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만난 고름/ 구당선생
얼마 전 뜸사랑 회원들과 함께 몽골 울란바토르에 침뜸 봉사를 다녀왔다. 우리와 너무도 닮은 몽골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자니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요즘 거의 보기가 힘든 고름 환자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래서 얼른 침뜸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물어봤더니 몽골에는 고름이 생기는 종기가 많다고 하였다. 필자가 생각한 바와 다르지 않아 제차 몽골에도 암 환자가 있느냐고 물으니 많지 않다고 하였다.

필자는 일제시대에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90여년전이다. 조선의 침쟁이 자식인 덕에 어려서부터 부스럼과 종기로 생긴 고름을 빼내는 치료를 다반사로 보아왔고 철이 들면서부터는 직접 치료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고름 환자가 거의 내방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것을 그저 현대의학 발전의 혜택이라고만 생각해왔었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종기치료를 잘하는 의원을 명의라고 하였다. 지금으로 말하면 외과의사가 당시 최고의 명의였던 셈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문종, 세조를 비롯해 많은 왕들이 종기로 사망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종기를 못 고친 어의가 유배의 몸이 되었다는 내용이 사기(事記)로 전해지기도 한다. 저승길에 임금도 없다는 말처럼 고름이 생기는 종기는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당시 흔히 빈발하는 질환으로 치료가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연배가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지난날 아이들은 눈 다래끼와 부스럼을 달고 다녔고 부인들의 경우, 유방이 붓는 유종(乳腫)을 살아서 앓지 않으면 죽어서라도 앓는다고 할 정도로 고름이 생기는 종기가 흔했다. 실제로 불과 3~40년 전까지만 해도‘차고약’,‘이명래고약’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종기를 치료하는 고약이 가정상비약이었다. 오늘날 이러한 종기를 치료하는 고약은 그 이름조차 생소할 정도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 주요한 원인은 다름 아닌 현대의학의 개가 항생제 덕분이다.

옛말에 여름 꿩고기는 먹으면 죽는다고 하여 금기시 하였다. 꿩은 콩을 좋아하는데 여름만되면 산비탈 밭에 무성하게 자란 반하를 콩 좇듯 주어먹는다. 법제한 반하는 가래, 구토에 명약이지만 생반하는 독약이나 다름없다. 이런 생반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꿩은 결국 반하 덩어리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 꿩고기를 먹는 사람은 반하독을 그대로 먹게되는 것이다.

양식장이나 사육장에서 집단으로 기르는 물고기나 닭, 돼지, 소들의 경우도 같은 이치이다. 집단으로 사육하다보니 항생제가 들어있는 사료를 먹이지 않으면 길러 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횟집에서 한상 푸짐히 나오는 횟감도, 식탁에 오르는 군침 도는 삼겹살도 결국은 모두 항생제 덩어리인 셈이다. 여름 꿩고기와 다를 바 없다. 먹이사슬의 최종 소비자인 인간은 이렇게 간접적으로 항생제를 상복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도 항생제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고약은 종기를 곪게 만들어서 치료하는데 항생제는 종기를 곪지 않게 해서 치료한다. 그러다 보니 탁기(濁氣)가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악성종양인 암의 발병률이 점점 증가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의사들에게 암을 곪게 하라고 말하여 왔다.

몽골에는 해충이 없으니 농약이 필요 없고 모든 동물들이 인공 사료가 아닌 몽골의 광활한 초원을 자유로이 몰려다니며 야생풀만을 뜯어 먹고 살기 때문에 몽골 식탁에는 우리와 같이 항생제가 들어있는 사료를 먹은 육류나, 생반하를 먹은 꿩고기와 같은 유해한 식품이 올라올리 만무하다. 이렇게 항생제 축적이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몽골사람들은 일단 고름이 생기면 고생은 하지만 죽음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고름이 생기는 종기가 사라진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고름이 생길 수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몽골에서 오랜만에 만난 고름은 필자에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주: 구당 김남수 선생의 종기와 항생제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의학 문제를 넘어선 문명비판이었다. 눈앞의 편리를 취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가. 시인 박노해는 민중봉사를 덕목으로 하는 의료인 구당을 민중의 성자로 추앙한 바가 있다. 구당 선생과 같은 시대의 끄트머리에서 만나 그와 함께 하고 있는 나날을 감사히 여기고 있는 나로서는, 구당선생이야말로 시대의 참 스승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구당선생의 최근 언론 인터뷰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는, www.chimtm.net의 방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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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jjk 암에대한 견해는 정말 암의 전이 과정을 알고있는건지요 골수에 전이된암이 곪게 되면어찌될까요? 이런식으로 짜맞추기 중구난방 이론때문에 한의학이 불신을 받는겁니다 종기와 암을 같이 말하다니 동의보감은 한번이라도 보셨는지요 2010/01/07
kjhjjk 이정도 식견은 한의사 누구나 다갖춘건데 김남수씨가 마치 새롭게 말하는것처럼 포장하셨네요 특히 꿩먹은 반하부분은 논란에 여지가있습니다 어떤경우에는 독성이있는 약제를 닭에게 먹여서 오히려 독성을 중화시켜 치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20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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