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3일 방송분> - 아직도 부적격한 사람의 피를 헌혈 받고 있으니까... 익명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폭로된 적십자사 부적격 혈액 유출 사건, 이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난 부적격 혈액 유출 건수만 7만 6천 여 건, 잘못된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는 확인된 사람만 14명, 설마 했던 시민들의 우려가 사실로 확인되고 적십자사 총재는 아직도 사과에 인색하기만 하다. - 가요. 왜 이렇게 무례하세요. 어떤 기간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사실은의 혈액 시리즈 이후 적십자사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이 폭주했고 적십자 회비 환불 신청까지 줄을 잇고 있다는데 뒤늦게 진화에 나선 적십자사, 혈액사업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 방침도 서둘러 철회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혈액 사업에 대한 불신은 적십자사 사업 전체로 번져 가고 있는데, ⊙ YTN / 2004. 3. 19  : 국세청이 대한적십자사를 세무 조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감사원 감사와 세무조사에 이어 급기야 검찰수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100년 역사의 대한적십자사, 적십자사의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이번엔 그 폐해를 벗을 것인가, 뉴스 A/S가 먼저 그 숨겨진 내막을 집중 추적해 줍니다. 반성하지 않는 공룡 대한적십자사 ⊙ 이상호 기자  : 여러분들의 소중한 헌혈로 조성되는 혈액 시장의 규모, 과연 얼마나 되는지 혹시 아십니까? 무려 4천억 원이 넘습니다. 이 중에서 병원으로 넘어가 수혈에 쓰이는 피가 2천 2백 억 원, 공장으로 넘어가 약을 만드는데 쓰이는 피가 1천 6백 억 원이 넘습니다. 자, 그런데 정작 헌혈을 해주신 국민들 제대로 혜택은 보고 계십니까? 그런데 사실은 제약회사 공장에는 피가 넘쳐나는데 피가 필요해서 피를 찾는 환자나 병원에는 피가 없다고 아우성들입니다. 과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의문을 쫓다 보니 거기에는 100년 된 공룡, 적십자사의 관료화된 조직 문화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물론이지만 백혈병 환자처럼 혈액 관련 난치병을 앓는 사람에게 신선한 피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피가 필요한 곳마다 피가 없어 발을 구르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 골수백혈병 환자 가족  : 여기서 피가 없어서 구할 수가 없어서 못 준다고 그래요. 그럼 그날 맞아야 되는 날 못 맞고... ⊙ 골수백혈병 환자 가족  : 속이 타는 거죠. 얘가 제발 잘 오늘만 무사히 넘겨주기 바라고 여기서 오늘 만약에 상태가 나빠서 어떤 출혈 같은 게 일어나게 되면 애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피가 필요한 환자들이 피를 찾아 직접 나서야 하는 현실,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강주성 / 건강세상 네트워크 대표  : 돈도 피도 구해다 주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어떻게 아픈 사람이 자기 혈액을 갖다가 구하는 걸 신경을 쓰냐는 말입니다. ?너 치료하기 위해서 약 구해와? 이런 얘기거든요. 연간 헌혈자 250만 명, 군인과 학생 등 젊고 신선한 피가 전국에서 엄청난 양이 채혈되고 있는데 피구하기는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취재결과 유통과정의 부주의로 인해 버려지는 피가 적지 않았는데요. ⊙ 신창우 /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 홍보실장  : 왜 폐기되냐면 혈액형 별로 다 맞춰놔야 되잖아요. 그런데 혈액이 똑같이 나가는 게 아닙니다. 적혈구 같은 경우 30일이 지나면 안 써요. 그럼 버려야 돼요. 그러나 적십자사가 각 병원별로 재고나 수요를 좀더 세심하게 파악한다면 아까운 혈액을 버릴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 강주성 / 건강세상 네트워크 대표  : 하나의 핑계입니다. 이 사업을 적십자사가 하겠다고 하면 전체적으로 각 병원에 있는 혈액원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내일은 몇 개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게 예상이 돼요. 그러면 이것을 갖다가 조직적으로 맞춰놓게 하면 되거든요. 환자들은 주말에도 피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주말동안에는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 종합병원 혈액 담당자  : 주말에는 안 해요. 예를 들면 (주말에는) 헌혈을 안 받아서... 그러면 그 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월요일 날 환자들이 하나도 피를 못 맞아요. 혈소판을... 그게 얼마나 심각한 일입니까... 혈소판은 5일 보관하는 데도 불구하고... 토요일 일요일을 (직원들이) 놀려고 그런다면 미리 수급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 시스템도 좀 안돼 있는 건 사실이에요. 이렇게 절실하게 피를 원하는 일반 환자나 백혈병 환자들도 피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전체 헌혈의 35% 이상이 병원이 아닌 제약 회사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즉 대한적십자사가 당장 환자들에게 공급해야 할 피 다시 말해 전혈이 부족한데도 이보다는 혈액 가운데 혈장 성분만 뽑는 혈장 채혈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 주력하고 있습니다. ⊙ 헌혈자  : 혈장을 많이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간호사께서. 이거 하시고 2주 후에 또 하셔도 돼요. 그래서 혈장 뽑는 거 했어요. 이렇게 뽑은 혈장 전부는 영양제를 만드는 제약 회사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대한 적십자사가 혈장 채혈에 몰두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대한 적십자사는 병원의 환자에게 수혈용 혈액, 즉 전혈을 공급하면 한 명 분 당 3만 5천 원을 받지만 제약회사로 공급하는 혈장은 4만 5천 5백 원씩을 받습니다. 혈장이 1만원 이상 비싸다는 얘기죠. 이쯤이면 대한적십자사가 혈장 채혈에 몰두하는 이유가 짐작이 되는데도 현장의 간호사들은 혈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 헌혈차 간호사  : 혈장이 많이 부족하니까, - 적십자측에서 혈장 채취를 많이 권하는 편입니까? 그렇죠. - 부족하니까? 예... 그러나 제약회사에 확인해본 결과 혈장으로 만든 영양제의 재고가 많기 때문에 자신들은 그렇게 많은 혈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데도 대한 적십자사 측이 계속 혈장을 사가라고 재촉한다는 것입니다. ⊙ 제약업체 관계자  : 작년에 우리가 못 팔았기 때문에 백억 이상(재고가) 쌓여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입장이 바뀌어 가지고 적십자가 계속(혈장을) 가져가라는 입장이 됐죠.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적십자가 가져가라는게... 업체에서 안 가져가니까 - 혈장을? 30% 줄어들어 버렸어요. 시장이 마켓이...그래서 수입 혈장이 요즘에 하나도 안 들어와요. 전에는 수입혈장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오늘도 피가 부족하다고 수혈을 독려하는 적십자사, 피를 못 구해 피가 마르는 환자 가족들은 적십자사의 이중성에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 강주성 / 건강세상 네트워크 대표  : 오늘 당장 혈액이 부족해도 적십자사의 대부분의 차량과 인원들은 다음 날 군부대라든가 아니면 학교로 혈장을 채혈하러 갑니다.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혈장을 그만큼 적게 채혈을 하고 오히려 혈소판이나 아니면 전혈을 채혈하는 것이 전체 환자와 국민을 위해서 맞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백혈병 환자 같은 절박한 사람들에게는 피가 모자란다는데 그 이유가 적십자사의 돈벌이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 이상호 기자  : 그래서 일각에서는 적십자사가 피 장사에 혈안이 돼 있다 이런 비판까지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적십자사와 적십자사로부터 원료를 받는 제약회사 이 둘 사이에 검은 커넥션이 있을 것이다 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대한 적십자사로부터 혈액 원료를 공급받고 있는 제약 회사가 몇 군데나 됩니까? ⊙ 권희진 기자  : 녹십자와 동신제약, 이렇게 단 두 군데에서 혈액 원료를 독점적으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적십자사와 단 두 군데의 제약회사와의 거래라, 그래서 의혹이 제기되는 모양이군요? ⊙ 권희진 기자  : 실제로 얼마 전 한 업체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당시 비자금 수사내역을 취재했습니다. 동신제약과 녹십자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혈장을 공급받아 알부민 제재라는 치료제 겸 영양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신제약의 사장을 지냈던 A씨는 지난 2000년 5월 경찰청 특수 수사과에 의해 수배됐습니다. 혐의는 비자금 조성, 대표적인 혈액 제재인 알부민의 제조과정에서 원료 일부를 빼돌려 매년 수 억 원대의 무재료 알부민 제재를 만들어 팔았다는 겁니다. 동신제약 등 알부민 제재를 생산하는 제약 회사는 적십자사에서 공급받는 원료의 90%만 사용해도 알부민 제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동신제약은 나머지 10% 미만의 성분들을 모아 그 만큼의 알부민 제재를 만들었고 이걸 팔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겁니다. 당시 공장 간부들과 부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 92년부터 6년 동안 매년 3~4천 병의 알부민을 빼돌려 모두 2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 로비 자금을 만든 것까지는 확인이 됐죠, 경찰에서? ⊙ 담당수사 경찰  : 그 로비 자금을 만든 경로 때문에 대리점장이나 다 조사를 했던 거예요. 왜냐하면 알부민을 팔아서 돈을 전달했다 이런 부분이 진술에만 나와 있는데... 여기에 비자금용으로 판매한 알부민의 수량을 적은 메모지까지 경찰이 압수하면서 경찰 수사는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히는 데까지 확산됐습니다. 그러나 핵심 인물로 지목된 A사장이 갑자기 잠적하면서 경찰의 수사는 중단됩니다. 3년이 지난 작년 7월 수배됐던 당시 사장이 붙잡히면서 수사가 재개됐고 사건은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두 달 뒤 수사를 중단했습니다. 검찰은 참고인 가운데 한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참고인 중지를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경찰에서 비자금을 만들었다 라고 하는 사실을 실토한 다른 참고인들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수사 전체를 중단시켰던 모양이죠? ⊙ 권희진 기자  : 그래서 좀 이상하다는 겁니다. 이 사건에 관련해 조사를 받았던 동신제약의 또 다른 사장을 만나봤는데요. 그 역시 이번 수사가 중단된 배경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경찰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고 하는데 그 비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사용처가 정말 궁금합니다. 그런데 참 대한적십자사가 혈액 사업말고 벌이는 사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면서요? ⊙ 이상호 기자  : 혈액 사업말고도 대북 지원사업이나 재해구호사업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혈액 사업은 헌혈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 반면에 나머지 사업들은 주로 적십자 회비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적십자사 회비를 걷고 또 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함께 보시죠. 과거 적십자사 회비는 공무원들과 통·반장을 통해 거두어졌기 때문에 세금처럼 강제적으로 내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적십자사 회비는 자율 납부, 내고 싶은 사람에 한해 매년 2월 한달 동안 모금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4월이 다 지난 요즘 때아닌 적십자 회비 모금 광고가 지자체 별로 내 걸리고 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 일선 지자체 관련 공무원  : 너무 안 걷혔다고 적십자에서 우리를 찾아왔어요. 자기네가 구호활동 하는 모금액이 있는데 너무 낮으니까 도움을 달라고 그러는거죠. 적십자사 회비 모금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각 지자체 주민자치과, 그런데 국가기관도 아닌 시민단체의 적십자사의 회비를 왜 지자체가 앞장서 걷고 있는 것일까, 지자체와 적십자사가 제시하는 근거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국가 및 지자체가 적십자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적십자사의 업무 수행을 도울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취재결과 지자체들 사이에는 지역별로 할당된 목표 모금액을 채우기 위해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었는데요. 실제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모금 행렬에 동원되고 있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달 초 지방의 한 유흥업소에는 아예 구청 위생과 직원들이 들이 닥쳤습니다. 밤 11시, 영업이 한창이던 시각이었습니다. ⊙ 유흥업소 사장  : 무조건 위생과라고 하면 먼저 놀라니까... 보건증 단속하러 온 줄 알고 보건증을 보여주려고 그랬더니 그게 아니고 ?여기 적십자 회비를 안 내셨죠?? 그러면서 (관내업소) 명단을 보여주는 겁니다. 간이 콩알만해진 사장은 법인용 적십자 회비 3만원을 내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놀란 가슴을 쓰러낼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 유흥업소 사장  : 그 사람들 오면 거의 염라대왕 같이 무서운 존재들인데... 안 내면 뭔가 불이익이 있을 것 같은 생각 안 듭니까, 솔직히? 요즘 같은 때 이걸 억압적으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었을까, 당시 모금에 나선 위생과를 찾아가 봤습니다. ⊙ 해당지역 지자체 위생과 담당직원  : 목요일 날이 저희들이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날이거든요. 그 날이 단속 날인데 다른 거 단속하면서 방문한 거죠. 단속과 함께 회비 납부를 독려했다 하는 얘긴데요, 이렇게까지 회비를 걷어도 되는지 해당지역 적십자사 간부에게 물었더니 그는 취재진에게 적십자 회비 의무론을 내놓습니다. ⊙ 해당지역 접십자사 간부  : 적십자사는 정부 조직이 아닌 국민이 만들고 국민에 의해서 유지되는 조직이다, 그러면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적십자 회비다, 이거죠. 그럼 적십자 회비를 납부해주셔야 되는 뭐가 있어요? 의무가 있다 이거예요. 그게 국민의 의무다. 공무원들의 모금 동원이 계속되자 전국 공무원 노조는 얼마 전 모금 거부 선언을 하고 나섰습니다. ⊙ 노명우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본부장  : 목표액이 정해지면 이 목표액을 달성을 하고 그 이상을 해야지만이 목표를 이행을 했다, 이렇게 얘기하고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저항감 없이 편안하게 공무원 생활을 할 수 도록 있었지 목표액이 달성되지 못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는 이런 부분을 그동안 감수를 해왔던 게 공무원들의 생리였었습니다. 공무원 노조측은 불이익과 함께 모금을 통한 인센티브, 즉 떡고물도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털어놨습니다. ⊙ 노명우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본부장  : 통반장한테 나가는 인센티브가 있고요. 공무원들한테 나가는 인센티브가 있고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왔습니다. 그것은 3%라고 되어 있지만 적십자 회비담당을 제주도 관광여행을 시켜준다든지 모금액을 100% 이상을 달성을 하게 되면 거기에 대한 인센티브는 더 많이 배정 받을 수 있겠죠. 2001년 국감에 따르면 각 시도의 복지담당 공무원 한 명씩을 뽑아 ?회비 모금제도 연구? 라는 명목으로 총 12명을 8박 9일 동안 유럽여행을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모금 대행료는 모금액의 4%, 즉 40억 원대에 달하는데요. 이 돈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외 관광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적십자사측에 편리하기만 한 회비 모금방식은 최근에는 국가전산망을 이용한 지로형태로 전환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개인 신상은 물론 세무자료까지 일부 노출되고 있어 적지 않은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 이상호 기자  : 자, 그러면 저렇게 걷힌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취재 결과 생각보다 아주 불투명하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입수한 적십자사의 2002년도 감사결과 지적 사례집인데요. 내부 보안문건입니다. 여기에 보면 계약업무라든가 물품 관리, 병원사업 운영 등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 지적돼 있는데요. 특히 이 계약 업무에 문제점을 보면 수위계약을 포함해서 무려 30개의 계약 부조리가 빼곡하게 이렇게 지적돼 있습니다. 이 중에서 몇 가지를 직접 살펴보실까요? 먼저 일간신문에 공고해야 할 입찰 사항을 달랑 게시판에 공고한 사례입니다. 무려 3억 원이 넘는 공사인데요. 일간신문에 공고하지 않고 자체 게시판에 게시했다가 문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일반 경쟁입찰을 실시해야 하는데도 수의 계약한 사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여기 보시다시피 1억 원 이상의 공사는 경쟁입찰을 하도록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3억 원 짜리 공사이기 때문에 경쟁입찰을 피할 수 없게 되자 1억 원 미만의 세 건의 공사로 나눠서 수의계약을 한 겁니다. 아예 수의계약 잔치를 벌인 셈이죠. 마지막으로 명확한 기준 없이 수의계약 업자를 선정한 사례입니다. 아주 갈 때까지 간 경우인데요, 5천만 원 짜리 계약을 제시한 업체보다 훨씬 더 비싼 업체에 계약권을 준 경우입니다. 이 업체도 어딘지 궁금합니다. 이 담당자들, 이 돈들이 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준 회비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이면 100년을 맞는다는 대한 적십자사, 적십자사의 오늘을 권희진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1905년 고종황자의 칙령에 따라 설치된 대한적십자사, 일제 치하에는 중국 상해로 넘어가 독립군을 위한 구호활동을 벌인 전통의 NGO입니다. 오늘날의 모습은 해방 직후인 지난 49년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만들어졌는데 이승만 박사의 절대적 지원 하에 적십자사는 국가기관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정부의 지원 하에 탄탄대로를 걸어온 대한적십자사는 대북지원사업과 재해구호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지난 81년엔 전국혈액사업을 정부로부터 넘겨받으면서 사업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는 시민단체 NGO였으면서 국가기관에 준하는 권한을 이어왔던 적십자사는 지난 97년과 2000년부터 홀로서기를 요구받았습니다. 즉 반 강제로 내던 회비를 자율적으로 걷도록 하면서 참여율이 줄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지난해 부적격 혈액유통 사건이 터지면서 적십자사는 시민단체로서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 겁니다. 홈페이지에 수 천 개의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는가 하면 적십자사 창설 이후 처음으로 회비 반환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태가 이 정도에 이르렀는데도 적십자사 총재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지난번 저희 인터뷰 부탁 드렸을 때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면 국민들한테 그런 입장을 밝히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이윤구 / 대한 적십자사 총재  : 가요. 왜 이렇게 무례하게 해... 못된 사람들이라고... - 감사원 결과까지 나왔는데 한 말씀 좀 해주시죠. 아니에요. 아니에요. 안 하겠어요. 지금 하시는 거 봐 가지고는 기관에 대한 관심들이 없으셔, 그거 안 돼요. 이게 어떤 기관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 국민들한테 사과까지 하셨는데... 적십자사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혈액 수혈 연구원장 등 책임자 3명을 해임 시켰습니다. 그리고 전국 16개 혈액원장 가운데 대구 경북 혈액 원장을 포함한 다섯 개 혈액 원장 등 7명의 관리자에게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이로 인한 파문이 커지자 적십자사는 뒤늦게 혈액안전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사무총장과 혈액사업 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실은이 주목해온 내부고발자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당초에는 징계하겠다고 했다가 마침내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내부고발자를 불순 세력이라며 끈질기게 징계를 요구해온 적십자사 노조, 그러나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방침이 철회된 지금 노조는 입장표명을 할 게 없다고 합니다. ⊙ 장인순 / 대한적십자사 노조위원장  : 저희들 입장표명 안 합니다. 사측에 맡겼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안 하기로 얘길 한 거거든요. 내년이면 설립 100주년을 맞는 대한적십자사, 세계 5위 규모를 자랑하는 조직을 갖췄지만 비영리조직으로서 책임성은 수준 이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새로운 세기, 명실상부한 비영리 봉사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 강철희 / 연세대 사회복지 대학원 교수  : 적십자사가 실질적으로 청와대, 그 다음에 정부와의 굉장한 밀착관계 속에서 운영이 되어진다 하는 사실이죠. 그래서 적십자 총재서부터 시작해서 청와대에서부터 인준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적십자사의 모든 윗분들은 정부 및 청와대와의 관계를 1차적으로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안일함에 빠졌다, 저는 그렇게 평가를 합니다. 몇 달 동안의 긴 취재를 접고 떠나는 취재팀에게 적십자사의 한 직원은 적십자사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 대한 적십자사 직원  : 국민 여러분들이 적십자사에 대해서 의혹을 가지고 많이 걱정하시는데 이번 계기를 거듭나는 계기로 삼고 직원과 봉사원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주십시오. ⊙ 신강균 기자  : 팔이 아프다고 자를 수야 없겠죠. 환부가 있다면 치료를 하면 됩니다. 내년에 창립 백주년을 맞는 대한적십자사에게 이번 사건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바랍니다. ⊙ 이상호 기자  : 대한적십자사는 정부기관이 아닌 NGO, 즉 시민단체죠. 시민단체는 이제 윤리의식으로 무장해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 대한적십자사는 깨달아야 될 겁니다. 아울러서 시민들도 적십자사가 시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셔야 될텐데요. 시민들의 뉴스 소비자 주권회복을 위해서 뉴스 A/S는 계속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