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의 절규는 끝나지 않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떠난 아들, 그러나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 나라 지키러 보냈는데... 그걸 생각하면... 그들은 누구에게, 왜, 의문의 죽음을 당해야 했을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가족들의 절규, 진실규명을 위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조사관에게 가해진 충격적인 협박, -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나, 얘기할 거 없어. 그리고 최근 거세지고 있는 의문사위 흔들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뉴스 A/S에서 집중 분석합니다.   ⊙ 이상호 기자  : 이 분은 반투 스티브 비코라는 분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권운동가였는데요. 비폭력 저항운동을 하다 투옥된 뒤에 감옥에서 숨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용서하기 위해서라도 누가 왜 그를 죽였는지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정부는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만들어서 그가 20년 만에 죽은 이유를 소상히 밝혀주었습니다. 독재를 거친 나라들은 독재기안 중 저질러진 죽음의 진실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는데요. 우리나라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해방된 남아프리카의 검은 거인, 살 반투 스티브 비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그는 남아공 백인정부의 눈엣가시였습니다. 체포와 구금을 반복하기를 수 차례, 하지만 투쟁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 반투 스티브 비코  :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 전국적으로 비폭력을 권장하기 위해서다. 이 연설을 끝으로 비코는 대중 앞에 다시 설 수가 없었습니다. 1977년, 남아공 정부는 비코가 옥중에서 단식투쟁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의문의 죽음, 흑인들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그의 죽음의 비밀은 쉽사리 밝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의문사를 조사하기 위한 남아공의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비코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합니다. 결과는 타살. 보안 경찰들의 무자비한 고문과 구타를 못 이겨 인권운동가 비코는 그렇게 숨져갔던 것입니다. 완전한 독재의 청산이야말로 국가에 의해 타살된 의문의 죽음들을 밝히는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은 독재를 거친 대부분의 나라에서 진실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진실위원회는 의문의 실종자들에 대한 조사내용을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방영했는데요. 이를 통해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내 결국 9천명에 달하는 실종자에 대한 조사를 끝낼 수가 있었습니다. 칠레의 진실과 화해에 관한 국가위원회 역시 1800페이지에 달하는 군부의 민간인 살해보고서를 만들어냈는데요. 이를 근거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88년부터 시작된 의문사진상규명 촉구 농성, 135일 동안 계속된 유가족들의 절규는 국가에 의해 자행됐거나 은폐된 폭력이 얼마나 심각했던 것인지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1994년, 의문사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국회 청원운동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도 국회는 묵묵부답.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 자체가 폐기될 뻔한 적도 수 차례. 하지만 저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은 결코 포기를 몰랐습니다. 1998년 겨울, 유가족들은 마지막으로 국회 앞 천막농성에 들어갑니다. 99년 말까지. 장장 420일 동안의 천막농성은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2000년 10월 17일,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하기에 이릅니다. ⊙ 김대중 / 당시 대통령  : 우리가 그런 분들을 이미 죽었으니까 끝났다 하고 내버린다면 그것은 이 땅에 정의가 없다는 얘기고 앞으로 누가 바른 일을 위해서 살겠습니까? 그리고 독재정권 치하의 의문의 죽음들의 진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973년 당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의문사한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 중앙정보부는 최 교수가 간첩혐의를 인정한 뒤 조직을 보호할 목적으로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의문사위는 그러나 수사관들의 사전공모와 고문사실 은폐 등을 밝혀내고 최 교수가 고문으로 숨진 뒤 중앙정보부에 의해 자살로 은폐됐다는 사실을 30년 만에 밝혀낼 수가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20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됐던 인혁당 사건. 의문사위는 이 사건 역시 중앙정보부가 사전 각본에 따라 꿰 맞춘 전형적인 공안사건이었음을 밝혀냈습니다. ⊙ MBC 뉴스데스크 / 2002.9.12  : 서슬 시퍼랬던 유신 정권 시절 북한의 사주를 받아서 국가 전복을 노렸다던 소위 인혁당 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완전히 날조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당시 군사법원은 피고인들의 발언을 맘대로 조작하거나 누락시켰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김준곤 / 의문사위 상임위원  : 엄청난 비인간적인 대우... 이런 게 세상에 밝혀지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고문이 세상에 밝혀지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은밀하게 그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을까... ⊙ 신강균 / 진행  : 유신독재, 군부독재 등 독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탄압했던 역사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국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그 진실을 규명해달라는 요구가 거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난 88년부터 무려 12년 동안 눈물겹도록 요구한 끝에 지난 2000년, 드디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됐습니다. 이상호 기자, 그동안의 성과, 컸었죠? ⊙ 이상호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2000년부터죠. 지금까지 1기, 2기 해서 약 한 3년 가까운 시간 동안에 모두 83건에 걸쳐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서울대 최종길 교수가 자살이 아니라 고문에 의해서 숨졌다고 하는 내용 등 서른 건에 대한 의문사 진실을 규명해죠. 하지만 한계도 아주 컸습니다. 의문사로 방금 밝혀진 30건보다 더 훨씬 많은 54건에 대해서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특히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 맞아서 숨진 것으로 드러난 정연관 상병의 경우는 의문사를 밝히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보여주는 예입니다. 지난 89년, 국회에선 13대 대통령선거 때 의문사한 정연관 상병의 죽음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야당이 한목소리로 정 상병이 군대내 부정투표 과정에서 타살됐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입니다. 출석 증인들은 하지만 군 당국과 공모해 위증으로 일관했고 진실은 땅속 깊이 묻히는 듯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최근 의문사위원회가 밝혀낸 진실은 이랬습니다. 지난 87년 12월 경기도의 한 육군부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다가오자 이 부대 간부들은 당시 여당후보인 노태우씨를 찍을 것을 정신교육을 통해 반복 교육했습니다. 간부의 지시에 따라 다시 내무반장과 선임 사병들까지 투표강제 행위에 동원됐습니다. 당시 내무반장이었던 홍익표씨도 그 피해자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 홍익표씨 / 당시 정연관 상병 내무반장  : 중대원들을 다 불러 가지고 단체로 이런 식으로 좀 도와다오. 왜냐하면 지금 여당 표가 많이 나와야지만 군 생활을 또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12월 4일 밤 9시, 홍씨는 야당후보에 투표한 병사가 자신의 내무반에 있는지 여부를 보고하기 위해 투표현황을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무려 3명이 야당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침 점호가 끝나자마자 중대의 군기담당 병사들이 내무반으로 들이닥쳤고 무차별 구타가 시작됐습니다. ⊙ 당시 같은 내무반원  : 취침 점호 상태였고 일반적인 사병들이 집합을 해 있는 상황에서는 눈동자도 옆으로 못 돌립니다. 그래서 옆에서 쓰러져도 저 사람이 누군지 쳐다보지를 못해요. 맞았다고 뒤로 주춤거리고 쓰러지고 이런 건 용납을 안 하거든요. 꾀병을 한다고 막 전체가 달려들어서 구타하고 하는 과정에서 사망을 한 것이죠. 정연관 상병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던 병사들은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병사들은 당시 사건이 부정투표에 관련됐다는 사실에 대해선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 홍익표 / 당시 정연관 상병 내무반장  : 선거와는 상관없이 군기확립을 위해서 때렸기 때문에 이렇게 된 상황이라고만 알고 있으라고만 하더라고요. 보안사에서... 더 이상 알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생각도 말고 생각도 말고 여기 조사 받은 내용도 혼자만 알고 있지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라 그러고.. - 뭐 쥐도 새도 모르게 갈 수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던가요? 그거는 다 뻔한 거죠.          이번 조사를 맡았던 제2기 의문사위는 정 상병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냈지만 군 수사기관을 통해 저질러진 사건 은폐경위와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의문사위의 조사가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한계를 보인 적도 많습니다. 80년대 이른바 녹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군에 강제 징집된 뒤 군부대내에서 사망한 사건들, 이 의문사들을 조사하기 위해 의문사위는 녹화사업을 주도한 전두환, 노태우씨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이 들은 개인상의 이유를 내세워 끝내 소환에 응하지 않았고 의문사위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녹화사업과 그에 따른 의문사의 진실은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있습니다. ⊙ 신강균 / 진행  : 녹화사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권희진 기자, 순수한 말인데 녹화사업 설명 좀 해 주시죠. ⊙ 권희진 기자  : 한마디로 빨갛게 물든 대학생들의 머릿속을 파랗게 바꾸겠다는 말이죠. 그래서 이름도 녹화사업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 초기에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을 강제로 군대에 끌고가서요. 이른바 특별정신교육을 한다면서 정신적인 육체적인 가혹행위를 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의문의 죽음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의문의 죽음의 진실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 신강균 / 진행  : 걸림돌이 뭐였길래 그렇게 성과를 보지 못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대략 짐작은 하시겠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가해자나 사건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바로 조사의 대상이 아니겠습니까? 조사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진실이 밝혀지면 자신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최근에 허원근 일병 사건이라고 있습니다. 허원근 일병 사건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조사가 어려움이 많은 것이 아니냐 하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6일 저녁 6시, 대구직할시 망우공원 앞 노상에서 난데없는 총성이 울렸습니다. 허원근 일병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두 명과 2년 전 허원근 일병 사건을 조사했던 당시 국방부 수사관 인길연 상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실랑이의 와중에 인 상사가 조사관들을 향해 위협사격을 가한 것이었습니다.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녹음한 테잎은 당시의 정황을 잘 보여줍니다. ⊙ 당시 상황 녹음 테이프  : - 인상사 : 기록 빨리 내놓으세요. 안 내놔요? XX놈들이 이거... 빨리 기록 내놓으세요! - 조사관 : 자, 가라앉히고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해요. - 인상사 : 됐어. 됐어. 기록 내놔! 빨리, 기록 어딨어? 기록부터 보고 얘기합시다. 기록 내놓으라고. - 조사관 : 자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네? - 인상사 : 주거침입죄로 당신네들 처리하겠어. - 조사관 :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 인상사 : 나 얘기할 것도 없어. - 조사관 : 우리도... 우리도... (총소리) 인 상사를 진정시키려는 조사관들과 기록을 내놓으라는 인 상사, 대체 그 기록은 무엇이었을까? 내막은 이렇습니다. 의문사위 조사관들은 인 상사가 2년 전 사건 조사과정에서 허 일병의 타살이 자살로 조작됐다 하는 결정적인 기록들을 입수하고도 그걸 자신의 집에 보관해온 사실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Dirty Black Secret!, 일명 DBS라는 파일명이 붙여진 이 기록에는 조사당시 2명의 병사가 타살을 증언했고 부검의도 자살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는 등 아주 중요한 내용의 기록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듭된 조사위의 요청에도 인 상사는 기록들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조사관들이 문제의 기록을 인 상사의 집에서 직접 확보하게 됐고 그 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인 상사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인 상사의 반발은 강경했습니다. ⊙ 박종덕 / 의문사위 조사과장  : ?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인데 어떻게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 하냐. 자료를 빨리 가져와라? 자료를 빨리 내놓으라는 이야기만 계속 하다가 얼마 안돼서 나한테 총을 쏘고, 내 옆으로 총을 쏘고 수갑을 채운 것이지요. 이렇게 한 팔씩... 순순히 차줬습니다. 수갑을 채우기에 차줬습니다. 대통령 직속 의문사위 조사관들에게 수갑을 채운 인 상사, 그는 조사관들에게 수사기록을 돌려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습니다. ⊙ 당시 상황 녹음 테이프  : - 인상사 : XX 놈아, 나 죽이려고 한 거야? XXX야! 나 죽는단 말야. 나 죽어 그거면 나 죽는단 말야... 빨리 전화해, 빨리 전화하란 말야. - 조사관 : 선생님, 그래서 저희가 왔잖아요. 저희가 다시 왔잖아요. 이미 1시간 전 조사관들로부터 기록을 넘겨받아 서울로 향하고 있던 또 다른 의문사위 직원들은 결국 대구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기록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최근 허원근 일병의 자살조작 의혹을 제기한 의문사위원회가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의 총격사건을 공개하자 즉각 국방부의 반박이 시작됐습니다. 인 상사가 위협사격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게 권총이 아니라 가스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한태근 대령 / 전 국방부 특별조사단장  : 2명에게 위협을 느껴 가스총을 발사한다고 하며 가스총을 공중을 향해 1회 사용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인 상사 집에 불법적으로 침입했으며 인 상사 아내에게 폭력까지 행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 인길연 상사  : 제 아내를 어깨 쪽으로 밀면서 치는 바람에 제 집사람은 저희 문 모서리에 부딪혀 가지고 사실상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에 놀라 가지고... 제가 흥분되고 자꾸 눈물이 나려고 그럽니다. 눈물의 호소가 있었던 다음날 의문사위는 취재진에게 또 하나의 녹음테잎을 공개했는데요. 인 상사의 집을 방문할 당시의 상황을 녹취해 둔 것이었습니다.   ⊙ 인 상사 집 방문 상황  : - 조사관 : 명함에 휴대폰 있으니까... 잘 아시겠지만 저희 나쁜 사람들 아니니까 들어오시면 저한테 연락 한 번해서 꼭 뵙고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 부인 : 네, 죄송합니다. 차도 한 잔 못 드리고... - 조사관 : 식사 맛있게 하세요. - 부인 : 네, 아유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대화 내용으로 미뤄볼 때 당시 폭압적 분위기였다는 인 상사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 뒤 의문사위 측은 인 상사를 설득해 BBS, 문제의 그 기록을 넘겨받습니다. 하지만 넘겨받은 기록에는 허원근 일병의 타살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들이 모두 빠져 있었다는 게 의문사위의 주장입니다. 의문사위는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허 일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2년 전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허 일병 사건을 수사했을 당시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증거들을 확보했지만 이를 은폐해 자살로 처리하는 등 의문사위의 조사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당시 국방부 특조단장이었던 정수성 장군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 대장은 지난 2002년,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1기 의문사위의 조사결과를 부인했던 인물입니다. ⊙ 정수성 대장 / 당시 국방부 특별조사단장  : 의문사위원회에서 허일병 사건을 타살로 발표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그 뒤 제2기 의문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정 대장은 인길연 상사를 통해 의문사위의 조사활동 내용을 수시로 보고 받아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인 상사는 정 대장에게 보고를 해왔다는 의문사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습니다. ⊙ 인길연 상사  : 육군 대장이고 저는 일개 상사입니다. 제가 어떻게 그런 일을... 말할 수 있는 그게 아니죠. 그런데 인 상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총격사건이 있던 하루 뒤 인 상사가 정수성 대장과 10여분 동안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신강균 / 진행  : 그런데 보도를 보면 허 일병 사건의 경우는 조사과정의 다툼 같은 부차적인 문제만 크게 부각되고 허 일병이 자살했느냐, 타살 됐느냐 같은 사건의 본질은 묻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자살이다, 타살이다 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뭡니까? ⊙ 이상호 기자  : 군 측에서는 간단하게 군 생활에 적응 못해서 자살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반면에 유가족 측에서는 다양한 설명을 통해서 타살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먼저 국방부가 발표한 이 사진을 보시면 가슴에 두 발의 총상이 있지 않습니까? 한 발을 쏴서 자살을 시도했는데 숨이 끊어지지 않자 본인이 또다시 한 발의 총을 쐈다는 겁니다. ⊙ 신강균 / 진행  :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그런 데도 숨이 끊어지지 않으니까 자살이 미수에 그치자 이번엔 얼굴, 머리에 최종적으로 세 번째 실탄을 발사해서 숨졌다, 그런 자살의 논리가 어떻게 성립이 되겠느냐는 것이 유가족들의 입장입니다.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사진 뒷면인데요. 허 일병의 뒷모습인데요. 관통한 자리에 어떻게 피 한 방울 후면에 남지 않을 수 있느냐는 거죠. ⊙ 신강균 / 진행  : 총을 세 발이나 맞았다고...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피가 없죠. 그랬기 때문에 사체를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옮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겁니다. ⊙ 신강균 / 진행  : 상식적으로 보기에도 타살의 혐의가 무척 짙은데 사건의 본질은 부각되지 않고 왜 조사과정에서 이런저런 다툼이 생겼다 라고 하는 부분만 부각이 되는지 언론에...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 권희진 기자  : 말씀하신 대로 조사과정에서 생겼던 충돌이라든가 조사관들의 과거라든가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기사화 됐는데요. 저희가 이 같은 최근의 기사들을 따져봤더니 그나마도 이 사실보다 많이 과장됐고 또 한쪽의 얘기가 상당히 부풀려진 채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언론의 이 같은 보도태도에는 의문사위를 흔들기 위한 어떤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허원근 일병 사건을 맡았던 국방부 특별조사단 측의 반발과 맞물려 일부 언론의 의문사위에 대한 공격적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의문사위 조사관들과 총격에 이르는 실랑이까지 벌였던 인길연 상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의문사위 조사관들의 도덕성 시비를 제기하자 이들 언론들은 그의 주장을 충실히 전했습니다. ⊙ 인길연 상사  : A모(의문사위시스템조사관)씨가 말한 토를 그대로 제가 불러드리겠있습니다. ?인 수사관, 이 기회에 옷 벗으시오. 내가 국가인권위원회 4급 공무원으로 특채시켜주겠오. 나 그 정도 능력 있는 사람이오? 인 상사의 기자회견 다음 날 이번엔 연합뉴스가 의문사위 조사관의 발언전문이라며 이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그러자 의문사위는 이 녹취록이 인상사의 일방적인 진술을 옮긴 것이며 사실과도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 박종덕 / 의문사위 조사과장  : 내가 당신을 우리 위원회 조사관으로 채용시켜 주겠다 라고 확실히 내도록 위원회 조사과장이 어떻게 약속할 수 있냐, 약속은 못한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 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지 어떤 자리를 약속할 수는 없다는 얘기를 몇 번에 걸쳐서 분명하게 이야기했어요. 더욱이 녹취록 상의 대화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돼 있다는 점, 그리고 녹취테입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녹취록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은 취재팀의 확인결과, 정작 인 상사 본인은 기자들에게 녹취록이 있다고 한 적이 없다며 한 발 짝 물러섰습니다. ⊙ 인길연 상사  : 저는 녹취록이라고 얘기한 적도 없고... 감사원 감사 기간 중에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어떤 말씀이라도 드릴 수가 없고... 한번 시작된 의문사위원회에 대한 언론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졌는데요. 그러는 사이 허원근 일병의 타살 의혹 시비는 이내 뒷전으로 밀리고 맙니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번엔 의문사위 조사관들의 전력을 문제삼기 시작합니다. 중앙일보가 1면 머릿기사로 간첩·사노맹 출신이 의문사위 조사관으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의문사위의 사진과 조직표까지 그리며 기사를 키웠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조선일보가 전날 중앙일보 기사를 1면에 올립니다. 간첩출신이 군사령관을 조사했다는 충격적인 제목까지 달았습니다. 이른바 색깔론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특종으로 알려진 이 기사는 2년도 넘게 지난, 2002년 1월 자신의 신문에 이미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에서 간첩으로 지목됐던 김삼석 조사관. 그는 지난 93년 남매간첩사건에 연루돼 4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남매간첩사건은 뒷날 당시 안기부가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김씨는 만기 출소 후 사면복권 됐습니다. ⊙ 김삼석 / 의문사위 조사관  : 대한변협과 국회에서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기 직전까지 갔던 대표적인 안기부의 프락치 사건으로 불려지고 있죠. 김 조사관은 사정이 이런데도 같은 신문이 두 번이나 자신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데에는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김삼석 / 의문사위 조사관  : 중앙일보 2002년 1월 19일자에도 한차례 다루어진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이제 와서 왜 지난 번 불거졌던 문제를 또 다시 재탕 삼탕하는 이유는 분명히 저는 중앙일보가 어쨌거나 3기 의문사위원회를  앞두고 위원회를 흠집 내고 흔들어서 3기 위원회가 제대로 추궁하지 못하게끔 하는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이 공조한 내용이 아닌가 그런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 신강균 / 진행  : 유가족들의 절규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의문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을 보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문제 때문에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려는 노력이 좌절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의문사규명의 노력은 계속 되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