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본 글은 방송편집전 기사로 편집과정에서 일부분이 고쳐졌음을 알려드립니다. 방송후 녹취본은 도착하는데로 이 자리에 대체해 올리겠습니다.) [2003. 3. 30 시사매거진 2580 방송분]            ◀ＡＮＣ▶ 환갑을 훌쩍 넘은 북치는 노인이 있습니다. 노인의 북치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언가 홀린듯한 광기마저 느끼게 됩니다. 드럼이 좋아서 음악에 뛰어들었고 재즈에 미쳐 살아온 유복성씨, 외길 인생을 고집해온게 벌써 반세기에 달합니다. 이제는 아들 마저 그의 괴팍한 인생역정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ＥＮＤ▶            ◀ＶＣＲ▶ 서울 대학로의 한 라이브 재즈카펩니다. (천년동안도 외경주고) effect '종친다' 땡땡 (하단 '천년동안도') 류복성씨 공연은 타악기 주자답게 종소리로 시작됩니다. effect 체로키 31:49 싸비 부분 (30") 공연이 시작되면 이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오릅니다. (관중들 발사위 14:52) ◀ＩＮＴ▶ 외국인 인터뷰 (네델란드인, 마루) "한국에서 이렇게 훌륭한 재즈뮤지션을 만날 수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공연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그의 열정은 터질듯 이어집니다. effect 미친듯한 take five 드럼 솔로 23:40 closing 종소리 (공연끝나고 정리중, 우하단) ◀ＩＮＴ▶ 임원빈 사장 / 천년동안도 "카리스마가 있죠. 무대에 올라갈때 미치지 않으려면 올라가지 마라.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선생님은 미쳐요. 올라가서 자기의 혼을 다 관객한데 보여주는 분이거든요" ◀ＩＮＴ▶ 류복성 "이왕 하는거 미쳐버려야지. 모든 일이 미치지 않으면 안돼. 나보러 미친 놈이라 그랬다고 뮤지션 후배들도 그렇고" --------------디졸브--------------- effect 수사반장 주요영상 (5") 지난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드라마 수사반장의 주제곡입니다. effect 수사반장 타악기 싸비 (6") 라틴 타악기인 봉고가 어울어진 타이틀곡은 수사반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올스타 청백전 + 수사반장 싸비) 타이틀곡을 연주한 류복성씨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빨래판 연주장면 8") 그가 잡으면 뭐든 악기가 되었고 어려운 시대 서민들의 썩 괜찮은 위안거리가 되주었습니다. (엿장수 가위치기 5") effect 변웅전 "오늘도 타악기의 명수 류복성씨가 수고해주셨습니다." ◀ＩＮＴ▶ 류복성 "타악기에 대한 묘기, 타악기에 대한 진솔한 모습을 좀 더 대중들에게 알리겠다. 사실은 그런 마음으로 나간 걸지도 모르겠지 지금 생각하면 ..사실은 제가 재즈 뮤지션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내가 언젠가는 재즈 음악이 빛 볼날이 있겠지 참고..." 이후로도 쇼, 오락프로는 물론 묘기대행진에 이르기까지 재즈 타악기를 알릴 수 있는 자리라면 가리지 않았습니다. effect "11:33 보사노바 리듬을 보여드릴께요. 이게 보사노밥니다." EFFECT 길옥윤과 재즈 밴드 (17:43, 18:15) 길옥윤씨를 비롯한 재즈 1세대가 모인 '한국재즈협회'를 조직해 지속적인 라이브 공연을 가진 것도 이즈음의 일입니다.   80년대 들어서는 아예 서울 신촌에 라이브 카페 '봉고'를 차려두고 밤낮으로 재즈를 연주했습니다. ◀ＩＮＴ▶ 김광민 / 재즈 피아니스트 "당시에는 재즈를 진짜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서 연주하고 그런 장소가 없었으니까 이 분도 그런 장을 열어주신 거죠. 자기 돈 들여서 클럽 만들어서 사람들 모아놓고 재즈음악 이런거다 보여주고 또 음악하는 사람들 모여서 함께 연주하고 그때 당시 그런 분위가 참 좋았어요..." EFFECT 지난 88년 올림픽 당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타악기 연주자로 나섰습니다. 손바닥 마저도 악기가 될 수 있다는 타악의 진수를 그는 보여줬습니다. effect 손바닥 연주장면 사재를 털어 스스로 기획, 연출을 맡았던 92년 대한민국 재즈페스티벌은 재즈 사상 최대규모의 행사로 기록됐습니다. (포스터 촬영) 음악자료 + 스크롤링 업 "92년 대한민국 재즈페스티벌" "97년 섬머 올스타 재즈 페스티벌" "99년 아듀 재즈 콘서트" -----------------전환----------------- 45년 음악인생은 그러나 그에게 뼈 마디마저 뒤틀리는 아픔을 주었습니다. (병원 들어가고) EFFECT 땡긴다든가 하면 지압을 받았는데 가끔 뚝뚝 소리 나고 여기 목이 항상 무거운 것 같고 불편한데..(여기 말입니까?) 네네... (이쪽은요?)아 의사의 요구로 류복성씨는 어색하게 봉고를 잡아 봅니다. (의사:선생님 한번 더 쳐주세요. 평상시처럼) 술 한잔 먹어야되는데... 하하하 연주장면 싸비 (6") (의사:지금 연주하시는 자세를 보면 오랜 동안 직업적으로 연주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오는 직업적인 문제라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엑스레이 촬영결과, 류복성씨의 등과 목뼈는 봉고 연주자세 그대로 굽은채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ＩＮＴ▶ 안정형외과 원장 "지금 엑스레이 상에서 볼때는 우측측만이 돼있고 (등뼈가 굽었네요!) 실지로 외향상으로 보면 라운드 백(하단 자막)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굉장히 많이 둥그렇게 휘어있고 목부분이 상당히 앞으로 돌출돼있는 그런 상태로 봐서 아까 연주하는 장면도 봤습니다만 얼마나 자기 일에 열심이셨는지 그런게 많이 느껴집니다." ----------------전환------------------ 유복성씨가 드럼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1958년. (옛날 사진)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드럼소리에 매료돼 무작정 미8군 밴드의 잡역부를 자청하면서 부텁니다. (50-60년대, 빅밴드+스윙) 독학으로 드럼을 배워 나이트클럽을 전전하길 몇년 7곳에서 쫓겨나고 나서야 세상의 매운 맛을 알았습니다. ◀ＩＮＴ▶ 류복성씨 "재즈음악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하는데 안 알아줄때, 열받으니 속된 말로 술주정도 좀 하고... 이젠 나이가 먹으니 기운이 없어서 못하겠어" 1961년,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이봉조 악단에 픽업됐지만 기쁨은 잠시었습니다. (집 그림) 전자음악의 출현으로 재즈음악이 급격히 퇴조하면서 또다시 기지촌 비어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전환------------------ EFFECT 땀을 흘리며 연주하는 아들 (싸비 9") 올해 28살인 류한주씨. 어려서부터 드럼이 좋아 벌써 십년이 넘도록 두드려왔습니다. (싸비 8") 드러머 한주씨는 류복성씨의 외아들, 그의 핏속에도 아버지의 음악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ＩＮＴ▶ 류복성 (우하단 마루) "내가 드럼을 쳤는데 아들을 또 드럼을 치라고 그렇게 드럼을 친다고 그랬을때 드럼을 절대 말렸어요. 내가" 결국 아들의 뜻을 누를수 없었던 류복성씨는 요즘은 한주씨의 둘도 없는 스승이 되었습니다. (아들 연습장 찾아가는 그림) effect 류복성 "국민학교 나왔어도 음악에 열정이 있고 타고난 사람은 잘 할 수 있어, 그 대신 제일 중요한 것은 혼자만 작업실에서 연습할게 아니라 나와라 오픈하라 이거야. 나와서 관중앞에서 음악을 해라. 그러면 답이 나올거다" ◀ＩＮＴ▶ 류한주 "(기자 질문 살리고...)사람들한테 부각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예술중에서도 악기중에서도 가장 뒤에 있고 그러니까 아버지는 자신이 힘들게 걸어온 길을 똑같이 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안스러워보이셨나봐요" 그러나 어린시절 괴팍한 모습으로 기억된 아버지를 이해 하게된 것은 음악이 준 값진 선물입니다. ◀ＩＮＴ▶ 류한주 "어설프게 해서는 음악한다는게 그게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목숨을 내놓고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든 다음부터는 아버지의 그런 특수한 행동들이 올바른 거구나. (특수한 행동이라뇨?) 무대에서나 연습할때 다른 멤버와 합주할때 보면 난폭하게 보였거든요." ----------------전환------------------ 매일 밤 자정이면 주섬주섬 봉고를 챙깁니다. 몇만원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지만 그래도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있습니다. (류복성씨 카페안으로 들어간다) 재즈 연주자 류복성씨는 미사리 밤무대에서 이른바 오브리, 드럼 반주자입니다. effect 공연모습 (가수 위주 10" + 10") 무대 구석, 드럼 뒤에 숨어 류복성씨는 후배가수의 노래를 위해 묵묵히 북을 지킵니다. ◀ＩＮＴ▶ 뚱뚱한 50대 여성 3:4457 저도 안좋아요. 안됐다 그런 생각이들어요. 제가 볼때 옛날에 유복성씨 해서 티비도 많이 나오고 그랬잖아요.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각, 그의 분신인 라틴 타악기 '콩가', 열심히 두드려보지만 음악 소리에 묻혀 옛날 이야기 처럼 희미하게 들립니다. ◀ＩＮＴ▶ 류복성 "드럼이라는 악기는...모든 음악의 기둥이죠. 기둥이 흔들이면 전체적으로 음악이 흔들리니까 가수가 노래를 할때든가 연주자가 솔리스트를 할때 항상 컸다가 작았다가 자기를 누르면서 참으면서 높고 낮음을 지켜야죠.(그림처리) 그러니까 어찌 보면 대들보 역할하는 것이 외롭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클로징----------------- 최근 유복성씨는 연주생활 만 45년을 맞아 기념앨범을 내놓는 등 그동안 음악적 시도들을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ＩＮＴ▶ 류복성 "준비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분명 최선을 다할거고 죽을 준비를 해야겠죠. 이제 남의 탓하고 열받을 필요없이 매일 류복성이 재즈 뮤지션이다. 내할일만 똑바로 하다 죽을걸 생각하고 있어요..." effect 홀로 걷는 명동길 연주 30" 디졸브 (멀리 사라지는 장면 + 연주하는 애환) 외로운 길 재즈, 더구나 둘이 걷기엔 너무도 좁은 길 타악기 연주자. 반평생 음악속에 온몸이 북처럼 휘어버린 재즈의 장인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다만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주자 처럼 새로운 길을 재촉할 뿐입니다.            ◀ＥＮ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