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지환 선배를 비롯한 <시민의 신문> 기자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저는 mbc 사실은 팀의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호라고 합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티비 앞에 앉았다가 정작 본인들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얼마나 화가나고 섭섭하셨을까.. 생각해보니 저의 단견이 너무나도 죄스럽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정지환 선배.. 정 선배는 탐사적 전통이 낮은 우리언론 현실에서 빛나는 성과를 세워오신 분입니다. 그런 선배께서 주신 지적이니 만큼 더욱 소중하게 아프게 받아들여지는게 사실이구요. 그런 선배의 지적이기에 더욱 그 지적이 의미를 잃지 않도록 몇가지 오해의 여지에 대해서만 반론을 겸해 경위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저희 <사실은>의 이번 '스토리 사격장' 취재는 사실.. <시민의 신문>이 아니라 <인터넷 한겨레> 이승경 기자의 '제보'로 부터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이승경 기자로 부터 이메일이 왔더군요. 스토리 사격장 문제가 대단한 중대한 것이라고 생각해, 오랫동안 기사를 써왔는데 별다른 반향이 없어 안타깝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시 한겨레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지난 몇개월 동안 수십건의 기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부끄럽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미군범죄나 매향리 등의 문제에 대해 관심과 함께 몇몇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지만, 누군가 이토록 절실하게 문제를 제기해왔음에도 아직 함께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말입니다. 전체 아이템 회의를 거쳐 즉각적으로 취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인터넷 한겨레가 이번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온 점에 주목했고, 시민의 신문이 이번 사안을 특종보도한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기실.. 스토리 사격장과 관련한 보도에 특종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운동차원에서 접근해야할 사안이라고 본거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문제제기의 공을 가로챌 생각은 털끝 만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사를 보시면 (www.Leesangho.com '상호기사' 란 참조) 한겨레의 이승경 기자 인터뷰를 삽입한 사실을 보시게 될 겁니다. 이승경 기자가 스토리 사격장 사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는 자막도 함께 넣었습니다. 저희가 이 기자로부터 문제의식을 넘겨받았다는 것을 명시한 셈이지요.   오해의 여지가 한군데 더 있더군요. 저희는 스토리 사격장 이슈를 '특종'했다고 생색을 낸 적이 절대 없습니다. 특종을 하겠다면 왜 이미 다른 기자가 수십번도 넘게 먼저 쓴 사안을 취재대상으로 삼았겠습니까? 비록 남이 쓴 기사지만 특종 욕심 보다는 필요한 기사를 널리 알려야한다는 취지에서 동참을 한 것입니다. 다만 저희 프로그램의 피디가 더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자살 사건 이후 이용남 씨를 <사실은>이 처음 만났다는 내용을 예고에 삽입한 사실은 있더군요. 이 부분도 저는 불필요한 짓을 왜했냐며 나중에 피디에게 항의하기도 했던 대목입니다.   기사의 인용에 대한 말씀도 덧붙이겠습니다. 기사의 인용을 할때 저희 프로그램은 큰 언론이건 작은 언론이건 절대적으로 인용처를 밝힙니다. 이러한 관행은 지식, 정보 사회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약속입니다. 단언컨데 저희 프로그램 만큼 이같은 관행에 철저한 프로그램은 없을 것입니다. 예를들어볼까요? 참여사회 장윤선 기자의 구산동 결핵마을 비리.. 저희는 장윤선 기자 인터뷰를 통해 '작은' 언론의 큰 역할에 대해 크게 알렸다고 자부합니다. 천안신문의 족보사건, 주간한국의 역사바로세우기 등 거의 한주 걸러 한번은 작은 언론의 큰 활동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다시 일반에 알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때문에 이번 기사가 특정 기사를 인용했다는 주장은 참 납득하기 힘듭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방송내용은 보도된 한겨레 기사 내용을 근거로 현장에서 새롭게 확인 취재를 해서 영상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피해당사자들의 생생한 육성과 사격장내 시설이 정밀 촬영됐는데, 피해자들의 실태를 보도한 시민의 신문이나 한겨레의 기사를 새삼 인용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다시 생각해보건데, 이번 보도과정에서 그간 시민의 신문이 쏟아부은 노고에 적정한 만큼의 주목을 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분명 저희 불찰이었습니다. 시민의 신문의 성취는 분명 평가받아야 할 것이며, 특히 이번 사안을 현장취재하고 여론화하는데 앞장선 이준희 국장의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코 이번 보도는 시민의 신문이 이룬 성취를 조명하고 기자들에게 공을 돌리기위한 샴페인 파티가 그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준희 국장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허버드 대사와 면담을 주선하고 시민사회에 스토리 사격장 문제를 알리기 위해 1인시위 까지 나선 그의 모습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당초 허버드 대사와의 인터뷰를 시도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시민사회의 대응까지 포함하는 별도의 구성꼭지를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허버드 대사와의 인터뷰가 결국 틀어졌습니다. 아쉽게 해당 꼭지는 방송을 타지 못했습니다. 인터뷰했다고 모두 방송에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설혹 인터뷰가 나갔더라도 이준희 국장은 시민의 신문 기자가 아니라, 이 국장이 제게 건낸 명함에 나와있는데로, '한국인터넷 기자협회 사무국장'의 명의로 방송에 나갔을 것입니다. 다시 인용의 문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번 사안은 인용대상이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스토리 사격장 사태의 개략적 실태는 이미 시민의 신문이 최초 보도한 수준에 멈춰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몇개월이 지나 저희가 제보를 받고 뛰어든 상황에서는 이미 해당 사건은 일반화된 수준의 담론으로 진화한 상태였습니다. 다시말해, 스토리사격장 이슈는 이미 특정 신문의 독점적 아젠다 세팅의 산물이 아닌 시민일반이 공유하고 있던 보통명사에 해당하고 있었다는 얘기지요. 이를테면, 시민의 신문의 최초 보도 직후에 저희 보도가 바로 이어졌다면, 시민의 신문이 보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전제가 될 것이고, 이 경우 당연히 시민의 신문의 보도 사실을 명시했어야 했을 것이지만, 이번 사안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강조하자면, 이번 스토리 사격장 이슈는 언론사간 특종경쟁의 영역이 아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언론사회가 함께 뛰어야할 공동의 관심영역이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었고, 그래서 즉각적 보도로 함께 가세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보도를 통해 그간 힘들었던 스토리 사격장 보도과정의 성취를 조금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던 시민의 신문 관계자분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제생각만 한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사전에 인터뷰가 나가지 않는다고 전화를 드리지 않은 것도 후회되네요. 사실 인터뷰 보다는 당신들께서 제기해오신 스토리 사격장의 문제가 보도되는 것을 더 기다리실줄 알았습니다. 분명 이번 저희 보도는 특종이 아니라, 시민의 신문의 지속적 문제제기에 영향을 받아서 뒤따라간 후속보도였음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정 선배.. 이번 취재과정을 통해  다시한번 시민의 신문의 존재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과 저널의 양자적 접근을 힘겹게 시도해나가는 시민의 신문 기자들의 취재에 경의를 표하구요. 상대적으로 안온한 가운데 기사제조 엔지니어로 시들어가는 '큰' 언론의 기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들이십니다. 향후 이번 같은 오해의 여지가 남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아울러 시민의 신문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앞으로도 정당한 인용을 통해 대의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더 큰 동지적 관심을 가지고 신문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웃는 모습으로 현장에서 뵙기를 기대하며.. ======================================================= MBC 스토리사격장 특종보도 내막은…   [칼럼] 작은 언론에는 특종이 없다?   (주: 시민의 신문 (www.ngotimes.com ) 6일자 '데스크칼럼'에서 퍼옴.) "MBC 뉴스서비스 사실은 30일 오늘밤 11시 15분에 스토리 사격장 방영. 많은 시청을!" 지난 7월 30일 오후 7시 28분. 이준희 시민의신문 기자는 휴대폰으로 일제히 동료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기자가 메시지까지 발송해 한 방송 프로의 시청을 권유한 데는 물론 까닭이 있었다.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는데… 몇몇의 동료 기자와 함께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수개월 동안 '외롭지만 끈질기게' 보도해온 스토리 사격장 기사가 공중파 방송에 소개된다는 것, 이 기자에게 그것은 그간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욱이 그는 사흘 전인 7월 27일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MBC 기자의 파주 현장 취재를 지원하고, 그 다음날에는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스토리 사격장 문제와 관련한 1인 시위를 하며 MBC와 인터뷰도 끝내 놓은 터였다. 문자 메시지 발송을 끝낸 이 기자의 눈앞으로 문득 지난 7개월 동안의 온갖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스토리 사격장에 대한 본격적 취재의 동기를 제공한 것은 한 노인이었다. 스토리 사격장 확장을 반대하며 민통선 안에서 영농을 계속하려던 82세의 농민 우재욱 옹, 그러나 도리어 우 옹은 대한민국 국방부와 경찰로부터 고발과 체포의 위험에 처하게 되고, 절망과 분노로 한탄하던 우 옹은 유서를 작성해 놓은 채 홀로 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언론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진작가 이용남 씨를 통해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인지한 사람이 이 기자였고, 그때부터 시민의신문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와 보도가 시작됐다. 다른 대다수 언론의 무관심과 방관 속에 '사격장 잠입 신라 경순왕 후손 묘 첫 확인', '스토리 사격장 폐쇄 촉구 이용남 씨 음독기도', '스토리 사격장 생태환경·수질오염 실태고발', '고구려 옛성 호로고루 파괴현장 르포', '국회 문광위, 스토리사격장 은폐의혹 진상조사 촉구' 등의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사실 지난 1월 초 스토리 사격장 문화재 은폐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박신용철 기자의 기사부터 따지면 그것은 장장 7개월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토리 사격장 문제와 관련해서만 30여 건의 기사가 시민의신문에 잇따라 발표됐고, 지금도 발표되고 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것이 또 하나 있다. 여론 확산의 '대의'를 위해 시민의신문 기자들이 인터넷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타 언론매체에 아무런 조건 없이 정보를 전해 주거나 아예 기사 자체를 제공하는 등 정보 독점의 욕심을 버렸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7월 30일 밤 11시 30분. 큰 기대감을 안고 TV 앞에 앉아 있던 시민의신문 직원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토리 사격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제목으로 막 방영이 끝난 이 프로에서 시민의신문 기자들의 활약상은 커녕 '시민의신문'이란 명칭조차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 시청을 독려했던 이 기자의 실망은 더욱 컸으리라. 다음날 위로하는 동료들에게 "우리가 외롭게 보도한 내용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널리 소개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서 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어찌 속까지 편했으랴! 노근리와 AP, 그리고 '말'지 1999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AP에게 퓰리처상까지 안겨준 '노근리 사건'이 그 해 가을 공개되자 이를 크게 받아 보도했던 한국의 기성 언론은 때아닌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같은 엄청난 비극이 이제야 널리 전해진 점이 우선 안타깝고, 우리 언론 아닌 외국 통신이 그 내막을 취재 보도한 점 또한 민망스럽다"(조선일보 10월 1일자)거나 "AP 특별취재팀이 보여준 철저한 기자정신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으로 정작 당사자인 한국 언론은 그동안 무엇을 했던가를 생각하면 자괴하는 마음뿐이다"(중앙일보 10월 2일자)라고 고백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지와 오버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비극적 사건은 그보다 5년 전인 1994년 국내 언론에 의해 이미 상세히 보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월간 말 오연호 기자(현재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그해 7월호 말지에 1백매 분량으로 이 사건을 특집으로 보도하면서 1백30명의 사망자 명단까지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AP는 물론이고 국내 언론까지 말지의 선행 보도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AP가 주로 피해자 증언에 집중한 말지 기사를 넘어 가해자인 미군의 증언과 각종 증빙 자료까지 발굴해 탐사보도의 진수를 보여준 것은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국내 언론이 그런 AP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AP 기자가 그후 4년이 흐른 뒤에 한 단행본(<기자가 말하는 기자>)에 기고한 '특종후기'에서마저 말지 기사를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내 언론이 말지 기사를 쏙 빼놓고는 "그동안 우리 언론은 무얼 했나"고 자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그러진 풍경들은 언론계 내부에서 회자되곤 하는 "작은 언론에는 특종이 없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사실은(?)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야말로 이런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가 아닌가. 그런데 이런 프로마저 결과적으로 작은 언론의 노고를 무시한 셈이 됐다. 다른 매체, 특히 작은 언론의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면서도 출처를 밝히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미시적 언론개혁'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족(蛇足) 하나. 이 칼럼의 제목은 미디어오늘 2003년 12월 24일자 기사 '작은 매체에 특종은 없다?'를 패러디한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정지환 / 시민의신문 편집부국장 겸 여의도통신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