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5일 신강균의 사실은 특집 방송분] <1988.2.24 '인간 전두환' 방송분> -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 전두환, 그는 약속을 내세웠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온 몸을 내던진 성실한 인간, 정직한 사람, 그리고 소박한 인간성을 지닌 사람으로 우리에게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는 국민생활의 세세한 걱정까지 함께하는 그의 자상한 면모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이처럼 어렵고 힘든 자리인 줄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한 그가 가장 반기는 사람들은 묵묵히 자기 직분에 몰두하는 서민들이었습니다. 이철희, 장영자 부부 어음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 인척의 이름이 오른 내린 것보다 선량하고 열심히 사려는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에 죄를 지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건강도 7년의 세월 속에 숱한 번민과 고뇌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 숱한 보고서를 밤낮 가리지 않고 읽고 처리해온 탓에 안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고 부질없는 소리들을 참고 들으며 오로지 더 나은 우리 삶을 위한 소신을 인내로 펼치느라 어금니가 상했다는 모습에서 7년 세월, 고독한 결단의 순간들을 보내야했던 그의 번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인간 전두환, 역사는 훗날 그를 우리 민족이 세계사의 전면에 떠오르게 한 계기를 만든 대통령으로서 기록할 것이며, 우리는 그를 가장 어렵고 고난했던 시기에 우리와 만나 가장 힘들고 빛나는 탑을 쌓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던 대통령으로 오래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 툭툭 털고 가는 사람에게 무슨 미련이 있고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전두환, 그는 스스로 청와대를 물러난 최초의 전직 대통령으로 올 봄 화창한 어느 봄 날 수수한 점퍼를 입은 채 우리와 거리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를 이 밤 깊은 감동과 감회로 송별합니다. ⊙ 신강균 기자  : 지금 보신 화면은 저희 MBC가 지난 88년에 전두환씨의 퇴임을 기념한다며 방송한 특집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시 보니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권력의 편에서 국민을 기망하는 저런 방송을 내보낸 점에 대해서 머리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자고 나면 잊어버리는 망각 때문인가! 국회 청산을 바라지 않는 기득권 세력 때문인가! 독재자의 위세는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침내 드러난 전씨 일가의 비자금 파문, 검찰의 수사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적인 시선은 이번에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재산내역을 거짓으로 신고해 법원의 명령을 위반했는데도 정작 검찰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한다며 방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환영을 선고받았던 범죄인 전두환, 그는 왜 아직도 법 위에 존재하고 있는가, 법대로 그를 심판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가, 특집 ?누가 전두환을 용서했는가? 사실을 밝혀드립니다. - 29만원이라는 건 솔직히 누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건데... - 국민들을 진짜 우롱하고 조롱하는 얘기죠. - 그런 사람이 감옥에 있지 않고 왜 자택에서 경찰 보호받고, - 너무 뻔뻔하지 않아요? - 잘못 됐으면 단죄가 돼야 되는데 - 저는 감옥 살았으면 좋겠어요. ⊙ 신강균 기자  :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을 찾아라 세 편의 시리즈가 모두 방송되고 난 후 저희 ?사실은?의 게시판에는 무려 2천 여 건에 가까운 많은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권력에 빌붙은 자들이 나라를 망친다, 지도층들이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누리려 한다는 등 전씨 일가의 비자금에 대해 엄정한 단죄를 촉구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며칠 전까지 멀쩡히 배드민턴을 치던 전두환씨가 아프다고 하자 방문조사로 예우를 갖춰줬고 여론의 관심 또한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독재와 반민주에 대한 국민의 청산 열망이 이처럼 뜨거운데 또다시 외면당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직도 건재하고 좀처럼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는 전두환씨 권력은 20여 년 전에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총칼로 빼앗은 권력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씨 등 반란군 지휘부가 극비리에 경복궁 30경비단장실에 모였습니다.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 9사단 장 노태우 등 13명이었습니다. 작전 명은 ?생일 집 잔치?, 이들은 상급자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는 하극상 반란을 일으켜 단 하룻밤 사이 군부를 장악했습니다. 80년 5월 17일, 전두환은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국으로 비상계엄을 확대했습니다. 무장한 군 병력이 주요도시를 장악했고, 국회의사당은 탱크로 봉쇄됐습니다. 3김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줄줄이 체포됐고 재야인사, 노동계, 학계 등 민주인사에 대한 검거선풍이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대학에는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서울의 봄, 독재자 박정희 사망을 계기로 타올랐던 민주화의 열망이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5월 18일, 반란군은 광주를 권력 찬탈의 재물로 삼았습니다. 작전 명 ?화려한 휴가?, 광주에 진입한 공수부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아붙이며 무자비한 진압을 시작했습니다. 분노한 광주 시민들은 무장을 갖추고 저항했습니다. 열흘 동안 계속된 진압군의 무차별 살육으로 154명의 시민이 숨졌고 부상자는 3천 2백 명에 달했습니다. 광주학살로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군부는 권력장악의 다음 단계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국보위가 처음 한 일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작업이었습니다. 700여 명의 기자들을 강제 해직시키고 정기간행물 172개를 폐간시켰습니다. 무사안일과 기밀누설 등의 제목으로 5천 5백 명의 공무원들을 숙청했습니다. 이어 국보위는 사회 정화 명목으로 삼청교육대를 만들었습니다. 폭력배를 재교육시켜 갱생의 길의 걷게 함으로서 사회악을 일소한다는 이른바 삼청교육은 전두환 정권이 집권 기반을 다지기 위해 추진한 추악한 전쟁이었습니다. 3만 9천 742명이 영장 없이 체포구금 돼 군사훈련장인 삼청교육대로 끌려갔습니다. ⊙ 송헌표 / 삼청교육대 피해자  : 이 눈도 박달나무 몽둥이로 맞았는데 사팔이 돼 버렸어요.  코가 비뚤어졌습니다. 이빨이 맞아 갖고 5년 만에 뚝 끊어지고 또 7년 있다 밥 먹다 보면 이빨이 딱 없어지는 거예요. 상상을 초월하는 비인간적 가혹행위에 42명이 교육을 받다 숨졌고 397명이 출교 후 후유증으로 사망했습니다. ⊙ 전영순 회장 / 삼청교육대 인권운영연합  : 지금까지도 (국민의) 80%이상 삼청교육은 ?뭐가 꺼림칙하고 뭐 잘못했으니 갔지?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걸 바꿔 갖고 ?5공이 나쁜 거고 5공 정부가 불법이지? 이런 생각이 되도록 해야 우리가 명예회복이 됩니다. 81년 3월 3일, 체육관 선거를 통해 마침내 전두환씨가 12대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 대통령 취임 선서  :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고... 국민의 피를 재물로 삼은 제5공화국의 출범이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잊으신 분들은 많지 않겠습니다만 정권을 찬탈했던 바로 저 때에 많은 희생자가 있었죠. ⊙ 윤능호 기자  : 그렇습니다. 권력 찬탈 과정에서 이미 많은 희생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7년 동안 전씨가 절대 권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도 숱한 사람들이 희생됐습니다. 80년부터 87년까지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등으로 검거된 사람만 1만 2천 명이 됩니다. 또 군부대와 검찰, 당시 보안사에 끌려갔다가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도 34건이나 됐습니다. 이 밖에 전두환 정권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 70여 명이 분신이나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한마디로 전두환씨가 집권했던 7년은 폭압적 인권 말살기였습니다. ⊙ 서수남 / 시청자 대사  : 탤런트 중에 박용식씨라는 분은 얼굴이 비슷하게 닮았다고 해서 그 분이 출연을 많이 못했다고 그래요. ⊙ 신강균 기자  : 불이익을 많이 당했었죠. 아마 지금 젊은이들은 방금 보신 저 전두환씨의 얘기가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데서 일어난 일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불과 십 수년 전에 바로 이 땅에서 자행됐던 일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에는 이런 만행들이 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 성지영 기자  :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이유에는 바로 언론이 있었습니다. 신군부의 무력 앞에 굴복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 상황, 이 상황 속에서 언론이 이른바 당근과 채찍으로 불리는 언론통제, 신군부의 언론통제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이 가운데 일부 언론인 같은 경우에는 전두환씨 정권 찬양에 앞장서서 영달을 누린 그런 부끄러운 과거도 있었습니다. 언론은 광주의 진실 앞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학살에 눈을 감은 것입니다. 방송과 신문은 신군부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썼습니다. 당시 언론은 광주시민의 폭도, 현실 불만세력, 총을 든 난동자로 몰았습니다. 조선일보는 광주시내에는 각목과 벽돌로 쳐진 바리케이트 뒤에 총을 든 난동자들이 서성이고 있다면서 마치 광주가 폭도들로 인해 무정부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은 폭도들이 군인을 잡아 낫으로 찔러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고 한국방송은 못 믿으니 이북방송을 들으라고 권유했다는 유언비어를 전해 광주시민을 간첩으로 호도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매일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보도지침은 기사내용 뿐 아니라 기사의 길이와 크기, 그리고 게재 위치까지 통제했습니다. 시민들을 학살한 반란과 내란의 수괴, 그러나 언론은 전씨를 찬양했습니다. 어느 새 전씨는 언론에 의해 새 역사 창조의 선도자로 변신합니다. 경향신문은 전두환 장군 시리즈를 통해 어려운 난세에 우리 국민이 청렴한 성품을 지닌 강력한 지도자를 얻을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전씨를 추켜세웠습니다. 이에 질세라 동아일보도 전두환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부터 곧고 씩씩하게 청운을 가꿔온 참나무였다고 묘사합니다. 신군부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언론사 통폐합을 단행했습니다. 1980년 11월, 64개 언론사 가운데 44개 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언론은 살벌한 권력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5공 시절 MBC와 KBS 9시 뉴스는 땡전 뉴스로 불렸습니다. 각 방송사는 9시를 알리는 시보와 함께 뉴스 첫머리에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의 동정을 내보냈습니다. 전두환 정권이 그러나 언론의 채찍만 휘두른 것은 아닙니다. 언론사에게는 세금을 감면해줬고 언론인들에게는 주택자금을 특별 융자해주는 등 당근도 줬습니다. 5공 집권 내내 왜곡과 정권 찬양을 일삼은 언론은 평화의 댐 보도에서 극치를 이룹니다. 언론은 금강산댐의 붕괴 영향을 과장한 정부발표를 그대로 보도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이런 언론에 속은 국민들은 유치원생에서부터 칠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성금을 마련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독재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한 부역언론인 가운데 상당수는 언론사 간부를 거쳐 언론계 실세로 자리 잡습니다. ⊙ 전두환 장군과 이진희 MBC 사장과 대화 (1980.8.11)  : 전 장군께서는 새 시대를 영도해야 할 역할의 책무를 맡으셔야 할 위치에 있지 않나 봅니다. 전씨의 권력장악을 도운 언론인,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해 사회 중진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 정경희 / 원로 언론인  : 12.12 반란 후에 편집국장이라든가 주필이라든가 앵커라든가 이러한 중요한 직책으로 떠오른 5공 시절의 스타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그 당시 5공 때뿐만 아니고 지금도 살아 남아서 사회 여러 각계에서 특히 정치권과 중요한 기득권 집단 안에서 중진으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권력을 감시해야 했던 언론이 저 모양이었으니 독재자 전두환씨에게 거칠 게 없었겠죠. ⊙ 윤능호 기자  : 그렇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공포정치로 전씨는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무려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긁어모았습니다. 남의 돈을 마치 자기 돈처럼 그렇게 생각한 건데요, 하여튼 전씨가 당시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명목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 대통령 취임 연설 / 80.9.1  : 불로소득을 꾀하고, 사치와 낭비를 일삼고 돈으로 이권을 청탁하는 등의 폐습을 하나씩 고쳐가려는 마음가짐, 이것이 바로 제 가치관인 것입니다.   전씨는 입만 열면 청렴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친척이나 자식,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누구든 법과 질서를 어기면 추호의 아량도 없이 법에 의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사실은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전씨는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모두 9천 5백억 원의 돈을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였습니다. 전씨는 먼저 대형 국책사업을 미끼로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았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 공사를 주겠다며 동아그룹으로부터 180억 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 공사를 주겠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참여하게 해주겠다, 반도체사업을 잘 봐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현대로부터 220억 원, 삼성으로부터 220억 원, 대우로부터는 150억 원씩을 받아 챙겼습니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준 비극도 전씨에게는 좋은 돈벌이가 됐습니다. 1983년 KAL 007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격추된 사건, 승객과 승무원, 269명이 전원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전씨는 이 사건을 빌미로 한진그룹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며 160억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재벌의 상속분쟁도 전씨에게는 돈을 챙길 호재였습니다. 1984년 한일그룹에서 상속재산 분배문제로 형제간에 분쟁이 일어나자 문제삼지 않겠다며 150억 원을 받았습니다. 돈을 받고 세금을 깎아주기도 했습니다. 전씨는 미원그룹으로부터 70억 원을 받고 세금 200억 원을 감면해줬습니다. 골프장은 허가해주면서도 뇌물을 챙겼습니다. 통도골프장 건설 인허가 대가로 국제그룹으로부터 약속어음 10억 원을 받았고 용평에 골프장 허가를 내주면서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으로부터 10억 원을 받는 등 골프장 허가와 관련해 4개 기업으로부터 모두 45억 원을 받았습니다. 87년 임기 말 무렵에는 대선자금이 필요하다며 현대, 삼성, 동아 등 13개 기업으로부터 620억 원, 롯데, 한화, 쌍용 등 12개 기업으로부터 300억 원, 조선맥주, 동양제과, 삼천리 등 11개 기업으로부터 54억 5천만 원을 반강제로 거둬들였습니다. 또한 전씨는 각종 성금과 찬조금 명목으로 수 천 억 원을 거뒀습니다. 새마을 성금 1945억 원, 일해재단 기금 598억 원, 새세대 육영회 찬조금 223억 원, 김장재단기금 199억 원 등 모두 2,515억 원을 받았습니다. 1997년 전씨는 100억 원에게 불법으로 거둔 뇌물에 대해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씨는 아직까지도 돈이 없다며 1,870억 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당시에는 대한민국 전 국민의 생명과 모든 재산이 전두환씨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권력이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죠, 이상호 기자? ⊙ 이상호 기자  : 예, 말씀하신 대로 전두환씨는 아직도 살아 있는 권력 그 자체였습니다. 일반인들의 경우에 전씨에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시고 계실텐데요. 저희가 직접 취재를 해보니까 몸싸움을 각오하지 않으면 접근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었고요. 기자가 맞닥뜨린 전씨에게서는 아직도 그 무시무시한 권력의 위세가 짙게 풍겨져 나왔습니다. 아직도 살아 있는 권력 ?전두환? 군사반란죄와 내란죄, 그리고 2천 억 원이 넘는 추징금 판결이 난지 불과 8개월만에 풀려난 전두환씨, 하지만 출소 직후부터 당당한 전씨의 행태는 오히려 보는 사람을 당혹케 했습니다. ⊙ 2000.4.26 / 대구방문  : 각하께 대하여 경례 여전히 각하로 추앙 받는 그에게 정치권의 줄대기는 계속됐습니다. 신군부에 협조한 대가로 전씨에게 발탁돼 장관까지 지냈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최 대표는 아직도 전씨의 지시를 받는 것 같습니다. ⊙ 2003.7.16  : - 최병렬 : 대선인지 비자금인지 불법자금인지 불거져 가지고 국민들 보기에 면목도 없고 그렇습니다. - 전두환 : 심판을 빨리 받고 빨리 정리해서... 전두환 정권 타도를 외쳤던 민주당의 간부도 전씨를 예방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유인태 정무수석을 보내 새해 인사를 갔습니다.   ⊙ 2004.1.1  : - 전두환 :  금년도 나라는 잘 돼야 할텐데... 잘 되겠지 뭐... 잘 안 되겠습니까? ⊙ 1989년 5공 청문회 당시  :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엄청나게 남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초선의원 시절 국회 청문회에서 광주학살의 주범을 처단하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치인으로 부각됐습니다. 그랬던 노 대통령도 취임식에 전씨를 초청했습니다. ⊙ 2003.2.25 / 노무현 대통령 취임경축연회  :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분이 나와 주신데 대해서 더욱 더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막강한 정치권력이 앞다퉈 예우하고 있는 사이 경호책임을 맡은 경찰은 전씨를 아예 황제처럼 떠받들고 있었습니다. 등산하러 나가는 전씨를 위해 경찰은 신호를 조작해 길을 터 주였습니다. ⊙ 경찰  : 이쪽으로 갔으면 저 다음 신호 근무자한테 나와서 봐라 그런 거고 시간에 맞춰서 가야하기 때문에 신호를 열어 달라고 할 때는 열어드리고,   경찰의 황제경호는 점입가경이었습니다. 전씨가 사는 연희동 일대, 전두환씨 한 사람의 경호를 위해 경찰이 쓰고 있는 주택은 모두 3채, 연희동 84-12번지와 84-18번지에다 서울시 소유인 95-7번지 주택도 경호관련 시설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전씨가 배드민턴을 친다는 연희동 외국인 학교 입구를 의경들이 청소하느라 분주합니다. 전씨의 운동을 위해 체육관 전체에 매트릭스를 까는 일도 모두 의경들의 몫이었습니다. 이윽고 전씨 부부가 탄 차가 당도하자 머리가 땅에 닿을 듯한 육탄 예우가 펼쳐집니다.   -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나라에 내야할 돈도 안 내고 있는 사람을 경호하기 위해서 이 수많은 비싼 집 (사람들)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 전두환 경호팀장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못 하겠습니다. 지금... - 월급을 어디서 받으세요? ⊙ 전두환 경호팀장  : 저요? 국가에 받죠... - 전두환씨한테 받으세요? 아니죠... 저는 국가에서 받죠... 전씨에 대한 예우는 전씨가 받은 훈장을 고스란히 보전케 해주는 데서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전씨는 김구나 조만식 선생이 받은 건국훈장을 비롯해 10여 개의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상훈법에 따르면 3년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훈장을 빼앗아야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무슨 이유인지 못 본 척 하고 있습니다. 전씨는 외국을 여행할 때도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데요. 버젓이 귀빈실까지 이용하고 있는 전씨, 사실은 그는 출국이 법에 의해 금지를 해야될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그의 출구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당연히 출국이 금지돼야할 자가 저렇게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당당하고 온갖 위력자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그대로 방송되는 현실, 다 우리 탓입니다. 우리가 모두 다 망각해버렸기 때문에 저런 일이 가능한데, 이상호 기자!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바로 특히 언론이 저런 문제를 지적하고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그동안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저런 구태에 대해서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서수남 / 시청자 대사  : ?사실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까 아, 용기 있다, 그렇게 격려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왔어요. 이상호 기자 괜찮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저희 부모님을 비롯해서 걱정하시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도 전씨 경호팀 측에서 저희 제보자를 찾아내겠다 라고 지금 혈안이 돼 있고 상황이고 또 요로를 통해서 저희 취재팀을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지금 서슴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전두환씨의 황제경호 보도가 나가자 시청자와 네티즌의 분노가 끌어 올랐는데요. 잊고 있었던 독재의 실상을 깨달았다는 분부터 전씨를 규탄하는 카페를 만들었다는 분까지 저희 홈페이지에 의견을 올려주신 분만 천 여 명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경찰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오히려 경찰의 전씨 경호팀은 저희 보도가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취재팀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술 더 떠 전두환씨의 사설 경호원들조차 취재 중이던 저희 뉴스 A/S 팀을 줄곧 촬영했는데요. 촬영이 무엇을 위해 이루어진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모종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독재의 폭력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보도이후 경찰의 시정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 공보책임자를 만났습니다. 그 역시 대뜸 전두환 경호팀을 두둔하고 나섭니다. ⊙ 경찰청 공보 책임자  : 그 자체가 잘못됐다 이거야... 근데 그걸 가지고 취재할 게 뭐 있어요.   - 후속 조치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잖아요. 국민들이... 아이... 앉아서 차나 한 잔 하고 가... - 차는 무슨 차예요. 협조 좀 해주십시오. 그런 거 가지고 취재를 안 응해주지... 해줄 턱이 없지... 전두환씨에 대한 황제경호에 대해 경찰은 왜 이리도 무신경일까, 전씨의 경호경비업무를 총괄하는 경찰청 경비국장인 김옥전 치안감을 찾았습니다. - 사전에 협조를 구하고 오시라고요. - 국민이 의당 알권리지요. - 무슨 권리가 있습니까? 다 협조하고 오라잖아요. 그러나 경비국장은 취재진을 계속 회피했는데요. 국민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 경찰간부 확인해보니 그는 청와대 김세옥 경호실장의 친동생이었는데요, 형은 노무현 대통령을, 동생은 전두환씨의 경호업무에 책임자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 경찰청 / 3.3  : ?서민경제 어려운 데 불법예우 웬말이냐!? 지난 수요일 경찰청 앞에 울리는 구호소리, 전두환 비자금 환수운동을 펼쳐온 민주노동당의 외침이었는데요. 민노당은 저희 ?사실은?의 보도에 근거해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그리고 서대문 경찰서장을 직권남용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미 고발한 상태입니다. ⊙ 이선근 / 민주노동당 위원장  : 경찰이 추징금의 납부를 독려하기는커녕 법에도 없는 예우와 국방의 의무를 대신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사역까지 시킨 것은 오히려 전두환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날 민노당은 전씨에 대한 과잉경호를 반성하지 않는 경찰을 규탄하고 누가 과잉경호를 지시했는지 정보공개를 요구했습니다. ⊙ 이선근 / 민주노동당 위원장  : MBC의 ?신강균의 사실은?이란 프로그램이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고소하겠다는 등 일체의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 참회하지 않는 독재와 반성하지 않는 경찰, 혹시나 하며 독재 청산을 기대해보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런데 검찰도 그렇고 경찰도 그렇고 전씨를 저렇게들 위하는데 민주노동당의 저런 정당한 요구가 언제 받아들여질지 참 난망입니다. ⊙ 이상호 기자  : 향후 수사 과정도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뭐니뭐니 해도 국민들의 관심은 전두환씨의 숨겨진 비자금인데요, 연일 비자금이 추가로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까? ⊙ 노경진 기자  : 예, 지금까지 새로 드러난 전씨 일가의 비자금만 벌써 300억입니다. 그 가운데 백억 가량을 전씨 측근들이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진 돈이 29만 원뿐이라고 밝힌 전두환씨, 전씨는 법정에서 가족들 모두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며 가족들의 재산이 50억 원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의 확인결과 전씨 일가의 재산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전씨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전씨 일가의 숨겨진 비자금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73억 원, 이 가운데 106억 원은 전씨의 오랜 측근들이 직접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측근 가운데 12.12 쿠데타 당시 전씨의 부관이던 손삼수씨, 그는 전씨의 퇴임 이후 실질적인 대인 보좌역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 2000년 추징금 환수를 위해 실시됐던 경매에서 전씨의 벤츠 승용차를 낙찰 받은 사람도 손씨였습니다. 손씨는 평창동에 살고 있습니다. 그의 집에는 4년 전 경매에서 매입한 전두환씨의 벤츠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는데요. 지붕까지 덧댄 차고에 마치 신부단지처럼 모시고 있었습니다. 반면 자신이 타는 차는 길가에 세워놓았습니다. 손씨에게 비자금 관리여부를 물었지만 피하듯 사라집니다. - 그 동안 전두환씨 비자금 관리해온 게 사실입니까? 말씀해 주세요. 지난해 검찰수사 직후 전씨의 둘째 아들 재용씨의 회사를 인수해준 것도 손삼수씨였는데요. 손씨는 지난해 10월, 전재용씨의 100억 원 대 괴자금 사건이 터지자 전씨의 회사 오알솔루션즈를 거액을 들여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 전재용씨가 사장으로 있나요? ⊙ 오알솔루션즈 코리아 직원  : 아닌데요, 저희 손삼수 대표 이사님이거든요. ⊙ 오알솔루션즈 코리아 직원  : 아무래도 아시는 분한테 회사를 넘기지 않았나... 전두환씨의 영원한 부관 손삼수씨, 손씨는 최근엔 정보통신회사를 운영하며 SK텔레콤과 같은 거대 통신회사와 제휴하고 있는가 하면 주요 신문사에도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손씨는 각종 사업에 들어간 자금출처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늘 관심의 대상이 된 또 다른 한 사람이 바로 이창석씨, 이씨는 이순자의 친동생입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전두환 별채 경매 때 시가의 두 배가 넘는 17억 원으로 낙찰 받은 뒤 그 별채를 다시 전씨에게 돌려준 사람입니다. ⊙ 이창석씨 대리인  : (전두환씨가) 사시는 거니까 그냥 계속 살게 해드리겠다는 거죠. 취지는...   이창석씨는 현재 성강 문화재단의 이사장입니다. 성광 문화재단은 이창석씨와 이순자씨의 아버지인 이재용씨가 만든 겁니다. 3년 전 사망한 이규동씨는 최근 외손자인 전재용씨에게 괴자금 백억 원을 줬다고 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성강재단은 지난 85년 장학사업과 문화사업을 한다며 출발했지만 이상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먼저 이 재단은 이규동씨가 사망한 뒤 재단의 주요사업인 장학금 지급을 일체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어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시죠? ⊙ 성강문화재단 관계자  : 예전에 초창기 설립 당시에는 그렇게 했었는데 요즘은 장학사업은 거의 없고... 그렇다면 과거에 제대로 장학금을 지급했을까, 서울의 한 명문사립대학교에 장학금 수여내역입니다. 지난 2001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성강재단 측이 등록금 전액을 내줬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 ○○대학 학생지원과 관계자  : 2001년 1학기에 한 학생이 있는데 김○○라는 학생입니다. - 과는 어떻게 되죠? 과는 지리교육과 돼 있네요. 지리교육과 김군, 고학생이라는 이 학생의 신분을 전문해보니 그는 다름 아닌 이창석씨의 조카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두환씨의 처조카인 셈입니다. 이 학생은 시공사의 주주기도 합니다. 결국 친척에게 재단의 돈을 나눠준 겁니다. 재단이 이 같이 운영되고 있는 동안 감독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과연 뭘하고 있었을까. 서울시 측은 성강재단이 장학사업을 중단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한술 더 떠 최근 3~4년 동안 성강재단 측으로부터 사업계획서는 물론 회계보고서조차 챙겨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서울시청 문화과 관계자  : 법인이 서울시가 등록돼 있는 게 300개가 넘거든요. 그건 변명 아닌 변명일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서류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고 우리가 찾아보니까 자료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뉴스 A/S팀의 취재가 시작되자 그때서야 재단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는 등 부산을 떱니다. ⊙ 서울시청 문화과 관계자  : 여기에서 제기했던 의혹들을 저희가 그러면 현장조사를 해서 만약에 안 되면 일단 직권 취소를 하던지 그런 방법을 취해야겠죠. 서울시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성강재단 측은 돈벌이에 급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성강문화재단은 드러난 것만 해도 서울 봉천동의 주유소 건물과 수원 역사 내 대형서점 등에 대한 인대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 건물 하나에서 (임대료가) 한달에 500만 원 정도 나온다고요? ⊙ 인근 부동산업자  : 예, 전체... 성강문화재단이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 바로 미술 관련 사업, 시공사의 평창동 미술 갤러리 옆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 미술연구소, 이곳은 미술품을 연구하고 전씨의 대행사업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 한국미술연구소 관계자  : 저희는 그냥... 책 지원하고 학술지 내는 그런 곳이에요. - 그러면 시공사랑 같이 일을 하시겠네요? 그렇죠... 그런 걸 지원하니까... 이 연구소는 전재국씨의 시공사를 통해 연구결과를 책으로 펴내고 있는데요. 전재국씨의 시공사와 성강재단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전씨와 성강재단이 미술품 연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면에 모종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장학금을 주겠다며 수익사업을 허가받아서 장학금을 주지 않는다면 그게 장학재단입니까? 개인사업체지. ⊙ 노경진 기자  :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이제 와서 본격적으로 조사를 들어가겠다, 재단허가를 취소했다 부산을 떨고 있는데요. 이번 기회에 그 재단의 불법행위를 확실히 조사해서 책임자 처벌도 반드시 이루어져야될 것입니다.   ⊙ 서수남 / 시청자 대사  : 타고 다니던 벤츠 승용차는 경매하신 분이 손삼수씨 맞습니까? ⊙ 이상호 기자  : 예, 낙찰 받은 분이. ⊙ 서수남 / 시청자 대사  : 그 분이 타지도 않고 왜 그렇게 그 차를 경매해서 거기다가 모셔놨을 까요? 무슨 돈으로 또 경맹해서 그 자동차를 샀죠? ⊙ 이상호 기자  : 그러게 말입니다. 짐작들은 하시겠지만 비자금도 수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면 이 또한 밝혀질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자금 수사가 밝혀내야 할 또 하나의 의혹이 있습니다. 바로 장남 전재국씨의 써도 써도 바닥나지 않는 사업자금입니다. 출판계의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는 전씨의 장남 재국씨, 그는 미국 유학을 마치자마자 사업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출판업계에 뛰어들어 끊임없는 자금력으로 10년 만에 업계의 정상을 넘보고 있습니다. - 시공사가 전체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 출판관계자  : 매출액으로 보면 제일 큰 회사 아니겠어요? 단행본 쪽에서는... 인원도 많고, 빌딩에 직원들이 몇 백 명 된다니까... 전재국씨는 시공사의 대표를 맡자마자 거액의 판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외국의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는 등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공사는 계속해서 아동관련 서적, 미술관련 서적, 전집류, 패션, 게임, 음악잡지 등 출판의 영역을 확장시켜나갔습니다. 시공사는 판권이 비싼 미술서적은 물론 일본 유명만화 판권도 거침없이 사들이며 출판권 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출판 미디어 재국을 꿈꾸는 전재국씨, 시공사의 성공에 힘입어 그는 출판유통까지 사업분야를 확정해나갔는데요. 2000년도에는 서울을지서적을 인수하는 등 부산, 수원 등 전국 곳곳에 리브로라는 이름으로 15개의 대형서점을 연달아 열어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서점업계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 이창연 / 서점연합회 회장  : 출판이나 잘하면 될텐데 출판 이외의 사업들을 왜 이렇게 팽창을 하고 다니냐. 그 업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업자들은 자기 생존권 차원에서 상당히 몸부림을 치는 거죠. 도가 너무 지나치고 있다 하는 선까지 지금 와 있다. 재국씨의 사업확장은 그야말로 문어발식입니다. 출판과는 무관한 의류제조, 판매는 물론 부동산 임대업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게임 사이트와 펜션 등 부동산 사업까지 하나하나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러다 보니 재국씨의 사업확장 이면에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을 한번 살펴 보실까요? 소위 시공 디지털 미디어그룹이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출판유통에서 게임 인터넷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그 활동범위가 어마어마합니다. 계열사와 관계사, 그리고 이런 사업본부까지 합하면 30여 개가 넘는데요, 이들 회사의 모태는 바로 이 주식회사 시공사입니다. 시공사는 단행본에서 미술서적, 만화책, 아동서적, 매거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정신을 지배하는 출판문화권력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돈만 된다면 일본 만화수입에도 그동안 앞장서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업확장 과정에서 보여준 전재국씨의 자금능력은 출판계의 전설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웬만한 회사들이 나가떨어지는 IMF 당시에도 오히려 미디어와 서비스 쪽으로 사업영역을 거침없이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표시가 돼 있는 회사들은 시청자의 제보를 근거로 저희가 새롭게 확인한 전재국씨 관련 회사들입니다. 그러면 과연 어떤 회사들인지 함께 확인해보시겠습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인터넷 광고대행회사, 이 회사는 올 초 두 명을 뽑는 신입사원 공채에 160명의 우수인력이 몰릴 정도로 유망하다는 회사인데요, 광고주도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들이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이 회사 역시 재국씨가 대주주라는 것이었는데요. 확인결과 재국씨는 실제 이 회사 지분의 절반에 가까운 42.5%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국씨의 소유라는 제보를 받은 또 다른 인터넷 회사, 홈페이지 구축을 주 업무로 하는 이 회사운영 역시 재국씨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확인 결과 재국씨는 지분의 2/3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 회사 관계자  : 시공사 계열사로 시공사내에 있는 웹사이트라든지 제반 전산 업무 쪽을 많이 하고 있는 상태고요...   재국씨의 사업확장과 관련해 출판업계 쪽의 제보도 많았는데요. 파주군 군사지역 내에 위치한 출판유통단지, 이곳은 700여 회원을 가진 한국 출판협동조합의 출판유통메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정작 조합의 창고는 한 쪽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단지 입구 좋은 위치에는 재국씨가 관련돼 있는 시공사 리브로 동국출판의 물류창고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출판조합이 공동으로 쓴다는 창고는 1,300평, 재국씨가 쓰는 창고는 4,500평이나 됩니다. ⊙ 김종수 / 출판조합장  : 이익을 많이 내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의혹을 갖고 있는 것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출판유통단지에서 서울로 뻗은 자유로, 자유로를 따라 형형색색의 고급 주택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저명한 문화인들이 모여드는 이곳에도 전재국씨의 땅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확인결과 전씨는 실제 수백 평의 땅을 구입해 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관리인  : 전재국이 여기 있느냐 이걸 물어보신 거예요? 공간을 확보한 사람이 회원이에요. 우리 사회 문화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고 보지만 고민의 소산이 아니라 돈으로 만든 명성인 측면도 있다. 물려받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 신강균 기자  : 미국에서 공부하고 들어와 곧바로 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런 큰 사업을 하려면 여간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 것입니다. 저 막대한 사업자금의 출처, 반드시 규명돼야 할 것입니다. 누가 전두환을 용서했는가! 79년 12.12 쿠데타로 실권을 거머쥔 뒤 무려 8년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전두환씨, 그는 권좌에서 물러난 지 1년도 안 돼 심판대에 올려집니다. ⊙ 5공 청문회 / 1989.12.31  : 당시 5월 22일 자위권 발동도 가능하다는 계엄 사령부의 작전 지침이... 지휘 계통을 통해 하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발포 쟁점부터 밝혀! 살인마 전두환!   TV를 보며 정의의 심판을 기대하던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당시 초선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퇴장하는 전씨에게 명패를 집어던졌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 국민의 비난은 누가 책임질 겁니까? 전씨는 청문회 직후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합니다. ⊙ 1988.11.21  : 국민 여러분에게 속죄하는 뜻에서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도피하다시피 설악산 백담사로 몸을 숨겼습니다. 지난 90년 김영삼, 김종필, 노태우 세 사람이 3당 합당으로 거대야당을 만들어 국회를 장악하자 전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연희동으로 돌아옵니다. 전씨는 그러나 2년 전 백담사로 떠날 당시 약속했던 어느 곳 하나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헌납하겠다던 연희동 집은 오히려 더 넓히고 고쳐서 다시 차지했고, 역시 헌납하겠다던 서초동 금싸라기 땅 200평은 두 아들에게 증여해버립니다. 3당 합당으로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은 합당의 원죄 때문인지 전씨 처벌은 역사에 맡기겠다며 회피했습니다. 5.18 유가족들의 고소고발이 이어졌지만 검찰마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고소권 없음을 결정해 국민감정을 외면했습니다. 물 건너가는 듯 했던 5공 청산 문제는 박계동 의원이 노태우씨의 4천 억 원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다시 여론의 힘을 받기 시작합니다. 95년 11월, 노태우씨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이어 전두환씨 소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씨는 정면으로 반발합니다. 전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5공 때 수하들을 뒤에 세우고 마피아 성명으로 불린 이른바 골목길 성명을 발표합니다. ⊙ 95.12.2  : (5공 청문회 때) 국회의 증언대에 올라 과거 문제를 매듭짓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검찰은 경남 합천으로 내려간 전씨를 다음 날 새벽 서울로 압송해 구속합니다. 그 해 12월, 5.18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씨와 노씨는 군사반란과 내란최로 기소됩니다. 전두환씨의 비비자금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접니다. 전씨는 만 원짜리 현금 61억 원을 25개의 사과 상자에 넣어 쌍용양행 측에 맡겨놨다가 압수 당했습니다. 불법자금의 대명사격인 사과상자의 돈은 사실 전씨가 원조인 셈입니다. 전두환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형수 전두환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줍니다. 97년 대선정국이 시작되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전씨 사면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언론도 대화합을 부각시키면서 거들고 나섰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전씨는 김대중 당선자와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담에 따라 사면되고 복권됩니다. 김대중 당선자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용서한다는 것이 사면의 명분이었지만 국민정서를 외면한 정치적인 타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결국 전씨는 수감된 지 2년 만에 석방됩니다.  하지만 반성은커녕 IMF환란을 들먹이면서 우국지사처럼 행동했습니다. ⊙ 교도소 출감직후 기자회견  : 경제 대란으로 국민 여러분들께서 얼마나 놀라시고 불안하시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위기가 닥쳐왔다는 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고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무기징역은 사면 받았지만 전씨에게 부과된 추징금 1천 8백 억 원은 사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전씨는 돈이 없어 추징금을 못 내겠다면서도 일주일에 절반 가량은 골프와 외국여행으로 보냈습니다. ⊙ 동남아 순방 후 귀빈실에서 / 2000.3.10  : 항상 정치를 하려고 나오면 말과 행동이 같아야 되는 거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해야지. 그때 그때 필요한 대로 거짓말하고 그러면 안 되지. ⊙ 신강균 기자  :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IMF를 맞은 국민의 경제를 걱정하고 있는데 자신은 수 천 억 원씩 챙겨놨으니까 걱정이 없었겠죠. 저렇게 참회하지 않는 저런 전두환씨를 누가 왜 사면해 준 겁니까? ⊙ 홍수선 기자  : 사면의 표면적인 이유는 용서와 화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사면을 하면서 정작 수많은 피해자, 그리고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양해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민정서를 외면한 정치적인 타협이다, 그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정치적인 거래였다, ⊙ 홍수선 기자  : 그렇게까지 봐도 될 것 같습니다. ⊙ 성지영 기자  : 본래 사면이라는 것이 반성을 전제로 해야되는 것일텐데요. 전두환씨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용서를 빈 적이 없었다는 것, 그런데도 정치적인 사면을 받았다는 것에서 문제가 비롯된 것이겠죠. 정말로 반성을 했다면, 그리고 한다면 집권 당시에 저질렀던 그 수많은 죽음들, 그 의혹들에 대해서 낱낱이 밝히고 이것에 대해서 잘못을 비는 것이 정당한 행위일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우리 언론이 이런 전씨를 추궁하기보다는 거기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데서 문제가 있습니다. 군사반란과 내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두환씨, 그러나 그는 여전히 전직 대통령으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 얼마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이, ⊙ SBS 세븐데이즈 / ?대통령의 얼굴? 편 (2003.2.23)  : 내가 하나 했다고 생각하는 건 단임제를 실천했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내 뒤로 네 번째 대통령이 되는 겁니다. - 시간과 권력은 가도 업적은 남는가 봅니다. 한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는 전두환씨에 대한 관대한 평가를 써가면서 정치의 공적을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지난 80년대가 아니라 바로 작년의 일입니다. 신문은 현정권을 비난할 때 ?전직 대통령?이란 칭호를 붙여 전두환씨 의견을 실어줍니다. ⊙ 2003.12.3  : 정치라는 게 서로 사람이 하는 거니까 화합해야 될 것 아니야? 화합하고 양보하고 이해하고 그러면 돼. 전두환씨가 정치인들에게 주는 훈계를 그대로 전달합니다. 언론이 이렇듯 전두환씨를 전직 대통령으로 깍듯이 모씨는 것은 과거청산을 포기하고 군사독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 정경희 / 원로 언론인  : 언론매체가 제발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말 좀 쓰지 마십시오. 이게 제1번입니다. 그게 무슨 대수로우냐 하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매체가 적어도 전두환 전, 앞 전(前)을 빼는 순간 비로소 그러면 5공 청산하자 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신강균 기자  : 존경받는 원로 언론인이신 정경희씨 선생께서 쓰신 글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전두환씨에게는 대통령이라는 직함 자체가 반란으로 얻은 불법의 산물이었다. 이 나라가 아무리 관대해도 그는 전두환씨 일 뿐이다. 그러나 언론은 그를 전 대통령으로 받들어 모심으로서 과거청산을 포기하고 군사독재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일관했습니다. 기자들이 쓴 글자 하나 하나가 정말 중요합니다. 잘 가려서 쓰시기 바랍니다. 홍수선 기자, 그렇다면 전두환씨의 비자금 문제 어떻게 처리할 수 있습니까? ⊙ 홍수선 기자  : 법대로 처리하면 되죠. 전두환씨는 작년에 법원에서 ?재산목록을 밝혀라? 이런 명령을 받았을 때 자신의 전 재산은 29만원 밖에 없다, 그리고 직계가족의 재산을 전부 합쳐봐야 50억 원이 채 안 된다, 5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로만도 이 서로은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재산목록을 허위로 작성한 죄가 되겠습니다. 민사소송법 상에 이런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전재용 비자금 100억 이상이 손삼수씨 등 재산관리인을 통해서 관리돼온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는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서 재산을 은닉한 죄가 됩니다. 형법상에 강제집행면탈죄입니다. 그 다음에 이것 외에도 사채시장을 통해서 자금을 세탁한 혐의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 신강균 기자  : 지금 현재 전두환씨의 비자금 문제로 전두환씨는 재산목록을 허위로 작성한 죄, 그리고 강제집행면탈죄, 그리고 자금세탁을 한 죄 등으로 해서 아주 높은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전씨 일가의 비자금 문제, 검찰이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기야 마음먹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기는 합니다만 달라졌다는 검찰에 거는 국민의 기대 아주 큽니다.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누가 전두환을 용서했는가? 오늘 특집 여기서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