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사실은 보도중 뉴스 에이에스] 지난 1986년 민주화 열망으로 뜨거웠던 정국을 일거에 냉각 시켰던 금강산댐 붕괴위협과 평화의 댐 모금운동, - 파괴될 경우 한강수역에 거주하는 1천 5백만 명의 우리 국민 생존을 위협하게 됨은 물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었던 건 이른바 수공위협 - 이거 꼭 해야돼! 당장이라도 수장될 것만 같은 국민적 공포를 키우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컸는데... - 수도권 지역 해발 20m까지 물에 잠깁니다. - 정보분석 결과를 과장 발표함으로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언론들이 16년 뒤 또다시 평화의 댐을 부각시켰다. 끊임없이 안보위험을 제기하는 세력과 이를 확인 없이 보도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부 언론, 뉴스 애프터 서비스 해드리겠습니다. 누구를 위한 평화의 땜인가? ⊙ 이상호 기자  : 여러분들 그런데 평화의 댐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실 겁니다. 강원도 일대의 지도를 한번 살펴볼까요? 이쪽이 춘천이고 소양강 댐이 여기 있습니다. 춘천댐이 보이죠? 춘천댐을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곳에 화천댐이 나옵니다. 같은 화천군 안에 있는 댐이 바로 평화의 댐이죠. 평화의 댐은 휴전선으로부터 남단 10km 지점에 있고요. 다시 26km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곳에 금강산댐이 나옵니다. 두 댐 사이가 36km, 그러니까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셈인데요. 금강산댐을 대응해서 만들어진 게 평화의 댐인데 지난 8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공사중이라는 사실 혹시 아셨습니까? 과연 사연이 무엇이 길래 계속 공사중인지 저희 취재팀이 현지에 다녀왔습니다. 화천댐으로 생긴 국내 제1의 낚시터라는 파로호를 따라 북동쪽으로 24km를 달린 취재팀은 거대한 석벽을 만났습니다. 바로 평화의 댐의 바깥쪽 모습입니다. 댐의 안쪽을 보기 위해서는 댐 오른 쪽에 산봉우리를 뚫어만든 터널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댐의 높이는 125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댐입니다. 색깔이 다른 중간까지의 높이는 80m, 전두환 정권이 북측의 수공에 대비한다며 지난 88년에 완공했던 1차 댐입니다. 그 위에 45m는 2년 전인 2002년 9월부터 시작된 증축 공사로 올린 부분입니다. 1차 댐은 북측의 고의적인 수공, 즉 댐을 파괴해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했었는데 2차 댐은 북측 금강산댐의 붕괴, 즉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를 가정하고 증축되고 있는 겁니다. 댐 상층부에서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입니다. 크레인 등 각종 공사장비들이 여기저기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엄청난 양의 철근으로 만든 거푸집으로 막바지 방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댐 안 쪽에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 작업이 끝나면 2차 증축 공사는 마무리되는 겁니다. 수자원공사의 설명에 따르면 125m 높이의 평화의 댐 담수능력은 북쪽 금강산댐의 최대 저수량인 26억 톤과 같기 때문에 만에 하나 금강산댐이 물이 가득한 상태에서 붕괴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설명 그대로 방어용인 평화의 댐은 현재 댐의 맨 아랫부분만 물이 차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87년 1차 댐 건설 당시 북측으로부터 밀려드는 물을 아래쪽 파로호로 흘려보낸다며 네 개의 터널까지 뚫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터널의 입구 높이에도 물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댐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해 완공된 북측의 금강산댐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댐 아래로 물을 보내는 게 아니라 매년 17억 톤의 물을 동해 쪽으로 빼서 수력발전을 하는 유역 변경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었습니다. ⊙ 민병수 / 수자원공사 공사부장  : 이쪽 지역에 물이 떨어지면 정상적으로 물이 내려와주면 좋은 건데 유역 변경식으로 갔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남한 쪽에선 물부족 문제가 발생되는 부분이거든요. ⊙ 신강균 / 진행  : 시청자 여러분 평화의 댐하면 생각나시는 게 많으실 것입니다. 30대 이전의 시청자들은 아마 기억이 없으실지도 모를텐데요. 86년 당시에는 국민 한 사람 당 벽돌 한 장 모으기 같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을 정도로 평화의 댐은 한때 국민 총화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후로 부터 20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평화의 댐이 공사중이라는 사실에 저도 놀랐습니다. 현장을 권희진 기자가 다녀왔는데요. 권희진 기자! ⊙ 권희진 기자  : 평화의 댐은 북한강의 최상류죠. 화천댐에서도 한참 올라간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원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보니까 지금도 인적이 상당히 드문 편입니다. ⊙ 신강균 / 진행  : 민통선에서 가까운 지점이죠? ⊙ 권희진 기자  : 그렇죠. 그래서 지금 인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사 관계자들은 막사를 지어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공사를 진행해왔습니다. ⊙ 신강균 / 진행  : 평화의 댐은 홍수를 막기 위한 댐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영상을 보니까 댐 안에 물이 거의 없습니다.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평화의 댐은 아시다시피 금강산댐에 대응해서 만들어진 댐 아닙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금강산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불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니까 금강산댐은 분명히 유역을 동쪽으로 돌려서 그 낙찰을 이용해서 발전하는 유역 변경식 댐이 분명합니다. ⊙ 신강균 / 진행  : 그런데 86년 당시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정부가 북한이 금강산댐을 만드는 이유는 군사적 목적, 즉 수공용으로 만든 댐이다 라는 설명을 기억하고 있는데 다시 말해서 다 지어놓은 다음에 폭약 같은 걸 이용해서 무너뜨리기 위한 댐이다 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전력을 생산하는 엄연한 댐으로 존재하고 있네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보통 댐이 아니라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한 상당히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있는 것이죠. 과연 20년 전 전두환 독재는 금강산댐을 그러면 어떻게 선전을 했는지 과거를 함께 가보시죠. 86년 10월 30일, 이규효 건설부 장관의 중대기자회견, 북한이 비밀리에 금강산댐을 짓고 있으며 그 댐을 일시에 무너뜨려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수공위협설, ⊙ 이규효 / 당시 건설부 장관  : 아울러 여기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 아까 말씀처럼 수공 목적이 있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정부 발표가 있던 바로 그 날부터 특집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 안수환 / 당시 서울대 교수 (MBC 특집방송 ‘금강산댐 건설음모(86.10.30)’)  : 200억 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그 피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습니다. - ‘적화통일’을 노리는 저의가 깔려 있기 때문에 저런 걸 만든다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방송은 물에 잠겨 머리만 남은 국회의사당과 허리까지 잠긴 63빌딩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경악했습니다. 일주일 뒤 국방부 장관이 위험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 이기백 / 당시 국방부 장관  :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으로 한강 유역을 휩쓸고 이어서 우리 수도권을 완전히 수몰시킨 후 그들이 노리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는 명백한 것이므로... - 4천만이 한 데 뭉쳐 살인공사 쳐부수자! 전국 각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금강산댐 규탄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직장별로 지역별로 군중들이 동원됐고 학생들까지 수업을 중단하고 반공집회에 나섰습니다. - 김일성놈 동조하는 좌경용공 때려잡자. 수공위협 발표 한 달 뒤 정부는 대응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합니다. ⊙ 이규효 / 당시 건설부 장관  : 북한측이 강행하고 있는 금강산댐 축조에 가공할 위협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내는 정당한 국가보위적 자위 조치로써 대응 댐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만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성금을 받겠다는 담화문도 발표했습니다. ⊙ 이용희 / 당시 문공부 장관  : 국민 모두가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위해서 대응댐 건설에 앞장서서 그 어떤 참여를 제창을 해올 것 같으면 그러한 국민의 뜻을 모두 수렴해서 슬기롭게 대응 댐 건설에 임하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현재 방침이라고 설명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적인 국민 캠페인이 시작됩니다. 평화의 댐 성금모금이 시작된 것입니다. ⊙ MBC, 평화의 댐 건설 국민성금 모금 방송 (86. 12)  :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어린 손길이 북한 공산당의 금강산댐 건설을 저지하고 북괴를 이기는 길임을 이 어린이는 전 국민의 가슴속에 메아리쳐 보냅니다. 연일 TV에는 댐을 세울 벽돌을 사라며 저금통을 깨서 나온 어린이로부터 해외동포까지 온갖 사연들이 소개됐습니다. ⊙ 평화의 댐 건설 성금모금방송 (86. 12. 5)  : 졸지에 부모를 잃고 가장이 된 것이 지난 4월, 이때부터 서양은 낮에는 신발공장의 재봉공으로, 밤에는 가장으로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북괴의 흉괴에 대비한 올해에 평화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여고 1학년에서 국민학교 3학년까지의 이들 4남매는 달동네의 단칸 셋방에 모여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국 이들 4남매는 한달 생활비의 20%가 넘는 그들에게는 엄청난 거액인 1만 2천 원을 성금으로 내기로 뜻을 모았고 책갈피 속에 깊이 감춰둔 비상금을 꺼내서 어제 오후 부산문화방송을 찾아서 접수를 시켰습니다. - 저희 4남매가 그동안 살면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붕괴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고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성금에 보태고 싶습니다. 하지만 모두 자발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회사원들은 반강제적으로 월급에서 성금을 떼인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12월이 되자 안기부는 아예 연말 불우이웃 성금모금을 보류시키고 이를 평화의 댐 성금으로 돌리도록 언론사에 압력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거둔 성금은 733억 원이나 됐습니다. 1987년 2월 28일, 평화의 댐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수공위협 발표가 있은 지 불과 넉 달 만이었습니다. 이듬해 개최될 88서울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서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착공 1년 2개월 만인 88년 5월, 높이 80m, 저수량 5억 9천만 톤 규모의 평화의 댐이 완공됩니다. 하지만 평화의 댐은 발전은 물론 저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어목적의 군사용 댐이 세워진 것입니다. ⊙ 신강균 / 진행  : 당시 국민들의 우려와 공포를 증폭시켰던 매체가 바로 방송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상호 기자! ⊙ 이상호 기자  : 저도 당시 방송을 본 기억이 생생한데요.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던 저희 청소년들은 여의도가 잠긴 모습을 보고 시험공부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상당히 정말 극도의 불안을 겪었던 게 사실입니다. ⊙ 신강균 / 진행  : 엄청난 충격이 당시 사회를 휩쓸었습니다. 지난 IMF 때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금모으기 운동이 있었는데요. 금모으기는 적극적인 국민들의 열의가 바탕이 됐었습니다. 그런데 평화의 댐 성금 모금 때는 전 국민이 겁에 질려 응했던 것이 달랐습니다. ⊙ 이상호 기자  : 외신의 반응이 상당히 달랐는데요. 금모으기 때는 그야말로 한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돋보였던 이런 일관된 평화였는데요. 한국민들의 저력이 엄청나다. 국가 경제위기를 맞아서 어떻게 총화, 단결할 수 있느냐 하는 칭찬 일색이었는데요. 하지만 86년 당시 외신들의 평가는 전 딴판이었습니다. 평화의 댐 건설 과정을 지켜본 외국 언론의 시각은 한마디로 비아냥,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평화의 댐이야말로 불신과 낭비의 사상최대의 기념비적 공사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댐이 착공되기 이전에도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인 목적을 경고하는 외신보도가 많았습니다. ⊙ 타임 (86. 11. 24)  : 남한 각처에서 규탄대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과격한 대학생들이 주장하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문제 같은 국내문제에 관심을 돌리는데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수공조작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인 1993년, 전두환 정권이 정권 안보를 위해 북측의 댐 공사를 부풀렸다는 야당의 주장에 밀려서 김영삼 정부가 감사원 감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감사 결과 5공 정권의 모든 발표는 치밀한 각본에 의해 진행된 한 편의 시나리오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이회창 감사원장도 이 시나리오를 전두환과 장세동 안기부장이 지휘했다고 밝혔습니다. 200억 톤을 담을 수 있다던 금강산댐의 규모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확인 결과 금강산댐의 저수용량은 그 1/10을 조금 넘는 26억 2천만 톤에 불과했습니다. 200억 톤이라는 수치는 당시 안기부의 지시를 받은 한국전력공사 직원 한 명이 불과 몇 시간만에 계산해낸 것이었습니다. 이런 주먹구구식 수치가 핵폭탄을 능가하는 물 폭탄의 근거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충남대의 김의홍 교수가 이 수치가 터무니없다는 보고서를 냈다가 안기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 김의홍 / 당시 KIST부설 시스템공학 연구소 연구원  : 전두환 정부에서 발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반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었죠. 김 교수는 200억 톤 규모는 지형상 건설이 불가능하고 저수량이 150억 톤이라고 가정해도 매일 트럭 천대가 13년 동안 흙을 쌓아야 하며 또 댐을 만든 뒤 물을 채우는 데만 해도 14년이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의홍 / 당시 KIST부설 시스템공학 연구소 연구원  : 토목공사 거기에 엔지니어링 쪽은 불가능에 가까운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회에서는 이게 북한의 커다란 위협으로서 국민들을 억압하는 기재역할을 했던 것이죠. 금강산댐을 동원한 국민위협, 전두환 정권은 그렇게 독재권력을 유지해나갔습니다. ⊙ 이상호 기자  : 지난 20년 동안 금강산댐은 단 한번도 무너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질 때마다 전두환 정권은 금강산댐의 붕괴위험을 내세워서 가공할만한 금강산댐 수공을 펼쳐왔습니다. 86년 10월에도 그랬습니다. 민주화 요구를 담은 건국대학교에 모인 학생들의 집회가 열리는데요. 이틀 뒤 바로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 계획을 발표합니다. 이내 충격에 휩싸이게 되고 바로 그 다음 날 학생들 1천 3백 명이 전격적으로 체포되게 됩니다. 11월 5일에도 그랬습니다. 김대중씨가 직선제 조건으로 대선에 불출마를 약속하게 되고 정부는 그 다음 날이죠. 국방부장관 명의로 북한이 금강산댐을 군사용 목적, 무기로 만들었다 하는 수공설을 발표하게 됩니다. 직선제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죠. 이어서 정의구현 사제단이 이번엔 민주화 시국선언을 하게 되는데요. 정치권은 이에 화답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직선제 쟁취투쟁을 전개할 것을 밝히게 됩니다. 곧 이어서 정부는 평화의 댐 성금 모금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87년 1월까지 다시 직선제 논의는 물밑으로 가라앉는데요. 박종철씨가 고문을 당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생기고 전국은 추도 물결로 일렁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서 정부는 충분한 조사라든가 논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평화의 댐에 착공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이쪽으로 돌리게 되죠. 이처럼 민주화의 열망이 고개를 들 때마다 찬물을 부어온 금강산댐, 군부독재가 물러나고 금강산댐의 정치적 용도가 폐기되자 그 대응 댐이었던 평화의 댐 역시 국민적 무관심 속에서 그동안 흉물로 방치돼 온 게 사실입니다. ⊙ MBC 집중조명 오늘 ‘평화의 댐, 그후 5년(93. 5 25)’  : 강원도 화천과 평화의 댐을 잇는 460번 지방 도로, 한 눈에 난공사였음을 실감케 했지만 도로 관리는 허술해 토사 차단망 여기저기가 뚫려 있었고 무너져 내린 흙은 도로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공사가 끝난 뒤 댐관리 책임은 수자원공사 소양강댐 관리사무소가 떠맡았으며 하는 일이라고는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댐을 둘러보는 정도입니다. 댐 2차 공사를 위한 예산 150억 원이 배정돼 있었지만 지난 88년 5월 1차 준공과 동시에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그로부터 꼭 5년, 평화의 댐은 미완성인 채로 다른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보니 금강산댐의 상황도 알 수 없었고 이 때문에 평화의 댐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몇 년 뒤 평화의 댐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금강산댐에 이상한 징후가 발견됐다는 징후는 2002년 KBS 뉴스가 처음으로 제기했습니다. ⊙ KBS 뉴스 9 (04, 4, 28)  : 북한 금강산댐의 실체가 처음으로 KBS에 단독 입수됐습니다. 댐 상부를 확대해 보니 세 곳에서 댐 일부가 움푹 패여 무너져 내린 것이 확인됩니다. 이처럼 곳곳에 붕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댐 전체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입니다. 당시 KBS 뉴스에 출연했던 전문가는 댐의 윗 부분이 함몰된 것은 부실 공사 때문이었다며 댐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KBS의 보도가 나가자 많은 언론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특히 일부 신문들은 16년 전 전두환 정권이 써먹었던 수공위험론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 조선 02. 5. 7  : 오랫동안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평화의 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5년 만에 평화의 댐 건설에 기예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정치권은 국가안보를 적국에 과장 이용한 대표적 사례로 평화의 댐을 폄하시켰다. ⊙ 신동안 02. 7월  : 금강산댐은 남한을 겨냥한 ‘제2의 노동미사일’이고 또 하나의 핵무기다. 고의든 부실공사 때문이든 이 댐이 터지면 남한은 즉각 전시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 탓에 여론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붕괴의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곧바로 평화의 댐 증축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금강산댐에 안전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전력 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댐을 완공하기도 전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 데다 북한의 기술력이 낙후됐다고 추정했기 때문입니다. 건교부도 댐의 상태가 과연 어느 정도 불안한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현장 조사 자체가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모든 판단은 위성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 건교부 관계자  : 사실 댐이라는 게 실제로 가서 육안확인 뿐이 아니라 지질조사나 이런 내용까지 해야되는 것을 현재까지는 지금 정보는 그대 인공위성 사진 본 것뿐이고... 금강산댐의 안전문제가 불거지자 2002년 8월 30일, 남북 양측은 경협추진위원회에서 금강산댐을 공동 조사하는 데까지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일 뒤 금강산댐 공동조사를 위한 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 현장 조사는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금강산댐의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하게 돼 버린 겁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금강산댐이 26억 톤의 물을 가득 채운 채 붕괴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였습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평화의 댐을 금강산댐과 같은 저수량을 갖도록 증축하기로 합의한 겁니다. 이렇게 해서 80m 높이의 댐을 125m 높이로, 45m를 더 높이는 공사비만 2천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겁니다. 평화의 댐 보강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최대저수량 26억 톤의 금강산댐이 완공됐습니다. 그런데 북측은 이 가운데 매년 17억 톤의 물을 동해쪽으로 뚫은 45m 길이의 터널을 통해 빼낸 뒤 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춘천 MBC가 촬영한 완공된 금강산댐의 모습입니다. 2002년 위성사진에서 발견됐던 댐 상단부의 함몰 부분이 보강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수위가 되기 전에 물을 빼내는 통로, 즉 여수로도 댐의 왼쪽 편에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 4월, 금강산댐의 붕괴 우려를 맨 처럼 보도했던 KBS 뉴스를 보면 안전장치인 여수로 시설도 없어 붕괴 위험성이 한층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수위의 금강산댐이 일시에 붕괴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평화의 댐은 2차 증축 공사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 최석범 / 감리사  : 사실 (금강산)댐이 터지지 않으면 (평화의 댐은)효과가 없는 거죠. 터져야 만 효과가 있는 것,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상한 댐이 되는 거죠. ⊙ 권희진 기자  : 그동안 금강산댐을 둘러싼 이런 소모적인 대치가 계속돼 왔는데요. 지금까지 대로라면 북측이 만약에 금강산댐의 높이를 올린다면 우리측이 여기에 대응해서 평화의 댐의 높이를 다시 더 높여야 되는 상황이죠. 서로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면 평화 댐 사례에서처럼 어떤 불확실한 상황을 가정해서 수천억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지난 8월엔 북한에서 금강산댐의 물을 수억 톤 방류하면서 우리측에 미리 통보를 해왔는데요. 양측이 서로 정보를 교류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라는 그런 좋은 예로 보입니다. ⊙ 이상호 기자  : 50년 간의 분단이 낳은 불신, 그리고 불안, 그 불안을 자극하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생각합니다. 이른바 양치기 소년을 닮은 정치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며칠 전 국회에서도 전쟁이 나면 불과 보름만에 서울이 함락된다 라고 하는 협박성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런 양치기 소년을 닮은 정치인들은 남북 간의 부족한 정보에 기인해서 상호간 불신이 있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특정 발언을 하고 이를 언론들이 앞다퉈 가면서 과잉 보도를 하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불순한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그 여부를 뉴스 A/S에서 계속 추적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