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채권 밀수, 전경환 채권 밀수극의 재조사, 2003년 필리핀에서 미국인, 캐나다인, 인도인까지 포함된 다국적 채권범죄 집단이 적발됐는데, 그 집단의 중심에 있는 전경환 필리핀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는 전경환의 음모들, 각종 화폐관련 범죄의 온상 필리핀... 그 내부에 뿌리 깊게 내려진 채권 범죄의 실태와 전경환의 커넥션을 뉴스애프터 서비스에서 재구성해드립니다! 전경환, 필리핀 현지 르포 채권 밀수극의 재구성, ⊙ 이상호 기자  : 먼저 저희 취재팀이 필리핀 현지에서 입수한 물건들을 보실까요? 이건 먼저 일본이 필리핀을 점령할 당시에 발행했던 10페소짜리 화폐입니다. 물론 지금은 통용되지 않습니다만 화폐 수집상들 사이에 액면가의 20배, 그러니까 200페소 가량에 거래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100만 불 짜리 달러화인데요.. 물론 가짜입니다. 하지만 필리핀을 찾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일종의 관광상품, 선물로 거래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건 뭘까요. '0'이 많은데 파이브 헌드레드 밀리언 달러, 5억 불짜리 미국 채권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6천 억 원에 달하는 이 채권은 필리핀 현지에서 은밀하게 역시 거래가 되고 있었는데요. 이 채권 역시 가짜입니다. 하지만 이 채권이 진짜라고 유독 믿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독재자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씨도 바로 그 사람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지난 2002년 11월, 사상 최대 액수의 위조채권을 들여오던 일당이 인천 세관에 적발됐습니다. 5억 달러 짜리 위조채권 1천 8백 여장, 무려 1조 달러에 달하는 가짜 미국 재무부 위조채권이 인천공항에서 압수됐습니다. ⊙ 인천세관 관계자  : 철제 상자를 보시면 알겠지만 금속으로 돼서 밀봉이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웬만해선 안 열려요. 열리는 것 자체가... 겉에는 미 독수리 마크가 있고, 미 재무부 재산이라고 표시가 돼 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물건이 이상하다. 와서 좀 봐다오' 해서 저희가 가서 일단 오픈한 상태에서 동의를 구하고 오픈한 상태에서 적발하게 됐죠.   천문학적 액수의 가짜 채권도 그렇지만 과연 실제 소유주가 누군 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는데 이 사건은 곧 세간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 5월, 사실은 팀은 이 사건의 배후 인물이 바로 전두환씨의 동생 전경환씨라는 제보를 근거로 취재에 나섰고, 취재결과 전경환씨가 개입됐다는 증거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위조채권을 들여오다 세관에 검거됐던 운반책, 그가 사건 발생 20여일 전에 전경환과 함께 같은 비행기로 마닐라를 향해 출국했던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또 사건 당일 인천공항에 채권박스를 인수하러 왔던 사람들은 전경환씨의 오랜 측근 인사들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세관에서 채권이 압수된 사실을 알고 자신들은 필리핀에서 보냈다는 식료품을 인수하러 왔었다고 둘러댔습니다. ⊙ 채권 인수책  : 우리는 채권 인수하러 간 적도 없고, 우리는 기증 받으러 갔던 것 뿐이에요. 채권은 무슨 채권이에요. 채권이 어딨어요. 우리는 식료품이고 뭐 필요한 거 한다고 해서 갔었는데 가서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인천공항 세관 측은 식료품을 인수하러 왔다는 이들의 말만 믿고 그대로 돌려보냈습니다. ⊙ 인천 세관 관계자  :   '이 물건 받으러 온 게 맞느냐' 그러니까 '자기는 아니다' '이 물건이 아니다. 그냥 기증 받은 물건을 받으러 왔을 뿐이다' 혐의점이 없어서 우리가 입건을 안 했던 거죠. 그리고 '이 사람들(운반책)을 아느냐'고 했더니 (인수책이) 모른다고 했었고... 운반책이 세관에 검거된 지 이틀 뒤 전경환씨는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그 뒤 전씨는 인천세관에 압수된 채권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전씨 주변 인사들은 전합니다. - 전경환이 아직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입증합니까? ⊙ 전경환씨 측근  : 찾을 수 있도록 알아봐 달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더욱이 전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채권 이야기를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전경환씨 측근  : 세관에 걸렸으니 골치 아프다 그거야. - 내 채권인데? 응. 내가 정정당당하게 가져 오는데 내가 가져오니까 세관에서 입건을 하더라.                          위조채권 밀반입을 시도했던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조금만 조사를 해봤다면 용의자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당시 인천세관 측은 어떤 이유에선지 범행을 주도한 윗선에 대해선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위조채권 운반책 두 명을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입건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5월 저희 '사실은'에서 전경환씨의 위조채권밀반입 의혹을 보도하자 곧 검찰은 자체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역시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검찰 관계자  : 우리가 바로 해야되고 그런 건 아니지 않나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다른 사건도 있고 한데, 이게 사건을 제기하려면 사유가 필요하고 그러거든요. ⊙ 신강균 기자  : 아무리 위조채권이라지만 천문학적인 액수인데다 운반책이 체포돼 실형까지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경환씨의 측근이 개입돼 있다는 결정적인 증언까지 있는데 전경환씨에 대해 수사가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겁니까? ⊙ 권희진 기자  : 그동안 검사들의 인사발령이 있었고요. 또 측근들의 증언만 가지고는 수사에 착수할 수가 없다 라는 게 검찰 측의 입장인데요. 그러나 사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황을 저희가 지난 번 보도에서 제공했다 라고 생각이 됩니다. 어쨌든 저희 사실은 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서 계속 취재를 해왔는데요. 이번에는 문제의 위조채권이 반입됐던 필리핀에서 전경환씨가 위조채권을 밀매한 혐의로 필리핀 수사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던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경환씨가 필리핀 수사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제보해온 사람은 마닐라에 사는 두 명의 한국 교민이었습니다. 당시 이들은 필리핀 수사당국의 요청으로 거액의 위조채권 밀매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던 한국인에 대한 통역을 맡았는데요. 조사실에 들어간 이들은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피의자가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였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필리핀 수사당국은 연행한 사람이 전경환씨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 제보자  : '채권을 전국에서 모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제보가 있었고, 계속 수사하는 중간에 한국 사람이 관련이 돼 있다 제보가 있었고, - 전경환씨가? 네, 현지 수사 당국에서는 그 분이 뭐 전경환씨라는 건 몰랐었고, 전직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것도 몰랐었구요. 저희가 얘기를 해준 거고. - 그러니까 뭐래요? 그 수사관이. 좀 놀라더라고요. 제보자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팀은 전경환씨를 직접 조사했다는 필리핀 수사기관의 담당자를 어렵사리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전경환씨가 필리핀 수사기관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팀의 거듭된 확인요청에 이 담당자는 그 같은 사실을 결국 시인했습니다. ⊙ 당시 수사관  : 조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이름을 바꿨다. - 이름을 바꿨다고? 물론이다. 우리는 몰랐다. 한국인 통역인만이 우리에게 이 사람이 전직 대통령의 동생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지난해 5월 14일 오후, 필리핀 수사당국의 수사관들이 마닐라 중심가 마카티에 있는 뉴월드호텔을 급습했습니다. 거액의 위조채권이 거래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곳은 호텔 스위트룸. 대부분 필리핀 사람이었지만 미국인과 캐나다, 인도 사람도 끼어있었습니다. 특히 필리핀 수사관들의 눈길을 끈 것은 두 명의 한국인, 50대 김 모 여인과 이 여인의 남편이라는 미스터 김, 바로 그가 전경환씨였습니다. 함께 연행된 김 여인이 전경환씨를 남편이라고 주장했고 남편의 성을 따르는 구미관습에 따라 수사기관은 전씨의 성을 김씨로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 당시 수사관  : 우리는 그가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전직 대통령의 동생인지 몰랐다. 수사관들은 호텔 내 다른 객실에서 위조채권이 가득 든 채권 박스를 압수했습니다. 모두 17개였습니다. ⊙ 당시 수사 검찰  : 2층에서 일하는 직원이 우리에게 열쇠를 주었고, 우리는 그 방안에서 18개의 채권 박스를 보았다. - 18개? 거의 17~18개였다. 전씨와 채권 밀매조직원들은 곧바로 필리핀 수사기관으로 연행됐는데요. 이곳이 바로 전씨가 연행돼 수감됐던 곳입니다. 전씨는 이곳에서 이틀동안 조사를 받았습니다. 필리핀 당국의 조사결과, 전경환은 위조채권 한 박스에 30만 달러 씩, 모두 5백 여 만 달러를 주고 17박스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뉴월드호텔에 장기 투숙하면서 필리핀 각지에서 밀거래되던 위조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30여명의 밀매 조직원들이 전씨의 채권매입을 도와주고 있었고 위조채권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의 주변에는 수 십 명의 필리핀 채권 브로커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전씨는 그러나 이틀 뒤 풀려났습니다. 전씨는 위조채권인 줄 모르고 샀기 때문에 자신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했고 결국 수사기관은 3만 달러의 보석금을 받고 전씨를 풀어줬습니다. 그 뒤 전씨는 나머지 일행에 대한 보석금도 대납해 함께 연행됐던 20여명도 모두 석방시켰습니다. ⊙ 당시 수사 검사  : 그들은 모두 풀려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든 그들을 다시 체포할 수 있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석방된 것뿐이다. - 보석금은 누가 지불했나? 누가 지불했냐고? 물론 미스터 김(전경환)이다. 필리핀 수사당국은 공식 인터뷰에는 응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사실을 문건으로는 확인해 줄 수 있다며 공식문건을 건넸습니다. 수사팀은 공식문건을 통해 전경환씨에 대해 위조채권 거래와 사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벌였으며, 전경환씨가 사들인 채권은 'American Dream Incorporated''라는 미 재무부 발행 채권을 위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경환씨는 수사과정에서 채권이 위조됐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에게 채권을 판매한 필리핀인들을 고소하겠다고 했지만. 필리핀 수사당국은 출두요청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전씨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전경환씨는 필리핀 수사당국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하는데요. 제보자들은 통역과정에서 필리핀 수사 담당자들로부터 그 같은 내용의 말을 들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 제보자  : 상관한테, 검찰총장한테 현지 필리핀 전직 대통령한테 전화도 오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데, 니가 조사하고 있냐' '빨리 내보내줘라' 이런 식으로 압력 아닌 압력도 받았고.   수사 담당자들도 당시 전경환씨가 매우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 당시 수사관  : 그는 매우 영향력이 있었다. - 전경환씨? 매우 영향력 있었다. ⊙ 신강균 기자  : 아니, 저렇게 큰 사건이 그동안 국내에 알려지지도 않았다니 말이죠. ⊙ 이상호 기자  : 아직 필리핀 현지에서도 제대로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사실 현지 대사관도 이번에 김선일씨 때문에 대사관의 해외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얘기가 되고 있는데 전경환씨가 연행된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조사하지도 않았고 그렇다 보니까 본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런데 전경환씨가 연행될 때 같이 들어갔던 사람이 스무 명이나 된다죠? 그리고 전경환씨가 스무 명의 보석금까지 돈을 댔고, 도대체 궁금한데 전경환씨와 같이 들어갔다가 나온 그 스무 명,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까? ⊙ 이상호 기자  : 저희가 접촉했던 필리핀 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경환씨의 위조 채권 밀매 과정에서 개입한 일종의 조직원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범죄단체의 구성원들이란 얘기인데요. 그들은 미국인들 같은 경우에 유통, 그리고 캐나다 인은 위조채권의 여부를 판별하는 전문가, 그리고 필리핀인들은 필리핀 전역에서 채권을 사다 모으는 이른바 구매책들, 이렇게 역할들이 다 나눠져 있는 일종의 다국적 위조 채권단의 일원들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필리핀 최대 규모라는 게 필리핀 수사 전문가들의 말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필리핀 수사당국에 의해 전경환씨와 함께 체포됐던 채권 밀매조직은 필리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채권밀매조직 중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라고 수사관들은 전했습니다. 수사관들은 특히 이 조직을 실제로 움직이는 배후 인물이 전경환씨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당시 수사관  : 우리는 이미 이 그룹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 그룹은 거대한 채권 밀매 조직 중 하나였다. - 전경환이 이 단체의 우두머리인가? 그가 우두머리다. 그들은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었다. 필리핀 수사당국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이 밀수조직은 지난해 말 또 다른 범행을 시도하다 적발됐는데요. 이번엔 한국이 아니라 호주로 채권밀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당시 수사관  : 이 사람들은 그것을 호주로 가져가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운이 나빴다. 그들은 공항에서 잡혔다. 그때 30명을 잡았고 그 윗선을 추적했다. 위조 채권 상자는 전경환 그룹에 속한 것이었다. - 언제 체포되었나? 12월이었던 것 같다. 작년 12월. - 전경환 그룹이 시도한 게? 그 상자를 밀수했다. 당시 이 사건은 필리핀 내 미국 정보기관에도 알려졌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미 정보기관에서도 전경환씨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당시 수사관  : 미국 채권을 위조한 것이기 때문에 수사에 관여했다. - 미국 정부가 그것을 수사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수사자료가 미국에 넘어갔다. 미국도 여기에 수사기관이 있다. 그렇다면 현지의 우리 대사관은 과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필리핀 수사당국은 마닐라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사건내용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 당시 수사관  : 한국 대사관은 그들이 풀려나고 나서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은 전경환이 풀려나고 나서 사건에 대해 알게되었다. 일주일 뒤엔가 한국인 두 명에 대한 내용을 물었고, 그들이 뭘 잘못했냐고 물었다. 현지 한국 대사를 만나봤습니다. 하지만 전경환과 관련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 유명환 / 필리핀 한국대사  : 내가 지금 온지 2개월 반밖에 안 돼. 나도 궁금해서 알아보는 중이야 사실... 그런 지시가 없는 한 여기서 전경환씨가 왔는데 대사관 직원이 쫓아다니면서 이 사람이 뭐하나... 이거는 경찰이나 수사갈등이지 외교관의 고유업무가 아니거든. 전씨가 연행됐을 당시 교민업무를 담당했던 차영택 전 영사, 그는 전경환씨가 수사당국에 연행된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차영택 / 전 필리핀 영사  : 실제로 전씨가 잡혀 간 적이 있는지 만약에 잡혀갔으면 어떤 이유로 잡혀간 것인지 확인 부탁을 했더니 제가 교민한테 듣기는 3만 불 주고 풀려났다고 하더라구요.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가 없고... 전경환씨가 필리핀 채권 밀매조직과 연계된 사건이었는데도 진상파악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보고조차 본국에 올리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 차영택 / 전 필리핀 영사  : 그거보다는 더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본국에 보고해야 될 만큼 중요하다 하는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에 보고를 안 했습니다. 그사이 전씨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한국과 필리핀을 오갈 수 있었고 더욱이 지난 총선거에 출마를 준비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상호 기자, 지난 방송에서도 확인됐듯이 전경환씨는 세금체납하고 그리고 소송문제 등으로 마땅히 출국이 금지되어야할 사람 아닙니까?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그런데 출국금지가 돼 있지 않았었죠. 그리고 얼마 전, 그리고 2년 전에 인천공항 채권밀반입 사건 당시에도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었고 그러는 사이에 전씨는 이렇게 필리핀에서 버젓이 범죄 행각에 나설 수가 있었던 거죠. ⊙ 신강균 기자  : 위조채권이라면 말 그대로 가짜인데 권희진 기자, 저 가짜채권, 어디에다 쓸데가 있습니까? ⊙ 권희진 기자  : 가짜인 만큼 주로 사기를 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거죠. 문제는 진짜 미국 채권을 실제로 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죠. 그렇다 보니까 의외로 쉽게 속아넘어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국내에서 실제로 이 가짜채권이 이용되는 실태를 보시겠습니다. 위조채권과 구권화폐를 찾아 헤맸던 전경환, 그는 왜 엄청난 액면가의 위조채권을 매입하려 했을까. ⊙ MBC 뉴스데스크 / 200.3.5  : 위조된 미국채권이 대규모로 시장에 나돌고 있습니다. ⊙ YTN / 2003.7.4  : 필리핀에서 위조한 1억 달러와 5억 달러 짜리 연방채권 2천 9백 여 장, 7백 조원 어치를 밀반입해 유통시킨 혐의로...   지난 2000년, 국내에 밀반입된 미국 위조채권 규모는 액면가로 2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2년에는 무려 2조 5천억 달러 규모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번에 우리 돈 700조원대의 미국 위조채권을 들여와 일부를 국내 사채시장에서 실제로 유통시킨 일당 10명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 당시 수사관계자  : 저희들은 운이 좋았는지 화주하고 다 검거를 했는데 - 물건을 받을 사람도 있었다고? 그 사람들 중에는 사채업자도 있구요. 공교롭게 제가 그 직전에 국민주택 채권 있지 않습니까. 그걸 위조한 친구를 구속을 하나 시켰는데 그 친구들하고도 또 접촉을 했더라고요. 그러니까 사채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위조채권은 자세히 보면 조악하기 짝이 없지만 비교할 수 있는 원본을 구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위조채권 사기단은 대규모로 위조채권을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국내 사기조직들이 미국 위조채권을 유통시키는 방법은 세 가지, 먼저 미국이나 제3국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속여 일반인에게 팔아 넘기는 경우입니다. ⊙ 채권 전문가  : 진본이라고 쳐도 이건 정말 골동품의 가치 밖에 없는데 이걸 갖다가 현금인양 현금으로 환원성이 있는양 팔아넘기는 거죠... 다음은 국내 은행에 위조채권을 맡기고 보관증을 받은 뒤 그 보관증을 담보로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방법입니다. 위조채권과 진본을 식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 채권 전문가  : 저희 같은 전문가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위조채권이 구입하기 어렵겠죠. 실질적으로. 비교대상이 없어요. ⊙ 서태석 / 위조지폐 감식 전문가  : 라인을 찾아 가지고 이걸 전액 5억불 거래한다면 거래가 안될 거예요. 이걸 갖고 (은행에) 보관 비슷하게 해놓고 차용으로 1억, 안 그러면 5천만 원... 1억 5천만 원까지 제가 감정해본 사례가 있었습니다. 1년에 한 건만 걸리더라도 한 5~6천만 원 정도면 자기가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마지막 방법은 국내 사채시장이나 암달러상 등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겁니다. 사채업자나 암달러상을 내세워 미국 채권을 투자할 사람들을 모집한 뒤 돈만 챙겨 도망가는 수법입니다.   ⊙ 채권 전문가  : 바지 (사업자)를 내세워서 미국 (채권)이 들어왔는데 이게 엄청 가격이 비싼데 살래? 어쩔래? 이래 가지고 바지 가게를 하나 만들 수도 있겠죠. 얼마든지. 그러면 돈 많은 사람들이 '그래? 저거 투자 가치가 있겠다'고 모여들면 넘겨주고 순식간에 날아버리고... ⊙ 사채시장 상인  : 내가 만일 그걸 진짜인 줄 알고 그거 살분한테 돈 갖고 오라고 돈 건네주면 (사기단이) 먹고 도망가는 거지 28억이란  돈을 내가 책임져야 될 입장이거든. 실제로 2000년 4월, 채권사기단은 남대문 시장의 암달러상에게 액면가의 30%인 1천 3백 억 원의 위조채권을 넘기려다 붙잡히기도 했었는데요. 만일 전경환씨가 위조채권임을 알고 구입에 나섰다면 이 같은 사기행각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전씨가 필리핀에서 위조채권 말고도 오래된 구권화폐나 심지어 금괴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겁니다. 전씨가 관심을 보였다는 금괴는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본군이 필리핀에 감춰두고 갔다는 이른바 야마시타 골드인데요. 사실은 팀의 현지 취재결과 전경환씨에 관련된 이 같은 소문은 이미 필리핀 사채시장에 파다하게 퍼져있었습니다. ⊙ 필리핀 현지 교민  : 야마시타 골드라는 게 있잖아요. 그거 찾으러 다니고... - 옛날 일본이 패전할 때 놓고 갔다는? 전경환씨 아들이 얘기하는데 자기도 아버지 쫓아 많이 왔다는 거야. 필리핀이 위조채권이나 구권화폐, 심지어 금괴의 밀매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외환관리가 허술한데다 수사의 손길도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루즈 림반 / 필리핀 탐사 언론센터 국장  : 필리핀에는 금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채권 사냥꾼들이 와서 금을 찾고 다닌다. -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필리핀은 채권 사냥꾼들에게 자유로운 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충분한 수사 인력이 없다. 추적하거나 수사할 능력이 없다. - 그래서 범죄집단이 여기에 오는 게 아닐까? 그렇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황금 사냥꾼들이 모여든다는 델피라 거리입니다. 거리엔 수많은 환전소와 고화폐상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취재팀이 직접 미국 위조채권을 구입할 수 있는지 수소문해봤습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미국 채권 있나? ⊙ 필리핀 현지 환전소  : 그렇다. 우리는 여기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채권은 미국에서 온 것이다. 몇몇 한국 사람들이 찾으러 온다. 구권화폐상들은 미국 대공황 이전에 발행된 구권 달러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 필리핀 현지 환전소  : 당신 여기 언제까지 있을 것인가? - 일주일 정도 있을 것이다. 좋다. 내가 찾아보도록 하겠다. 내 친구 중 한 명이 당신이 찾는 것을 구하는 일을 한다. 1920년대, 1930년대 등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기다려 봐라. 내가 연락해 보겠다. ⊙ 신강균 기자  : 우리가 지금까지 가짜 위조채권 얘기를 해오고 있는데요. 권희진 기자, 그렇다면 진짜 미국 채권이 실제로 존재합니까? ⊙ 권희진 기자  : 진짜가 있으니까 그것을 또 위조한 가짜가 있는 거죠. 그러나 현재 유통되고 있는 액면가 5억 불, 10억 불, 이런 고액채권은 사본을 가지고 위조한 명백한 사기라는 게 미국 재무성의 공식적인 확인입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상호 기자, 취재 후기를 좀 말씀해 주시죠. ⊙ 이상호 기자  : 2년 전에 있었던 위조채권 밀반입 사건에 전경환씨가 관련돼 있다 하는 저희 '사실은'의 보도 이후에 검찰은 단서가 없다며 수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오늘 보도 이후 또 어떤 모습을 검찰이 보일지 자못 궁금한데요. 모쪼록 검찰의 분발을 기대해 봅니다. 시청자들의 뉴스 소비자 주권을 위해서 저희 뉴스 A/S는 계속될 겁니다. ⊙ 신강균 기자  : 시청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전경환씨의 형 전두환씨는 아직도 1천 5백 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아직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전두환씨의 비자금은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는데요. 전경환씨도 전두환 비자금의 또 다른 지갑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전씨 형제, 20년 전에는 이 땅에서 문제를 일으키더니 지금은 외국에서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군요. 검찰은 국민에게 시원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