마전 구당 선생이 장진영을 죽였다는 취지로 비난해 물의를 빚고, 형사 고소를 당한 이상곤 원장 이 기고한 내용입니다. 일종의 반성문이라고 할까요? 이 글에서는 구당이 대중이 침뜸을 원하는 열망을 증명해주었으며, 한의계가 구당 김남수 한사람에도 못미치는 세태가 되었다고 한탄하고 있다. 한의계의 현실을 알 수 있는 허심탄회한 글이다. 일독을 권한다.)

서울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


“희망은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2000년 초 한의대의 점수는 엄청난 상승을 보였다. 당시에 같이 재직하였던 동료 교수의 농담은 그런 사실을 코믹하게 보여주었다. “땅을 사면 땅값이 내려가고 집을 사면 집값이 내려가는데 올라가는 것은 한의대의 점수뿐이다”라는 탄식 아닌 탄식이었다.

개원가의 호황도 당연한 사실이였다. 특히 홍보를 위주로 어떤 간판으로, 어떤 질환을 공략할 것이냐의 문제만 남아 있었다. 프랜차이즈, 네트워크가 우후죽순처럼 자라났다. 수많은 임상강좌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교육 부재가 국민건강 해치는 악순환 계속돼

실력과 준비없이 홍보로만 이루어진 호황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대중들의 냉정한 평가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의대와는 너무 다르게 한의대의 점수는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다. 모보건소의 촉탁 한의사 경쟁률이 30대 1이 되었다. 졸업 후 진로는 말할 것도 없다. 바로 한의계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왜 여기 서있을까. 왜 우리의 한의학은 불신과 불만과 폄하의 대상이 되고 김남수라는 일개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현실이 되었을까.
첫째는 역시 기본뿌리인 대학교육에 있다. 의학은 보편성이 바탕이 된다. 진료능력뿐만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 한의원마다 너무 다른 원인증상, 체질감별, 치료법이 불신의 벽을 만들었다.

현실적인 수요와 다른 기초교육이 허황한 논리만 양산하고 몸은 한국인데 마음은 조선시대, 명나라와 청나라의 논리를 답습한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 재정도 한몫하고 있다. 한의대에만 욕심이 앞섰지 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빈약한 재정이 문제다. 심지어 교수가 없어서 외부강사로만 채우다 보니 부실교육이 아니라 교육 부재가 되고 나아가서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부실한 대학병원과 임상실습은 요식행위가 되고 수련전문의들조차 자련의로 비아냥거릴 정도니 말할 나위가 없다. 대학교육은 한의학의 기반이다. 특히 피부, 소아, 코 등 전문성에 있어서 대학은 늘 뒷북만 쳤지 앞선 연구는 없었다. 부실대학과 부실교육의 현주소를 파악하여야 한다. 기준미달의 대학은 빠른 시일에 공개하므로서 자성을 촉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으면 퇴출시키며 역량있는 대학으로 재배정해야 한다.

둘째는 우리자신의 냉엄한 반성과 자세의 전환이다. 2000년 초를 돌아보면 내부 역량이 부실한 상태에서 준비 안된 홍보가 만든 뼈아픈 자충수다. 전문과목을 표방하였지만 우리 내부는 준비되지 않았다. 홍보로 밀려드는 환자를 고가 진료하였지만 대중과 격리된 한의학의 이미지만 키웠다. 허준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처럼 당장 과거시험을 치러야 하는 촉박한 현실에서도 위급한 환자를 위해 자기 희생하는 것에 대중들은 열광하였다.

물지게를 지고 학문에 숙달하기 위해 애쓰며 가난하고 약한 자들에게 자기를 낮추는 것이 기본이지 우리의 욕심에 대중 스스로가 희생당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대중은 근본적으로 값싸면서 실력있는 진료를 바라지 무능하면서 값비싼 진료를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후배들이 몇십년을 먹고 살 수 있는 아이템을 한 순간 탕진해 버린 것이다.

한의학 자생력의 뿌리는 역시 대중이다. 대중성의 강화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침뜸에 대해서 목말라 하는 것은 구당을 통해 증명되었다. 진리는 대중에게 체현될 때 빛날 수 있다. 공개강좌를 통해서 침뜸이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전문성이 필요한지 말해주어야 한다. 침뜸의 배타적 권리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 대중들의 지지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한약 안전성 임상실험으로 한방 폄하 대처

세 번째는 역시 한약 안전성 강화에 있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한의사들은 그저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장은 너무나 치열한 문제다. 환자들에게 한약을 권하면 첫마디가 한약의 안전성을 되묻기 마련인 것이다. 양방의 근거없는 폄하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반드시 임상실험을 통한 실질을 보여야 한다.

이 사실을 근거로 TV나 공공매체를 통해 홍보하여야 한의원이 살 수 있다. 한의원 없이 한의사협회가 존재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국가기관인 한의학연구원과 부산대 한의전, 대학의 역할이 크다. 임상실험은 현대의학의 논리를 빌리지 않고서도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80명의 환자를 3개월 동안 연속 복용시키면서 GOT, GPT를 2주에 한번씩 관찰하였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다. 11개 한의대와 국가기관들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근거를 만들고 국민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

한의학연구원과 부산대 한의전은 우리의 여망을 담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국가기관인 만큼 우리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대를 담지만 그 반대편은 독배를 안고 있다. 국가가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성과물에 따라 투자대상의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단지 구성원의 월급만 축내게 되면 그 결과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스토리텔링 갖춘 한의학 콘텐츠 개발 필요

네 번째는 홍보의 문제다. 모든 문화 콘텐츠는 스토리텔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단지 우리의 업적이나 사업을 홍보해서 대중이 따라오는 시대는 멀어졌다. 한의학에는 약재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고식적인 방법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카페 등에 좋은 소재를 발굴하는 한의사에게 시상하고 방송작가에게 소개하는 식으로 변해야 한다.

허준 드라마의 위력을 우리는 분명히 지켜봤다. 지금도 대중은 이야기를 원하고 이미지 속에서 치료의 효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홍보도 우리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기자들에게 매달려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올해는 또 다른 협회장 선거를 맞는다. 우리 내부의 문제는 더욱 치열하다. 보험급여 개선이 작년의 성과라면 금년은 전문의제를 둘러싼 갈등, 상병명 개선으로 인한 후유증 최소화, 불법의료인의 척결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도 만만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희망이 더 크다. 뛰어난 한의대생이 있으며 어려운 진료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며 에너지를 모으는 수많은 한의사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외부의 환경에 의존하였지만 지금부터 우리는 내부의 자성과 분발로 희망의 태양을 떠밀어 올려야 한다. 희망도 우리의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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