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14일,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우리 사회에서 시민운동은 사명감 하나로 버텨야 할 만큼 춥고 배고픈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작년 한해 사이에 새로 생겨난 시민단체만 천 개가 넘습니다. 대표적인 단체 몇 군데를 제외하면 대개 상근자 한 두 명에 회원수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일부 단체에서는 돈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애써 쌓아올린 시민운동 신뢰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돈, 그 민감한 문제를 들춰봤습니다. 영상취재 김용현 / 영상편집 함상호 / AD 김은영 시민운동가인 김 모씨는 작년 말 내부고발을 전문으로 받는 한 시민단체를 찾았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단체에서 돈이 새고 있다는 것을 제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제보자 / 前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직원  : 본부장이 돈을 자꾸 만들어 오라고 그런다. 함부로 쓸 돈이 아닌데... (담당자가) 그런 고민을 자꾸 하시더라구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 그렇지만 그런 고민을 하고 신문지에 돈이 싸여 들어간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김씨는 그때부터 영수증 등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시작했고, 그럴 수록 의혹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 제보자 / 前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직원  : 후원금들이 거진 다 홍보유인물들 장기기증운동 홍보사업에 사용된다, 엽서 제작이라고 되어있죠? 5만 부라고 되어있지 않습니까? 실제로는 5천 매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행사포스터. - 포스터는 만 부.   만 부인데 천 부를 만들었다.   영수증을 끊어준 거래업소를 통해서도 이런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납품업체 대표  : 거기서 원하는 대로 끊어드렸어요. 저희야 뭐 거래하기 위해선 거기서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죠.   이 같은 제보는 그 뒤 검찰로 접수됐고 검찰은 해당 시민단체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본부장을 1억 8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 횡령한 바는 없다는 게 분명합니까?   ⊙ 박진탁 /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본부장  : 그럼요.   - 그 돈은 어떤 성격의 돈이죠? 어디로 흘러갔다고 지금 보고 계십니까? 그거는 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장난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죠. - 전혀 횡령한 바는 없으시고요?   일부가 없어진 건 사실인데 제가 사용한 건 분명히 아니다.   운동본부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박 본부장의 혐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 환자 / 무료 신장투석 혜택  : 나쁜 면보다 좋은 점이 많기 때문에 그런 면으로 우리가 생각이 되는 거지, 과연 그런 경우가 있었을까 하는 그런... 사실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저희들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양반인데 그렇게 할 수가 있었을까... 하지만 돈 문제를 둘러싼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前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지부장  : 97년까지는 예산이 별로 없었습니다. 매달 직원들 급여주기 급급했는데 97년 12월 30일날 담배인삼공사로부터 6억 5천만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돈이 몇 억이 생겼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그때부터 이 양반이 이상해지더라구요. 이 돈이라는 게... ⊙ 조정진 / 前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국장  : 시민단체에서 도덕성이 제일 큰 정말 신뢰고, 또 도덕성으로 인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후원이 이루어지는 상황인데 이런 것들이 명예가 회복되어야지 되는 거고, 사태가 올바로 정말 진실이 밝혀져야 되는 게 아닌가 라는 그런 생각을... 호화사치와 외제선호의식 타파를 기치로 지난 96년 발족한 과소비추방 범국민운동본부입니다. 이 단체는 발족 이듬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돈을 나눠줬다가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 박찬성 / 과소비 추방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 노인네들 뭐랄까, 설렁탕 사 먹으라고 5천 원씩 드린 건데, 그게 우리 의도하고 같지 않게 그게 방영이 됐죠. - 5천 원씩이라도 주고 동원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자생력이 아직은 약한 시민단체가 많단 얘기죠.   그렇죠. 대부분 다 그래요.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항의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는 최근 무료결혼식 사업도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료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 음식은 꼭 들어가야 돼요? ⊙ 과추본 혼례운동본부 간부  : 네, 출장 뷔페에서 나오는 건데요. 17,000원이구요. 음식이 들어가 줘야지 무료 결혼식이 될 수 있고, 만약에 음식이 안 들어가고 그냥 교회에서 하신다 그러면 저희가 70만 원 정도가 들어가거든요. 예식비용이. 그만큼 내셔야 되고... ⊙ 박찬성 / 과소비추방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 그 팀이 뭐냐 하면은 드레스, 사진, 이런 촬영을 자기가 하니까,  자기가 그 업이에요. - 업자예요?   업자예요. 경실련도 잘 알아. 경실련도 잘 알고 그러니까 그 업을 하는데... 그래서 우리는 부담이 안 되니까 업이 참 좋은 거다, 우리도 그런 저기가 있으니까... 지난 5월, 한국전자파연구 시민협의회라는 시민단체가 발족했습니다. 새로운 영역의 시민단체라는 점에서 이날 행사는 언론에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 현동훈 / 변호사, 한국전자파연구 시민협의회 공동대표  : 저희는 우선 어떤 전자파가 유해하다,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리려고 생긴 모임이 아닙니다. 수소문 끝에 취재팀은 이 단체의 대표가 운영하는 성남의 한 공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공장은 유해전자파차단 특허를 의료기 제작업체였습니다. - 왜 시민이라는 말을 사용했어요? ⊙ 손상호 / 한국전자파 연구 시민협의회 공동대표  : 시민의 알 권리, 아주 좋은 제품들로 시민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업이, 그런 제품들이 됐으면 하는 그런 바램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단체는 아직 사무실을 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단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 이걸 막 신문에다가 광고를 내 가지고 우리는 현재 한국전자파연구 시민협의회에 가입돼 있고 국민들을 위해서 전자파를 감소시키는 연구활동을 어떻게 하고, 이런 식으로 광고를 내려고 전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래서 아차, 이게 아니구나. 이렇게 제가 판단을 하고 거기에 대한 규정이라든가... 현재 정부에 등록된 시민단체 수는 3천2백여 개입니다. 등록되지 않은 단체까지 합치면 만 개를 족히 넘습니다. 그 속에서 일하는 수많은 운동가들은 오늘도 자신들이 꿈꾸는 사회를 위해 현실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돈의 유혹입니다.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올 초에 공기업 후원금을 요청한 사실이 문제가 된 뒤에는 여건이 더욱 악화된 상태입니다. ⊙ 뉴스데스크 / 2001년 1월 4일  : 공기업 개혁운동이 벌이고 있는 경실련이 공기업들에게 돈을 요구한다면 과연 그 개혁운동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인지 시민들은 묻습니다. 민주화와 제도개혁을 위해 10년 넘게 쌓아온 경실련이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일순 싸늘해졌습니다. ⊙ 이석연 / 경실련 사무총장  : 당시 경실련의 그런 어떤 파동은 그런 투명한 후원금 수수관행이  우리 사회에서 이상한... 아직도 정착이 안된 데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저는 분명히 봅니다.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떳떳했고, 지금도 분명히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는 투명한 후원금 수수관행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의약분업 홍보비로 경실련이 10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은 3개월 뒤 의사 신 모씨가 홧김에 지어낸 말로 드러났지만 경실련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 매달 20일, 우리 상근자들의 봉급날입니다만 이날이 넘어가 가지고 봉급이 제 때 안 나갈 때에는 정말로 잠이 안 올 정도로, 잠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민도 하고 어떻게 하면 그 얼마 안 되는 상근자들에 대한 보수들이라도 줘야하는데 이런 걸로 정말로 밤을 세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12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경실련이 다시 깨달은 것은 바로 시민의 중요성이었습니다. ⊙ 김용환 / 경실련 기획실장  : 후원회 밤, 특히 모금활동 같은 걸 보면은 그림 판매전, 그 다음에 음악회, 여러 가지 방법들을 다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거는 결국 회원들이 내는 회비, 이거 이상 방법이 없다.   여는 카페와 다름없는 이곳은 환경연합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투자한 공익업소입니다. 수익금은 매달 200여 만 원 선에 불과하지만 단체운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이은희 / 환경연합 간사, 카페 '느티나무' 매니저  : 오시는 분들한테 잘해 드리고 좀 더 서비스 좋게 해서 많이 올렸으면 좋겠죠. 진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큼... 그렇다고 탓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게 제일 크거든요. 세 달에 한번 내는 부가가치세가 요 주위 다른 곳들에 비해서 다섯 배인가를 낸대요.     재정난을 겪고 있는 참여연대는 이밖에도 보험모집이나 캐릭터 사업 등 몇 가지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참여연대가 강화 것이 바로 바로 투명화 장치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신들이 낸 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또 상근 간사들의 월 급여는 얼마인지 등 각종 살림살이가 모두 공개돼 있습니다.   ⊙ 정성원 / 참여연대 사무국장  : 회원은 단순히 회비를 내는 분들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고 참여연대와 더불어서 같이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희들로선 굉장히 소중한 것이고, 그리고 이 숫자라는 것들도 저희들로서는 굉장히 뜻깊은 숫자인 거죠.     지난 95년부터 200건에 달하는 시민단체 사업을 지원한 시민운동 지원기금은 기금운영의 투명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 이중근 / 시민운동지원기금 이사장  : 구성이 이사회가 있고 운영위원회가 있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 돈을 모으고 이사들이 소위 덕망 있는 그분들이 모여서 선발해 가지고... 선발은 별도로 합니다. 그래서 돈 모은 자가 직접 선택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직접 시민들에게 기부를 호소하는 운동은 시민단체 재정난의 해결대안으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 정인권 / '아름다운 재단' 기부 약정자  : 이번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하느님이 나한테 주어주신 내 재능의 최소한의 1%를 항상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오늘도 거리거리를 누비는 시민단체와 그 운동가들, 그들의 어깨가 유달리 무거워 보이는 것은 시민단체가 처한 궁핍함 때문이기보다는 뒷짐진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입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새롭게 생겨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때로 가벼운 현기증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민단체는 시민사회의 천병입니다. 옥석을 가려서 올바른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참여정신이야말로 시민사회를 앞당기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