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위는 좋습니까?"
(주: 매일 한의원 정재연 원장이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중인 '생활언어 속의 한의학' 칼럼중 일부입니다. 정 원장은 생활주변의 한의학을 읽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요. 일반인들이 이미 역사적 코드로 물려받은 한의학의 DNA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동양적 인술의 힘을 깨닫게 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재미있을 겁니다.)

우리말에는 한의학적인 논리가 보이는 여러 표현이 있습니다. 이런 말들을 잘 이해하면 한의학의 생리학적인 내용이나 병리학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쓰임의 예를, 간, 심, 비, 폐, 신, 오장(五臟) 순서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오장의 순서는, 목, 화, 토, 금, 수, 오행(五行)의 상생(相生) 순서에 따른 것입니다. 이런 말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우리 몸 안의 장기에 대한 의미가 현재의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간이 부었다”, 혹은 “담이 크다, 담대하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용기가 있다, 혹은 겁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반대로 소심하다든지, 겁이 많다든지 하면, 간이 작다든지 혹은 담력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

간과 담은 오행상 목(木)에 속하는, 한의학적인 표현으로 부부(夫婦) 장기입니다.

그리고, 한의학에서 간은 장군(將軍)의 장기(臟器)로 불립니다. 그리고, 간에서 ‘모려(謀慮)가 나온다’ 라고 합니다. 간은 외부의 질병 기운과 맞서서 우리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그래서 모려 즉 지략이 나온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담 즉 쓸개에서는 ‘결단력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두 장기는 장군과 같은 기개로 결단을 이끌어내는 장기라는 말이 됩니다.

즉, 간이나 담이 작다는 말은 그런 용기가 적다는 말이 되고, 반대로 간이나 담이 크다는 말은 용기가 크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자기 주장 한 마디 제대로 못하면서 용기가 없는 것을 일러 “쓸개 빠졌다”라고도 합니다.

실제 치료에 있어서도 겁이 많다든지 혹은 잘 놀란다든지 하면 담(쓸개)을 튼튼히 해주는 치료와 처방을 하게 됩니다. 대개 처방 이름에도 씩씩할 장자에 쓸개 담자를 써서 ‘장담(壯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한편, ‘담력이 작다’는 말을 ‘소심하다’고 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담(膽)과 심(心)은 서로 관련이 됩니다. 그래서, 이 두 장기 이름을 합해서 ‘장담보심(壯膽補心, 담을 씩씩하게 하고 심을 보강한다)’이 겁 많고 잘 놀라는 이들을 위한 치료방법이 됩니다.

또한, 간은 소설작용(疎泄作用), 즉, 몸의 기운을 잘 소통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면 간의 기운이 윗 방향으로 과하게 치솟아서 마치 화가 치솟는 모양이 되게 됩니다. 이러면 간기(肝氣) 혹은 간화(肝火)가 위로 오른다고 하여 “간이 부었다”는 말과 유사한 표현이 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쉽게 노하고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게 되며, 두통이나 어지러움, 또는 구역질이나 식체 같은 증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구역질이나 식체 등은, 간의 기운이 윗 방향은 물론이고 좌우 옆 방향으로 과하게 작용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간의 기운을 평탄하게 하는 평간(平肝)시키는 치료법이나 혹은 간의 기운을 풀어 헤치는 소간(疎肝)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게 됩니다.

쓸개인 담 역시, 간과 함께 작용하므로, ‘간(혹은 간땡이)이 부었다’고 하는 말이나 ‘쓸개가 부었다’고 하는 말이나,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듯 합니다.

이번에는 심장 차례입니다.

심장이라는 게 사실 한의학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바로 그 ‘마음’ 혹은 ‘정신’과 매우 흡사한 개념입니다. 한의사들에게서, 심장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심전도 체크해보러 간다면 그것은 개념의 혼란 때문일 겁니다. 우리의 ‘심장’은, 지금의 서양의학적 기준으로 본다면, ‘염통’과 ‘뇌’를 섞어놓은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과 관련해서는 “심보(소리나는 대로 하면 ‘심뽀’)”니 “심통”이니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예전 사람들은 마음이나 정신이 모두 가슴, 심장에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심장신(心藏神), 즉, ‘심장이 정신을 저장한다’ 라는 한의학 기본 생리 원칙이 있고, 그래서 잘 놀라거나 가슴이 자주 두근거린다거나 하면 심장이 약하다는 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심장이란 한의학적인 심장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심장과는 다른 심포(心包)라고 하는 한의학의 장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신체 장기를 일컬어서 오장육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육장육부가 맞습니다. 한의사들이 침치료를 시행하는 지표선으로 여기는 경락도 그래서, 장부(臟腑)를 기준으로 하면 모두 12경락이 있습니다. 육장육부 각각 경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포란 심장을 싸고 있다는 말인데, 아마도 여기서 ‘심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심포도 일단은 심장과 같은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으로 봐도 될 듯 합니다.

마음 씀씀이가 좋으면 그런 말을 듣지 않겠지만, 마음 씀씀이가 나쁘고 심술이 많은 경우, ‘심보가 나쁘다’느니 ‘심통 사납다’느니 하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 합니다.

또, “비위가 좋다” 혹은 “비위가 안좋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위는 지금의 용어라면 비장과 위(胃)를 말하는데, 비위는 소화기관의 대표적인 장기입니다. 오장의 비장과 육부의 위 역시 부부장기입니다.

한의학의 비장은 소화기능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지금의 췌장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겁니다. 즉, 위가 튼튼해야 음식을 잘 받아들이고 또 그 아래 장으로 잘 소통시켜줄 수가 있으며, 비장이 튼튼해야 그 음식물에서 받아들인 영양분을 전신에 골고루 잘 퍼뜨려서 우리 몸에 기운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위가 좋은 사람은 아무 음식이나 잘 먹고 흡수를 잘 합니다. 여기에서 그 의미를 따와서 기분이나 어떤 사물에 대해 잘 견디는 것을 ‘비위가 좋다’고 하는 말이 된 듯 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 비위에 안 맞느니, 비위에 거슬린다느니 하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인 듯 합니다.

한편, “배짱이 좋다” 혹은 “뱃심이 넉넉하다” 하는 말도 여기에서 나온 듯 합니다.

이번엔 폐 차례입니다.

“부아가 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혹은 옛말로 ‘부화’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분이 나는 모양을 말합니다.

부아는 폐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마도 분한 마음이 있어서 숨을 고르게 내쉬지 못하고 가슴을 들싹거리는 모양을 보고 그런 말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상의학에서는 폐기능이 잘 발달된 태양인이 부아를 내기가 쉽다고 합니다.

폐는 신체 내부의 비교적 위쪽에 위치해 있지만 그 주요 기능은 몸의 기운을 그 아래쪽으로 내려주는 것입니다. 한의학 용어로, 숙강지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자꾸 위쪽으로, 상부로 기운이 거꾸로 솟으면 기침이 난다든지 천식이 생긴다든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아가 치밀면 자꾸 기운이 상부로 치솟게 되는 것이므로 건강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또 하나, 폐가 기운을 아래로 내려주는 것의 또 다른 예는, 우리 몸의 수분대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폐의 기능이 온전하면 비장의 소화 기능과 함께 방광에서 수분이 잘 배출되도록 하는데, 이게 잘 안되면 소변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든지 부종이 생긴다든지 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에 폐를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초가 부실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가운데 오장육부(五臟六腑)라는 것이 있는데, 이 육부 가운데 삼초(三焦)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오장육부라는 말은 자주 쓰지만, 그 종류를 다 아시는 분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그 삼초는 다시 상, 중, 하초로 나누는데, 하초(下焦)는 간장과 신장을 포함하는 부분입니다.

신장은 한의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장기인데, 우리 몸의 기본적인 생명유지 물질이 한의학적인 신장에 저장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즈음의 지식으로 말하자면, 비뇨기계와 생식기계가 이 하초에 포함되는데, 따라서 정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허리나 무릎에 힘이 없거나 하면 ‘하초가 부실하다’ 라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양의학적으로 보는 장기(臟器)의 뜻과는 다른 말들을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것은, 오랜 역사 속에서 한의학의 기초가 되는 철학적 가치관이 우리의 삶 속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이 존재하는 한, 한의학은 우리 민족의 값진 재산으로 남아 그 역사적, 민족적, 그리고 의학적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주2: 지금까지 살펴본 장상학의 이론적 주된 근거는 5행설입니다. 5행설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크게 돌며 자전하면서 생기는 자연현상학적 원리를 인간과 사물의 관계에 똑같이 적용시키면서 생긴 것입니다. 5행설의 핵심은 목화토금수와 상생과 상모의 상호관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푸른한의원 박윤희 원장의 설명으로 함께 보시죠.)


한의학과 숫자 5 '오행(五行)'

드디어 그 유명한 오행입니다. 본디 음양과 오행은 각기 다른 사상체계였던 춘추전국시대에는 음양가 오행가가 따로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뒤에 음양오행으로 합쳐져서 하나처럼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오행도 음양과 비슷하게 소박한 자연관에서 출발했는데 나무(목), 불(화), 흙(토), 쇠(금), 물(수)이라는 다섯 가지 물질의 특성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한 것입니다.

즉 나무는 구부러지기도 하고 곧게 뻗기도 해서 자라고 위로 승발하는 특성이 있고, 불은 타오르고 위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흙은 온갖 생물을 다 포용해서 살게 해주는 특성이 있고 쇠는 엄하고 변혁을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물은 만물을 촉촉하게 해주고 아래로 흐르며 차가운 성질이 있습니다.

이런 인식으로 모든 사물을 각각 오행에 배속시켜서 모든 것을 오행의 상호작용과 상호변화로 이루어졌다고 생각을 했으며 사람의 내장이나 조직, 기관, 정신활동도 오행에 귀속시켰습니다.

이 오행의 상호작용에는 상생(相生), 상극(相克), 상승(相乘), 상모(相侮) 네 가지가 있습니다.

상생은 서로 자생해주는 것으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목 ⇒ 화 ⇒ 토 ⇒ 금 ⇒ 수 ⇒ 목

상극은 서로 제약하는 것으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목 ⇒ 토 ⇒ 수 ⇒ 화 ⇒ 금 ⇒ 목

이 상생과 상극은 한의학의 중요한 생리학설인 장상(臟象)학설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상승(相乘)과 상모(相侮)는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일어나는 상극(相克)으로 상승(相乘)은 오행중의 한가지가 허(虛)해져서 더 제약을 당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원래 목극토(木克土)인데 토가 허해졌을 때 다시 목이 토가 허해진 틈을 타서(乘) 제약을 해서 토가 더욱 허해지는 것입니다.

상모(相侮)는 오행중의 한가지가 지나치게 강성해져서 꺼꾸로 제약을 하는 것으로 본래 목극토(木克土)인데 토가 지나치게 강하면 꺼꾸로 목을 업신여겨(侮) 오히려 토극목(土克木)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상승과 상모는 병리현상을 해석하는데 쓰입니다.  

이런 오행학설은 장부의 생리와 병리 질병을 해석하는 중요한 이론이며 진단과 치료에도 중요한 이론이나 가끔은 개념이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고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경우도 생겨서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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