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114회, 2003년 10월 10일 방송분]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 KBS색깔 씌우기의 실체 ⊙ 신강균 기자  : 송두율 교수에 관한 논란의 불똥이 KBS로 옮겨 붙었습니다. 오늘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이 주도하고 있는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색깔 씌우기, 그 움직임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이상호 기자, 지난 주말에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었죠? ⊙ 이상호 기자  : 네. ⊙ 신강균 기자  :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KBS의 정연주 사장이 과거에 간첩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 라는 질의를 했는데 무슨 근거가 있었으니까 이런 의혹을 제기했겠죠? ⊙ 이상호 기자  : 저희도 뭐 그렇지 않을까 해서 취재를 벌였지만 확인 결과 근거는 전혀 근거는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근거 없는 부풀리기와 거짓말로 가득 찬 한 판의 마녀사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총선거를 앞둔 전국구 의원이 면책특권을 무기로 벌인 한탕주의식 해프닝을 동아와 조선이 1면부터 도배를 하다시피 해서 촉발된 사건이었는데 정연주 사장의 간첩 연루설에 제기된 지난 2일 국감현장으로 가보시겠습니다. 이원창 의원은 지난 93년 공안사건으로 복역 중인 수감자가 밖으로 빼돌리려 했던 쪽지를 보도했던 조선일보를 꺼내 듭니다. ⊙ 이원창 / 한나라당 의원  : 비밀지령문이 여기에 나와 습니다. 지령문에는 ?안기부가 현재 간첩혐의를 두고 추적중이니 행동에 조심하라?는 정보와 함께 황인욱과 함께 간첩활동을 한 사람들이 거론돼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우리 정연주 사장이라는 것입니다. ⊙ 정연주 / KBS사장  : 이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매우 엄중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도 하나하나 따지고 싶어서 그래요. 명확하게 알고 싶어서... 그 문건에 그 깨알처럼 쓴 문건에 제가 간첩혐의자라고 돼 있습니까? ⊙ 이원창 / 한나라당 의원  : 아니, 이 사람들에게 전해라 하는 내용입니다. ⊙ 정연주 / KBS사장  : 제가 간첩 혐의자라고 수사중이니까 전하라 그런 내용입니까? 아니면 이원창 의원께서 추론을 하시는 겁니까? ⊙ 이원창 / 한나라당 의원  : 93년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황인욱이 같은 노선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 추정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 정연주 / KBS사장  : 어떤 근거에서 추정이 가능합니까? ⊙ 이원창 / 한나라당 의원  : 들어보세요. 제가 설명을 해드릴 테니까... 추정의 근거를 대라는 정 사장의 요구에 이원창 의원은 제대로 근거를 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동아와 조선은 정 사장의 간첩 연루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합니다. 이원창 의원이 국감 직전 언론에 흘린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썼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자료는 정연주 사장이 마치 간첩활동을 한 것인양 적고 있습니다. 정작 이원창 의원은 국감현장에서는 꼬리를 내렸는데도 다음 날 신문은 보도자료를 근거로 의혹 부풀리기에 바빴습니다.   ⊙ 이원창 / 한나라당 의원  : 질의서는 내가 여러 가지로 만들 때 그런 혐의 또 이렇게 질문해야 할 것이냐 또는 좀 완화시켜야 할 것이냐 또는 어떤 파장이 날 것이냐 많이 고려해서 갖고 준비를 하는 그런 준비물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국감장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내 의사고 또 거기에 대해서 답변하는 것도 그렇죠. 이 의원조차도 자신이 낸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93년 공안사건으로 8년을 복역하고 나온 황인욱씨, 황씨는 동아일보 해직기자의 미망인인 양어머니의 소개로 역시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의 정연주 사장을 단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 황인욱 / 중부지역당 사건 연루자  : 우리 사건으로 인해서 사건의 당사자들이 체포되고 실정법 위반의 형을 사는 것은 좋은데 그거랑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이 우리 일을 빌미로 해 가지고 옛날에 동백림 사건처럼 체포되고 구금되고 고문당하고 혐의를 쓸까봐 그게 저는 싫었던 거죠. 이원창 의원의 의혹 부풀리기를 보며 황씨는 토끼몰이식 간첩수사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 만일에 제가 당시에 이원창 의원과 일면식이라도 있었다면 저는 그 쪽지에 ?이원창?이란 이름 썼을지도 모릅니다만 내가 만약에 예전에 그렇게 했었다면 이원창 의원이 쪽지 이름 나오고 누군가가 이원창이 황인욱하고 혐의가 있다, 이렇게 해버리면 본인은 어떻겠습니까? ⊙ 신강균 기자  : 이원창 의원 스스로도 자신이 낸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라는 점을 인정하고 또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고 그런 상황인데도 언론이 베껴서 부풀린 그런 사정이군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렇다면 이원창 의원은 정연주 사장의 이름이 적혔다 라고 한 그 쪽지를 봤겠죠? 보고 나서 이런 질의를 하겠죠? ⊙ 이상호 기자  : 아니었습니다. 저희도 그게 궁금해서 확인을 했는데 그런 쪽지는 아예 본 적이 없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이 의원과의 인터뷰를 저희가 벌여봤는데 의외의 내용들을 제가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정연주 간첩 연루 파문은 다름 아닌 KBS 내부의 제보에 따른 것이며 이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속이며 허위의 사실에 근거해서 질의를 벌였다는 것입니다. - 정 사장 분명히 억울할 수가 있어요. 이 자리에서 억울함을 밝혀 달라 이겁니다.   - 억울하죠. - 들어보세요. 들어보시라고. 이 사실을 제가 어떻게 확인했느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공안부 출신 변호사, 또는 현직 검사들에게 제가 육성으로 직접 들었고 또는 이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모 언론사, 당시 사회부 기자고... - 어느 신문사입니까? - 그 신문사를 지금 밝혀낼까요? - 여기 특파원이라고 이름이 나와 있는데 어느 신문사 특파원입니까? - 그것은 다음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의원에게 쪽지 내용을 확인해줬다는 기자는 과연 누구일까, ⊙ 이원창 / 한나라당 의원  : 검사 방에서 그래서 이제 그걸 확인을 하고 그 기자는 틀림없이 내가 문건을 봤다, 내 실명을 밝혀도 괜찮다 할 정도로 자신 있게 얘기를 했고, 그래서... 하지만 이원창 의원이 지목한 조선일보 기자는 이 의원에게 쪽지 속의 인물들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준 적이 없다며 펄쩍됩니다. ⊙ 당시 조선일보 기자 작성자  : 문광위 하루 전날 밤에 밤늦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10시 넘어서, 그것도 핸드폰으로 실제 통화한 시간은 1~2분 채 안 됩니다. 10년 전 기사 사건 기사 기자 오래했는데, 기억이, 기억 날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확인해준 바 없습니다. 내가, 확인해준 바 없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 통해서 강하게 어필했습니다. 이원창 의원은 한술 더 떠 당시 조선일보 기자가 주요 공안사건의 자료인 문제의 쪽지를 검사 몰래 도둑촬영까지 했다며 그럴듯하게 둘러댑니다. - 당시 검사실에 있다가 조선일보 기자가 그 서류를 직접 확인했나요? - 그렇지. 직접 확인을 한 거야. 보고. 사진기자 불러서 사진까지 찍고. - 검사실에서요? - 그럼 검사실에서 - 피의 사실인데, 검사가 공개할 수 있었을까요? - 아니 그래서 검사는 못 봤을 거야. 보고되어 막 도착한 서류를 기자들이 항상 그러니까 법률적으로 따지기보다도 기자는 그렇지 않나요? 93년 공안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피의사실 공개에 따른 부담 때문인지 이원창 의원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습니다. - 이원창 의원 질의 내용이 정 의원님이 (당시) 수사 책임자였으니 자료에 도움을 주셨습니까? ⊙ 정현근 한나라당 의원  : 전혀, 나하고 상의도 안 했어요. - 그래요? 음. - 그럼 독자적으로? 음, 확인하셨을 건데... - 그 당시 그런 자료는 사실 보안자료가 아니었나요? 됐어요. 그만 합시다. - 보안자료가... 그만해. 이에 대해 조선일보 기자는 이원창 의원이 KBS 내 정연주 사장의 반대파로부터 자료를 입수한 뒤 자신에게 모든 걸 덮어씌우고 있다고 기막혀 합니다. ⊙ 당시 조선일보 기사 작성자  : 자기가 미리 취재했다 이거를 KBS 내의 반대파로부터 이런 걸 취재했고 검찰로부터 확인을 했는데, 뭐 다른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한테 뒤집어씌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반응이 있으면 바로 대응하라고 했놨다. 이원창 의원을 위시한 한나라당과 동아, 조선의 색깔공세가 본격화되자 KBS는 조선과 동아의 취재는 물론 구도까지 거부하는 한편 더 이상의 색깔 덧씌우기에 전사적으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 김영삼 / KBS 노조위원장  : 아니면 말고 식으로 터뜨리는 보수언론의 그런 작태에 대해서 한계에 다달았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참여연대의 환경운동연합 등 1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도 KBS 색깔 씌우기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 김기식 / 참여연대 사무처장  :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걸 단순히 KBS의 문제가 아니라 탈냉전 시대를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기초해서 이번만큼은 이런 일부 수구세력들의 전형적이고 반복적인 색깔 공세가 더 이상 먹힐 수 없다라고 하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계기로 오히려 우리가 삼아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보니까 KBS 정연주 사장에 관한 기사들은 이원창 의원이 근거를 못 댔고, 취재기자가 부인하고 이런 와중에 사실이 확인되기가 상당히 어려운, 그리고 사실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그런 상황이군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기사가 크게 보도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 단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는데 언론상황이 좀 기막히군요? ⊙ 이상호 기자  : 그렇습니다.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의 KBS 색깔 덧씌우기 경쟁은 사실 도를 지나친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난 99년과 2000년이죠. 동아일보는 ?하나된 미래 관용으로 열자?는 송두율 교수의 기고문을 싣기도 했었는데요. 그런가 하면 송 교수가 주도했던 남북해외학자통일회의를 직접 후원하는 등 누구보다도 송 교수 돕기에 앞장섰던 매체입니다. 기억상실 때문인지 아니면 정치변동을 고려한 자사이기주의 때문인지 갈 지자 걸음을 걷고 있는 동아와 조선의 책임 있는 성찰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