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균의 사실은 132회, 뉴스 서비스 방송분] 서울 고층빌딩의 이 도시속에 자리 잡은 판자촌, 은평구 구산동 산동네에는 가난한 결핵 환자들이 모여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소외된 채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절망을 함께 나누며 사랑으로 봉사했다고 알려진 사회복지법인 이사장 이정재씨, 그러나 사실은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답지한 시민의 성금 십 수억 원을 횡령해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횡령혐의로 철창에 갇힌 봉사와 헌신의 성자 이정재씨, 그런 그를 결핵 환자의 구세주로 알리는데 앞장서온 것은 다름 아닌 언론, ⊙ 주민  : (언론은) 왜그리 동네 사정도 모르면서 한 사람 페스탈로치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느냐... 보도 자료는 그렇게 잘 받아쓰면서 왜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했을까, 절망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결핵 환자들의 비애와 자선을 빙자한 사기극의 공범이었던 언론의 행태를 사실은에서 뉴스 A/S 해드립니다. 언론이 키운 성자? '성자의 두 얼굴' ⊙ 이상호 기자  : 결핵 환자들을 돕기 위해 나오고 있는 크리스마스실입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우표처럼 나왔는데요. 우표처럼 나왔는데요. 요즘에는 예쁜 스티커로 만들어져서 배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크리스마스실과 결핵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달리 많이 시들한 편입니다. 아직도 한해 12만 명이 넘는 사람이 결핵에 감염되고 있는가하면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실정인데요. 그런데도 정부는 결핵관련 예산 지원을 줄여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결핵 환자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의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는 살아 있는 성자로 추앙 받고 있었습니다. 지난 60년대 결핵이 만연했던 시절, 서울 서대문 부근에 시립병원에 세워지자 인근 구산동 산동네로 환자들이 모여들었고 100가구에 달하는 판자촌을 이뤘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이곳에 교회를 통해 결핵 환자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이모씨, 그는 지난 2000년 복지재단을 만든 후 언론에 반복적으로 소개됐습니다. 언론은 그가 수백 억 원을 출연했다고 대서특필했고 성금이 몰려들었습니다. 이씨는 언론에 의해 결핵환자의 구세주로 일컬어졌고 점차 사회적 명사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23일, 시민의 성금 가운데 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 99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후원금 5억 1천 920만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리는 등 31차례에 걸쳐 모두 14억 1천 3백만 원의 성금을 횡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김민재 / 사건담당 부장검사  : 차명계좌만 해도 수백 개가됩니다. 주인은, 소유자는 이정재씨이고 빌려준 사람들은 자기 측근이라든가 교회 신도들, 즉 판자촌에 있는 주민들의 계좌를 수백 개를, 검찰의 수사 결과 구산동에 결핵 환자들 가운데에서는 봉사한다던 이씨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은 사람도 적잖이 드러났습니다. ⊙ 주민  : 좀 힘들어서 동사무소에 가서 생활보호대상자로 좀 해달라고 그랬더니 저는 안 된대요. 5천만원짜리 적금이 들어져 있대요. 이씨는 결핵 환자촌 주민들의 명의를 도용해 차명계좌를 만들고 후원금을 관리했습니다. 이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결핵환자들이 생활보호 대상자로도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씨가 성금을 나눠주는 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빈번했다는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 김상길 / 주민  : 거기(교회) 다니는 사람은 도장을 찍으라고 하고... 여기 전부 다 이 동네 환자 명단이지... 난 10만원 준 걸로 돼 있잖아요. 김상길이라고 10만원 받아본 역사가 없어요. 실제 나눠준 금액보다 부풀리거나 주지도 않고 줬다고 명단을 제멋대로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횡령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개인주택을 사면서 5천만 원, 개인의 채무를 처리하면서 9천만 원을 쓰는 등 후원금을 횡령했으며 고급 양복 티켓을 구입하는 데도 후원금 7,360만원이나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김민재 / 사건담당 부장검사  : 본인이 소위 사회 저명인사로 행세하면서 여기저기 사회 저명인사한테 선물도 하고... ⊙ 신강균 기자  : 아니, 자기가 입고 있던 양복을 벗어줘도 쉬원 찮을 마당에 복지재단으로부터 양복 티켓을 받아 챙긴 사회 저명인사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아주 궁금합니다. ⊙ 노경진 기자  : 검찰에서는 그저 고위층, 사회 저명인사라고만 하고 자세한 명단은 밝히지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재단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위치의 사람들이겠죠. ⊙ 이상호 기자  : 이정재 이사장 주변에는 정말 많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포진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 분들이 양복 티켓을 받았는지 여부는 저희가 확인할 수 없지만 이를테면 유력 일간지의 前 부회장을 지낸 분은 이씨가 만든 복지재단의 회장을 맡고 있고요. 前 총리죠, 이홍구씨는 명예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다른 경로로 확인을 해보니까요. 방금 우리가 얘기했던 양복 티켓이 7천만 원 때 되는데요. 그것말고도 2~3천만 원 어치가 더 있었던 걸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서울명동의 고급 양복점에서 발행한 100만원에 달하는 고급 티켓이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저 많은 고급 티켓들이 왜 필요했을까요? ⊙ 이상호 기자  : 그것과 관련해서 이씨는 복지재단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였다 라고 진술을 하고 있는데요. 주목할 것은 이씨에 대한 사회적으로 이런저런 의혹이 불러지는 와중에도 이씨를 줄곧 도와준 사람들이 바로 언론사의 기자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씨는 지난 2000년 사회 복지법인을 만들 때 수백 억 원 대의 재산을 쾌척한 것으로 언론에 집중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전면에 가득한 이씨의 미담 기사에는 어김없이 재산 550억을 기부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500억 원이라고 소개된 약 400평의 서울인사동 상가 건물은 사실은 주위 부동산에서 확인한 결과 150억 원 정도였습니다. ⊙ 인근 부동산 주인  : 거기가 지금 4,000만 원씩 할 거예요. - 평당? 예. - 그러면 200억이 안 된다는 거죠? 얘기죠. 안 되죠. 언론이 550억 원이나 내놓았다고 써준 출연 재산은 검찰에 따르면 사실은 그 절반 정도, 물론 액수 산정에 착오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수백  억 원 대의 복지 재단을 만드는 것은 분명 드문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씨가 세웠다는 재단처럼 언론에 자주 소개된 재단도 드물 것입니다. 이씨의 500억 원 대 재단 소식은 이후도 석 달이 멀다 하고 중앙일간지에 연이어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주간지 등 잡지에도 오르내렸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씨는 재단설립 후 줄 곧 성금을 횡령해왔지만 언론은 끊임없이 그를 봉사와 헌신의 인물로 부각한 것입니다. 특히 2001년 연말인 12월에는 한달 동안에만 무려 3차례나 이씨의 미담 기사가 실렸는데 내용이 판을 받은 듯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입금계좌번호나 연락처를 소개하면서 성금을 유도했습니다. 바로 이런 기사를 읽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후원금을 보냈던 것인데 이씨가 그 돈을 빼내 횡령했다는 것입니다. 이씨와 언론의 관계는 지난해 4월 조선일보사와 경찰청이 이씨에게 청룡봉사상을 수여하면서 절정에 오릅니다. 당시는 이미 참여연대의 월간지가 비리의혹을 제기했고, SBS는 그 의혹을 방송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방송도 이씨를 칭송하는데 빠지지 않았습니다. ⊙ EBS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뉴스? (01. 3. 27)  : 죽음의 문턱에서 덤으로 얻은 삶이라며 남은 생도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정재씨, ⊙ KBS '사랑의 리퀘스트' (02. 1. 19)  : 사랑의 리퀘스트 결핵환자 생활안정자금으로 2천만 원 후원하겠습니다. 지난 2002년 1월,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인 KBS ?사랑의 리퀘스트?를 통해 조성된 후원금은 2천만 원, 방송사는 이 돈을 결핵환자촌에 전달했다고 했는데 정작 주민들 다수는 분배받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그 성금을 재단으로 들여와서 환자들을 위해 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주민  : ?사랑의 리퀘스트? 2천만 원 나온 것 있잖아요. 그 돈을 자기 임의대로 써버렸고 자기 혼자 이리저리 다 써버렸잖아요. 보통의 경우와 달리 이씨의 미담이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언론에 주기적으로 보도된 점, 구산동 주민들의 여전한 소외감, 검찰이 밝힌 이씨의 성금횡령, 연속된 언론보도와 이씨의 횡령혐의가 묘하게 연결되는 대목입니다. ⊙ 주민  : 언론뿐만 아니라 법조, 공권력은 전부 다 우리같이 돈 없고 힘없는 사람한테는 아무 해당이 없다고 생각할 뿐이죠. 서글프지... 대한민국에 산다는 자체가 서글퍼진다니까... ⊙ 신강균 기자  : 언론에서 주기적으로 부각시켜주고 그래서 더 유명해지고 그리고 성금도 더 많이 걷히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사회 명사 그리고 거물급 인사가 됐다는 그런 얘기죠? ⊙ 노경진 기자  : 그렇습니다. 아마 생존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이씨처럼 모든 언론에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사람 그리 흔치 않을 겁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씨에 대한 언론의 찬사가 한창일 때 이미 결핵환자촌 주민들로부터 이씨의 비리가 있다하는 제보가 많이 언론사로 제보가 됐었다고 하는데 그런 의혹을 추적한 보도는 없었습니까? ⊙ 이상호 기자  :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그런 제보가 있긴 했습니다만 이씨의 주변 배경이 이미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에 구산동 결핵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언론에 반영되기에는 이미 역부족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해 4월 이씨의 비리의혹을 취재해 방송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씨 측이 방송금지가처분을 법원의 신청했고 법원은 이씨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결국 방송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법원은 방송사상 처음으로 취재 테잎 모두에 대한 압류명령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이유는 비리에 대한 취재진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단 한마디뿐이었습니다. ⊙ 2003년 5월 미디어비평  / 김종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  : 어떠 어떠한 대목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방송하지 말아야 된다고 했으면 저희가 반박을 하던지 재취재를 하던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처리를 하던지 할건데 간단하게 소명이 부족하다, 그리고 어떤 부분이 문제 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당시 이씨의 변호를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 2003년 5월 미디어비평 / 강지원 변호사  : 판결문을 쓰는 양식에 대해서는 판사님들의 취향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아주 상세하게 쓰시는 분도 있고 축약해서 쓰시는 분도 있고... 제가 보기에는 이유를 설시하는 방법에 관해서 논란 할 만한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강지원 변호사는 하지만 이씨의 이번 구속 기소와 관련해 이제 이씨 사건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에 이씨가 재판에 회부된 혐의와 당시 SBS 취재 내용도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SBS 취재팀은 강 변호사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합니다. ⊙ 김종일 /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  : 가처분 판결문에서 나왔던 내용들, 이러이러한 부분들이 근거가 없다고 했던 부분들이 이번에 경찰 조사에서 계좌 추적을 통해서 나왔죠. 이번에 검찰 발표한 거 보면 저희가 상당부분 의혹을 제시했던 부분들이 전부 사실로 밝혀진 거죠. 당시 저희 취재팀도 이 사건에 대해 취재를 벌였는데요. 그 결과 미디어비평을 통해 방송금지가처분이 사전검열로 악용돼 취재보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미디어비평 96회 (2003. 5. 16)  : 시사고발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적 목적도 우리 사회를 위한 중요한 가치임을 대한민국 법원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디어비평 역시 방송직전 이씨 측이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바람에 하마터면 방송이 파행될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씨의 비리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누구일까, 참여연대의 월간지 ?참여사회?의 장윤선 기자, 장 기자는 2002년 1월 결핵을 고칠 수 있다는 속설만을 믿고 구산동 결핵환자가 웅담 주사를 맞고 사망한 사건을 취재했는데 그때 이씨의 두 얼굴에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 장윤선 / 당시 ?참여사회? 기자  : 저는 서울에 결핵인 마을이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냥 겨울에 르포 기사를 써야겠다고 갔어요 가서 취재를 했는데 마을 주민들이 ?사실 우리가 앓고 있는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런 문제가 있다...? 장 기자는 그 후 신분을 속이고 1년을 넘게 구산동을 드나들며 이씨 측의 비리를 추적했다고 합니다. ⊙ 장윤선 / 당시 ?참여사회? 기자  : (이씨가) 처음에는 만나서 이야기하자 이렇게 하다가 나중에는 당신 집이 어디냐는 둥 결혼은 했냐는 둥 아이는 학교를 다니냐는 둥 이런 걸 물어본다는 거죠. 장 기자는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결핵환자촌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신강균 기자  : 제대로 된 한 명의 기자가 있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속지 않게 됐군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SBS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방송불가가처분 신청이 들어오기 이전에도 엄청난 사 내외적 압력이 직면했었다고 합니다. 각계의 로비가 정말 엄청났었다 라고 하던데요. 사회 상층부가 이렇게 똘똘 뭉쳐 가지고 그들의 세상이 구축이 되면 그들의 비리를 캐내고 고발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부분 사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상호 기자,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애프터 서비스 해야 할 곳은 바로 저 구산동의 결핵 환자들이 아닌가 싶은데, 생활에 많이 어렵다죠? ⊙ 이상호 기자  : 기자들이 이씨를 띄워주기 위해서 사용한 말 잔치 뒤에서 구산동의 결핵 환자들은 한마디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약도 제대로 들지 않는 중증 결핵 환자들이 사는 구산동, 구산동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구산동 결핵환자촌의 주민회장 김상길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검찰에 구속된 복지재단이사장 이씨의 비리의혹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입니다. 지난해 5월 본 취재팀이 구산동을 찾았을 당시에도 김 할아버지는 온갖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 2003년 5월 미디어비평 / 김상길 (결핵환자촌 주민회장)  : 방송을 냄으로서 알만한 사람은 알아야 된다 그거예요. 그걸 숨기게 되면 더 큰 짓을 한다고요. 이런 때 막아야지. 이씨는 이제 법의 심판을 받게 됐지만 김 할아버지에게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제 곧 구산동 판자촌이 헐릴 판이기 때문입니다. 개발 열풍이 이곳 산동네에도 어김없이 몰아닥친 것입니다. ⊙ 김상길 / 결핵환자촌 주민회장  : 여기다 아파트를 짓게 되면 도시개발공사에서 여섯 평 원룸으로 해서 보증금을 1천 2백만 원 내라, 그리고 한 달에 18만원 내라, 월세... 보증금 1천2백만 원에 월세 18만원, 6평 짜리 아파트도 이곳 결핵 환자들에게 그야말로 그림에 떡입니다. 김 할아버지에 이끌려 산꼭대기로 올라가 봤습니다. - 회장님, 이게 뭐예요? ⊙ 김상길 / 결핵환자촌 주민회장  : 공중화장실, - 집에 화장실이 없나봐요? 없어요. 여긴... 공동으로... 이곳 결핵환자촌엔 87세대, 120명의 환자들이 살고 있는데요. 대부분 한 두 평 짜리 움막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처지였습니다. ⊙ 임업진 / 결핵환자촌 주민  : 몸이 아파도 이렇게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지만 결핵 때문에 숨이 가빠 일도 못하고 나라가 주는 최저생계비 32만원은 제대로 된 약을 사는데는 턱도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결핵환자인 송지호, 김춘애씨 부부 취재팀이 이들을 찾았을 때 김춘애씨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물에 불려놓은 검은 콩 몇 알이 이들의 저녁거리였습니다. - 결핵은 잘 드셔야 되지 않아요? ⊙ 김춘애 / 결핵환자촌 주민  : 그래야 하는데 자꾸 그런 말씀하시면 제가 대답하기가 궁색해 지는데요. - 이건 뭐예요? 라면 끓이려고 했던 건데요. 안 먹었어요. 점심. 이 부부에게 지급되는 정보 보조금은 52만원, 한 사람 당 32만원, 두 사람이면 64만원이어야 하지만 부부의 경우는 줄여서 지급됩니다. 24시간 숨이 가쁘지만 한 통에 만원 하는 산소도 충분히 마시지 못하고 두 사람이 나눠서 흡입해야 합니다. - 52여만원 가지고 산소도 사시고 밥도 사시고... - 이 달부터 약도 사야 돼요. 지금 약 값이 한 가지가 보험이 안 된다 그래서 그게 22만 5천 6백원, - 한달 살림살이의 절반... 큰일났어요. 이제 산소만 가지고 살아야죠. 약하고... 소망이라면 이대로 살다가 둘이 함께 눈을 감는 것, 이들은 벌써 시신을 기증해두었다고 합니다. - 마음 아픈 이야기를 하시면서 웃으시네요? - 이 사람이나 나나 잘 웃어요. 속상하고 마음 아픈데 웃지도 않으면 눈물나잖아요. 그러니까 안 울려고 웃어요. 결핵촌 사람들을 돕는다며 성자를 자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불러준 대로 성자를 만들어낸 언론, 그들이 구산동에서 사라진 지금 결핵 환자들은 비로소 참다운 안식을 맞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신강균 기자  : 구속된 이씨한테서 양복 티켓을 받았다고 하는 사회 저명인사들, 저곳에는 한번이나 가봤는지 모르겠습니다. ⊙ 서수남 / 시청자 대사  : 저런 사건이 터지면 생기는 현상이 성금이 줄어들어요. 그러니까 저분들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저분들을 도와야 될 손길이 절실하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도와야 됩니까?   ⊙ 이상호 기자  : 은평구청이 결연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구산동 결핵환자들을 돕고 싶으신 분은요, 은평구청 사회복지과나 구산동사무사로 연락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모든 언론이 자신들의 뉴스를 애프터 서비스할 때까지 저희 뉴스 A/S는 계속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