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진의 홍보성을 고발했던 지난해 6월, <미디어비평>의 보도가 나간지 1년이 조금 넘었지요. 정확히 15개월이 지났습니다. '보도 사진의 홍보성'..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신문마다 경제면이 있지요? 거기에 보면 중앙에 사진 기사가 있습니다. 무슨 백화점에서 어떤 행사가 열렸다.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이벤트가 열렸다. 하는 그런 사진에 하단에 짧은 설명기사가 달린 그런게 경제면의 보도사진인데요.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냐구요? 자.. 이 사진들은 형식적으로는 보도 사진 처럼 보입니다. 사진 속엔 일반 시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무엇인가 만지고 있구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대개 행사 주최측의 직원들이고, 그 행사나 이벤트는 특정 광고의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결국 신문 독자들은 광고주의 홍보의도와 신문들의 엘로우 저널리즘에 깜빡 속아넘어가게 되는 거지요. 방송에는 간접광고, 즉  PPL(Product Placement) 문제가 심각하듯, 신문엔 이 광고성 보도 사진이 문제입니다. <미디어비평>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직후, 저는 곧바로 메이저 신문의 사진부장 협회로 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그 분들의 저널리스트로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지리한 소송이 계속됐습니다. 제게는 약 30번째 소송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육군사관학교 사격장에서 국방부 간부들과 헬멧공방을 벌이고 있던 중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승소'를 축하한다구요. 변호사로부터 날아온 메시지였습니다. 사실 패소를 우려했던 사건이었는데.. 내심 안도가 느껴졌습니다. 소송을 하나하나 치뤄나가면서 그때마다 그만큼 속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소송을 안치뤄 본 분은 잘 모를 그런 고충이 바로 그곳에 있습니다. 고개를 드니 사방에 국방부 간부들이 저를 노려보고 있더군요. 별이 번쩍거리는 모자들.. 파병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국회의원님들.. 신용불량자들을 이라크로 보내자던 모의원도 보입니다. 하루종일 저를 쫓아다니던 YTN의 카메라들도 눈을 번뜩이며 저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쓴 웃음이 제 입가에 흘렀습니다. 겨우 하나 이겨놓고, 또 다른 소송을 벌기 위해 저는 그렇게 그들과 마주 하고 있었던 게지요. 거부할 수 없는 기자질의 숙명.., 제 살 다치는 한이 있어도 묻지 않으면 안될 그 당연한 질문을 포기할 수 없어, 조용히 마음을 다그쳐 세워봅니다. 던져지지 않은 질문들이 엮어낼 시대의 도그마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 <미디어비평> 99회, 2003/6/6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보도 사진인가, 홍보인가?   흔히 한 장의 사진은 백 마디 기사보다도 더 큰 감동과 메시지를 준다고 하는데 그만큼 사진기사의 위력은 대단하다는 말이죠. 그런데 최근 신문 경제면에 실리는 사진들 대부분이 특정회사의 홍보다, 또는 특정상품의 광고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오늘은 신문 경제면 사진 기사가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호 기자, ⊙ 이상호 기자  : 안녕하세요. ⊙ 신강균 기자  : 저희가 신문들을 보게 되면 서로 다른 신문인데요. 비슷한 사진들이 신문 경제면에 실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사진들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는 겁니까? ⊙ 이상호 기자  : 말씀하신 게 신문마다 특정상품 주변에 모델만 달리해서 찍은 사진이나 아니면 같은 모델인데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 문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직접 현장 속에서 함께 확인해 보시죠 지난 3일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 행사장입니다. 행사장 입구에 주방 기구로 만들어진 로봇이 전시가 돼 있고, 그 주변에 때 아닌 촬영경쟁이 벌어졌습니다.   - 어머니, 뒤에 어머니 조금 앞으로 오세요... 모델들은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리 저리 자세를 바꾸는 등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행사는 백화점 측에서 주방용품을 비롯한 기획 상품의 매출 홍보를 위해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이튿날 신문을 살펴봤는데요. 10개 중앙일간지 중에서 무려 7곳에서 전날 행사사진을 실었더라고요. 사진 속의 인물과 로봇이 찍은 각도만 조금씩 다를 뿐 비슷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백화점 상호와 행사장 위치가 바뀌어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 속의 모델들은 버젓이 매장을 찾은 고객으로 둔갑이 돼 있었습니다. 매출 확대를 위해서 백화점 측이 연출한 행사가 백화점의 의도대로 정확히 신문 지면에 관찰된 것입니다. ⊙ 신강균 기자  : 방금 전 화면에서 보다시피 저 사진에 특정 백화점의 이름이나 상품의 이름이 아예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바로 사진기사의 이른바 간접광고 문제에 대해서 지적을 하신 것인데요. 공중파의 경우에는 간접광고 문제가 상당히 예민한 이슈로 이미 자리가 잡혀 있지 않습니까? 조만간 이 문제도 저희가 이 시간에 짚어봐야겠습니다만 일단 신문의 경우 간접광고에 대해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일반 독자들은 사진 기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미디어 비평은 지난 5일 미디어 영상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매체 비평 속에 들어가서 전날 자 중앙일간지 10개의 경제면에 실린 사진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각각의 사진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담은 사진기사인지 아니면 광고나 홍보성 사진인지를 평가해 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경제면의 사진 기사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학생들은 10장 중 무려 7장의 비율로 사진이 광고나 홍보성이 짙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 박광석 / 광운대 4학년  : 어떤 신문 사건은 어떻고, 어떤 신문은 어떻고, 좀 다를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바라봤는데 거의 다른 게 없더라고요. 보니까 거의 이미지 홍보라든지 상품 광고에 가까운 그런 모습들이 보이고, ⊙ 박태규 / 광운대 4학년  :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보도 사진의 목적을 뛰어넘어서 특정 업체나 특정인에 대한 이미지를 상승시키려는 광고효과를 노리려는 것이 아닐까,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미디어 비평팀은 5월 2일부터 6월 2일까지 한달 동안 10개 중앙일간지와 매일과 한국 등 양대 경제지의 경제면에 실린 사진기사를 분석해봤습니다. 사진 기사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서 특정 회사명이 거론 된 홍보성 사진, 특정제품이 등장하는 광고성 사진, 그리고 기사 정보성 사진 등 3개 항목으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498개의 사진기사 중 절반 가까운 47%가 제품 광고성 사진, 19%가 회사 홍보성 사진, 그리고 나머지 34%만이 정보성 사진으로 분석됐습니다. 결국 사진 3장 중 2장은 홍보나 광고성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박상수 / 포토저널리즘박사  : ...제공한 사진에서 어떤 한 부분만이라도 단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소품만 나온다면 독자들에게는 제품구매를 유발시킬 수 있는 충동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업체의 계산된 연출이라면 그것이 바로 보도가 아니라 홍보가 될 수 있고 광고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사진기사의 주인공은 단연 백화점들이었는데요. 가장 많은 사진 기사의 혜택을 본 곳은 38번을 기록한 롯데 백화점이었고요. 32번을 기록한 신세계 백화점과 13번의 현대백화점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렇게 되면 어떻습니까? 신문의 아랫부분에 보면 광고를 넣을 수 있는 광고지면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사진들은 광고지면 부분에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 이상호 기자  : 그런 지적도 있을 수 있겠죠. 한 대형 백화점 홍보 책임자는 윗선에서 제품소개라든가 백화점의 홍보사진의 중요성을 하도 강조하는 바람에 아예 사진 담당 직원 사진만을 전담하는 직원을 두 명으로 늘렸다,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함께 보시죠.   경제면 사진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입니다. 이곳에 홍보담당자는 과거 기업의 치부를 감추는데 주력하던 홍보의 기능이 요즘은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이창원 / 롯데백화점 홍보부장  : 신제품 홍보라든지 아니면 브랜드라든지 이미지라든지 이런 것에 있어서 다양하게 기사화 시키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나 행사 안내는 기본에 속합니다. 백화점 측이 의도한 대로 신문에 사진이 실리게 하기 위해서는 눈물겨운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한 백화점 홍보 책임자의 하소연이었습니다.   ⊙ A백화점 홍보책임자  : 이벤트를 많이 한다. 어디 1박 2일로 한번 같이 여행을 가자거나 안면도 가서 놀자, 우리가 특히 사진이 많이 낸다. 백화점 사진이라든가 이런 사진들이 많이 나가야 돼요. 그래야지 자꾸만 사진이미지가 좋아지거든요. 그래서 막 기자들한테 막 사진 좀 내달라고 우리도 사진 담당 직원들이 한 2명 있다. 여하튼 사진이 나가야지 되니까, - 아예 사진 담당이 있어요? 있어요. 사진부장이랑 무지하게 친하다. 그리고 사진부장하고 계속 전화도 하고 여하튼 뭐 어디 가서 만나서 한번 놀자, 당신들 술 마시고 놀래, 어디 여행가서 놀래, 낚시질할래, 뭐할래 그러지 그러면 그 사람들 (기자들) 어디 가서 좋다 가자 해서... ⊙ 신강균 기자  : 무늬만 바뀌었지 옛날의 관행이 이상한 형태로 여전히 남아 있는 그런 상황이군요? 사진 기자들은 어떻게 얘기하고 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아직까지 일반적 주장입니다만 한국 사진기자협회 측의 방금 저 얘기를 확인해봤더니 협회 측 입장은 협회 차원에서는 저런 향응을 받은 바 없다, 그렇게 부인을 하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협회 차원에서는 받은 바가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경제면의 사진 기사가 달라질 수 있다 라고 하는 여지가 있는데, 사진 기자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 이상호 기자  : 한마디로 왜 문제를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인데요.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먼저 어느 신문의 제품 광고성 사진기사가 가장 많았는지를 살펴봤는데요. 그 결과 동아일보가 35건, 문화와 세계가 각각 32건, 경향이 29건 등의 순서로 많았고요. 중앙과 조선은 상대적으로 적의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동아일보 사진부를 찾았는데요. 담당자들의 거부로 인터뷰는 실패했습니다만 제품명이나 장소를 밝히지 않으면 문의 전화가 폭주해서 업무가 마비된다, 이젠 경제섹션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변명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다른 기자들도 대부분 홍보나 광고가 아닌 사진 기사로 봐달라, 이런 주문이었습니다.   ⊙ A신문 사진기자  : 유통면이라고 하면 저희도 내부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많이 들어봤는데... 근데 최근 추세가 중산층 이하들도 시장보다는 이마트나 백화점 많이 찾잖아요. ⊙ B신문 사진기자  : 최대한 사진기자들은 그 상품명이 안 나오게 찍는 게 가장 기본적인 앵글이다. 그런데 취재하다 보면 좋은 앵글이 있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은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 C신문 사진기자  : 경제면 같은 경우 사실은 이제 경제 전반에 걸쳐 정보를 사진기사로 다뤄주자 하면서, 저희 팀 내부에서 회의를 많이 하거든요. 우리도 이런 거 하지 말자, 또 그래서 저희가 1년 전까지는 하지 많은 적도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씀을 드리는 건데, 그런 식의 보도 방식을 따라가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좀 불편하다, 사실은... 요즘 같은 경우 워낙 그런 부분이 사실 지나치기도 하고 사실 사진부에 따로 팩스들이 너무 많이 오니까 가려서 나간다고 하더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진기사의 상업화 경향이 신문의 보도윤리를 해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 김영호 / 미디어 포럼 회장  : 백화점의 경우는 신문광고라든지 또 전담광고, 또 우편 광고를 통해서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느 고객도 정보접근이 쉽습니다. 보도할 가치가 없는 상품을 사진을 통해서 보도함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상업주의에 영합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것은 보도윤리에 어긋난다, 우리가 이렇게 봐야되겠죠. 본인들도 이 사진이 보도할 가치가 없다는 걸 더 잘 알 겁니다. ⊙ 신강균 기자  : 광고와 홍보의 유혹을 견디면서 뉴스의 생생한 현장포착, 이런 것을 잡는 그런 것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는데 요즘 상업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기자들이 많이 유념해야 될 것 같아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경제면이라는 곳이 기업이라든가 제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경제면의 꽃이라고 하는 사진기사 역시 이 문제를 피해가기가 쉽진 않겠죠. 더구나 신문윤리위원회도 아직까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소한 연출된 사진이나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제공받은 사진, 그리고 상품명과 업체명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는 사진은 당장 싣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이 같은 사진기사에 대한 윤리원칙 규정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상호 기자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