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노예계약' 후속 고발/문화
작성자 admin 작성일 2002/12/09 03:02:01
조회 9841

[2001년 7월, 시사매거진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2580은 지난 달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계약의 실상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보도 내용 중 국내 인기그룹인 H.O.T 등의 사례도 포함돼 있어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방송 이후 연예제작자협회와 소속 가수들은 2580이 자신들을 '노예'라고 폄하했다며 사상 초유의 집단 출연 거부에 들어갔습니다. 연예인 권익을 보호하자는 보도내용에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연예인 전속계약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불공정 계약관행의 실체를 들여다봤습니다.
영상취재 김상진 / 영상편집 방완규 / AD 이재연

- MBC는 거부해요. 우리는... 우리가 취재를 거부한다고.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플랜카드 아래 100여 명의 스타급 가수가 모여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MBC의 방송출연을 거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 김건모 / 가수  :
저희가 수험생인데 밥을 먹고 공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부모님께서 너 공부해라 하는 말을 들으면 공부할 마음이 안 납니다. 저는 글쎄 비유가 적절했나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려는 저희 가수들을 더 북돋아 주지 못할 망정 노예란 말로 몰아세운 그 점이 저희를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회견장에 나온 한 연예인은 전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 참석 연예인  :
이유도 모르고 모였다. 부끄럽다. 정말 노예라는 걸 증명해준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또 다른 연예인은 상당수가 2580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고, 대부분 회견장에 나와서야 2580 기사원고를 돌려봤다고 귀띔했습니다.

⊙ 6월 17일 / 방송내용  :
연예인들 사이에서 노예문서라고 불리는 전속계약의 허구성을 파헤쳤습니다.

당시 방송은 인기그룹 H.O.T의 해체배경에 궁금증을 던졌습니다.

⊙ 토니 안  :
1월 29일 날 그 날 SM 대표자분께서 저희에게 오셔서 "H.O.T는 오늘 이후로 해체를 할 것이니 각자의 길을 가도록 합시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충격도 많이 받았고 마음이 떠날 수밖에 없었죠.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이 결렬된 이유는 그동안 맺었던 계약내용에 따른 불만 때문임을 확인했습니다.

- (SM측과의) 계약 조건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 이재원  :
대부분의 멤버들이 (앨범 한 장 당) 20원인 걸로 알고 있고요. 사실이고...

⊙ 장우혁  :
동등한 위치에서 같이 도움도 주고 힘들 땐 위로도 주고 그런 관계 있잖아요. 10년, 20년, 30년 가서 같이 그렇게 소속사도 커가고 가수도 같이 끝까지 같이 가주는 그런 형태가 제일 좋죠.

어린 학생들로 이루어진 한스밴드는 전속계약에 따른 강행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음을 토로했습니다.

⊙  김한나 / 한스밴드  :
방송 쫓아다니고 행사 쫓아다니고 그러느라고 쉴 시간도 없구요. 계속 피곤한 게 쌓이니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래서 좀 그런 게 힘들었구요.

⊙ 김한별 / 한스밴드  :
상품 보듯이 그렇게 하지 않구요. 저희와 함께 상의하고 의견 같은 거 물어보면서 같이 상의하면서 하나가 돼서 같이 모든 걸 다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문제의 이른바 '노예발언'은 정작 당사자인 현직 매니저와 가수가 전속계약의 심각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 현직 매니저 :
아역 탤런트하고 십 년 계약을 한다거나 그 계약서를 가지고 노비문서 형식으로 이런 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니까 계약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죠.  

⊙ 이은미 / 가수  :
아마 노비문서라는 말이 거의 그러한 얘기랑 흡사할 거예요. 가수는 권리가 없어요. 그래서 그 음반의 판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요즘에 많이 나오죠. 그런 음반들... 편집음반들 많이 나오잖아요. 아무 데나 갖다가 그 가수의 이름을 넣어서 그 가수의 곡을 집어넣어도 법적인 제재를 할 수가 없어요.

결국 연예제작자협회와 일부 가수들이 자신들을 폄하했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노예발언'이란 이들의 말을 곡해한 것일 뿐입니다.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이 존재하고 있음은 기자회견장에 나온 한 가수도 시인한 사실입니다.

⊙ 박진영 / 가수  :
저희도 여기에 앉아서 '대한민국에 그런 계약이 절대 없습니다'라고 말할 생각은 없고요. 분명히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를 전체로 이야기한 그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 보도는 일부를 전체로 부풀리지도 않았습니다. 2580은 대다수 매니저의 명예훼손을 우려해 불공정한 계약이 일부에 국한된 일이고 전속계약의 피해자가 오히려 기획사측이라는 연제협 측의 반론을 대폭 수용했습니다.

⊙ 6월 17일 / 방송내용  :
일부 스타급 연예인의 경우 소속 기획사를 옮겨가며 몸값 올리기에 여념이 없고 스타가 요구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대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은 연예산업의 특성도 전속계약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란 지적입니다.

⊙ 박계은 / 뮤직 빅토리 실장  :
의상 제작비하고 액세서리, 그 다음에 댄서들 페이를 저희가 지급해야 되고 댄서들이 입는 의상도 저희가 제작을 하고 코디네이터 월급이며 기름 값, 식대... 그건 기본이죠.
- 결국 한 3∼40백 들겠네요.
평균 그 정도 드는 것 같아요.

⊙ 엄용섭 /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회장  :
260개 제작자들 중에서 그런 대로 유지해 나가는 게 50개 정도가 유지해 나가고 나머지는 다 지금 어려운 상태입니다.

2580은 우리 연예계에 존재하는 불공정계약의 대안으로 일본의 월급제를 소개했습니다.

⊙ 키이치 / 블리즈 멤버  :
우리는 음악을 열심히 할 테니까 나머지는 (기획사에) 부탁한다. 사사로운 것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인가수에서 국민가수에 이르기까지 매년 연봉협상을 거쳐 월급제를 시행할 수 있는 데는 무엇 보다 기획사가 수익과 비용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 이건 고속도로비, 통행료, 택시비, 고속도로 통행료...

이렇듯 2580의 방송내용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불평등한 전속계약을 개선하고 연예산업을 보다 건전하게 발전시켜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연예제작자협회 측은 일부의 불공정계약을 왜곡 과장해 방송했다지만 사실 불공정계약의 폐해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에 해체된 인기그룹 젝스키스도 불공정한 계약의 피해자였습니다.

⊙ 젝스키스 팬  :
오빠들이 한 기획사의 소속물, 물품같이 사용되어 진 것 같아 팬들 입장에서 기분이 안 좋고요.  

문제의 기획사는 아예 계약서조차 작성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젝스키스 멤버 부모  :
계약서 안 썼다. 서로 믿고 가는 걸로 했다.

그러다 보니 수익배분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젝스키스 멤버 부모  :
콘서트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 99년 11월 이후 (9개월 간) 93만 원 받았고, 그 후로 한 푼도 못 받았다.

반품을 핑계로 음반매출을 줄이는 수법으로 탈세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 반품율은 어때요?
⊙ 도매상  :
반품율은 젝키 같은 경우에 거의 없어요. 젝키 뿐만 아니라 대박 터질 것 같은 것은 미리 입금해야 수량이 들어온다.

⊙ 국세청 관계자  :
실제 협회나 공식적인 숫자와 실제 세무신고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일단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반품율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문제의 기획사는 집중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추징액이 수억 원 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즘 불티나게 팔린다는 컨필레이션 음반, 즉 편집음반입니다. 몇 개의 음반 속에 수십 곡의 히트곡들이 수록돼 있습니다. 문제는 가수들이 편집음반에 대해서는 그나마 적은 인세조차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 이은미 / 가수  :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자의 힘이니까요. 막강한 파워니까... 그걸 어쩔 수는 없겠지요. 그들에게 의식을 가져라 라고 얘기할 순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최근엔 가수 이승철씨와 박상민씨도 자신들의 가창권을 침해받았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 김성환 / 가수 이승철 매니저  :
현재 컨필레이션 앨범이 가격도 싸면서 히트곡들이 많이 들어 있어 사람들이 자꾸 사는 추세니까 싱글들은 점점 더 불리한데 우리가 음반을 내서 홍보하는 사이에 또 예전 음반회사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노래를 열 몇 곡 베스트 곡을 내 버리면 자꾸 이승철은 무슨 앨범을 볶아서 내냐는 생각을 해서 저희들의 이미지가 안 좋을 수 있죠.

연예제작자협의도 지난 4월 말, 편집앨범을 내면 협회 회원자격을 빼앗겠다고 까지 선언한 상태지만 편집앨범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연예제작자협회가 이러한 불합리한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 회원들에게 권하고 있는 바로 그 표준계약서입니다. 그렇다면 이 계약서는 얼마나 공정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 계약서 역시 불공정 약관의 성격이 매우 짙다고 말합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
(표준계약서) 12조 같은 경우는 계약의 효력조건이라고 해서 협회장의 승인을 얻도록 효력을 명시해놨다. 프로야구에서도 이런 비슷한 예가 있거든요. 제가 그걸 무효화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밖에) 문제 조항이 상당히 소지가 많은 것 같아요.

표준계약서는 우선 연예인의 연예활동과 관련해 아주 포괄적으로 그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일정에도 가수나 연기자들이 기획사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이동연 / 대중음악 개혁연대 운영위원회  :  
인기 있는 댄스그룹 같은 경우는 음반 나오고 나서 거의 한달 동안 파죽음이 되도록 뺑뺑이가 돌려집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러니까 그런 식의 어떤 매니저가 스케줄 자체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독점해 버리는, 가수하고 무관하게. 이런 식의 방식, 그 다음에 부당 계약하고 못지 않게 굉장히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연예인의 초상권은 물론 주민등록등본이나 이름 등을 기획사가 무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해진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 김칠준 / 변호사  :
사진이나 초상권 같은 경우는 상품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연예인의 인격권의 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간이나 지역, 그밖에 아무런 제한 없이 독점한다라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연예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죠.

지난해 발생했던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사태 역시 구단과 선수간에 불공정한 계약이 발단이 됐습니다.

⊙ 송진우 / 초대 선수협회장·지난해 2월 '100분 토론'  :
저희 선수들이 좀 불합리적인 그런 처사에 조금 이러면 안되겠다, 우리도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되겠다 하는 생각이 있었고요. 계약서나 정관, 규약자체가 저희를 너무 억누르고 있습니다.

⊙ 강병규 / 초대 선수협 대변인·지난해 2월 '100분 토론'  :
이 뜻에 동참하는 선수들 대다수가 억대 연봉이 넘습니다. 하지만 왜 이의를 하고 있느냐. 지금 2군 선수 연봉은 600만 원을 줘도... 그걸 왜 600만 원 밖에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할 법적인 제도장치가 없습니다.

당시 선수협엔 이 같이 어려운 여건의 후배들을 위해 힘겨운 싸움에 나선 고액 연봉 선수들이 있었기에 국민적 지지를 끌어낼 수가 있었습니다.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도 스타든 시민이든 연예인들이 뭉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가수의 가창권 찾기 운동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 최용묵 / www.pak.or.kr·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차장 :
출연자들 본인이 그러한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었다 라는 사실도 잘 몰랐고 사실 자기 권리가 있어도 자기가 주장을 하지 않으면은 사실 권리 찾기는 힘든 그런... 모든 여건이 다 마찬가지지만 그렇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한탕주의를 노리는 왜곡된 스타 시스템과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이 상존하는 한 대중문화의 건전한 발전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서 연예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참다운 스타가 배출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연예산업의 토대가 개선되지 않는 한 1차 적 피해는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들과 그들의 팬들이 있지만 최종적 피해는 결국 시청자인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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