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4일, 2580 보도] ⊙ 이상호 기자  : 당정쇄신 요구로 시작돼서 최고위원 사퇴와 그에 따른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마치 역사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민주당내 갈등이 연일 고조되고 있습니다. 모두 재보선 참패 탓입니다. 너나 없이 민심회복을 말하고는 있지만 그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들입니다. 정작 재보선의 주역인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10.25 재보선 최대 격전지였던 구로을 주민들의 표심을 들어봤습니다. 영상취재 정창남 / 영상편집 오수해 / AD 공아영 - 민주당, 재보선 참패. - 개혁파, 당정쇄신 요구. - 권력투쟁가속화. - 최고위원 전원 사퇴.   - 이인제, 음모론 제기. 3대0, 민주당 완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총선에서 겨우 3표 차로 눈물을 삼키고 재도전에 나섰던 민주당 허인회 후보는 한나라당의 의혹 부풀리기 전략에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합니다. ⊙ 허인회 / 민주당 후보  :   선거 수일전서부터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의혹 부풀리기가 민심을 강하게 움직였습니다. 이런 신문이 지역에 무가지로 대대적으로 배포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겼어야 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야당의 실체 없는 의혹제기에 표를 뺐겼다는  푸념이 공공연히 흘러나오 있습니다. ⊙ 민주당 관계자  : 민심이반이 하루 이틀 일인가, 그것이. - 민의를 그대로 수용하시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세요? 결과로서? 그것이 꼭 민의라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보는 선거결과로는... 실제로 선거가 끝나자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을 통해 연일 계속되던 의혹제기가 슬그머니 중단됐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 이제 열흘, 민주당 내분의 진앙지라고 할 수 있는 구로을 유권자들이 내린 진단은 무엇일까. 구로을 선거구는 가리봉동과 신도림, 구로동을 합쳐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지역개발에서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이 서울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큽니다. -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이 특수하다고 생각을 하세요? ⊙ 구로을 유권자  : 좀 그런 편이지요. - 어떤 점에서요? 지역세도 좀 심하고, 특히 지역서민들이 살다보니까 지역의 갈등, 또 특히,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그러니까 조금은 지역적으로 사람능력보다 당을 보고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15대 당시 한나라당 이신행 의원이 그랬고 정권교체 뒤 민주당 한광옥, 장영신씨가 그렇게 민의의 대변자로 뽑혔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그들은 하나 같이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하고 주민 곁을 서둘러 떠났습니다. 월 10만 원짜리 월세방, 이른바 벌집 촌으로 유명한 가리봉동. 선거 때마다 이곳에서 몰표를 받곤 했던 민주당은 이번에 상당히 고전했습니다. ⊙ 구로을 유권자  : 여기는 뭐 옛날부터 무조건 (민주당) 몰표 나왔던 덴데, 우리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예요. - 선생님도 보고 놀라실 정도였어요? 그럼요. ⊙ 구로을 유권자  : 아주 이 동네 소문났어요. - 뭐라고요? 민주당 국회의원 만드는 공장이라고. 구로을. - 주민들끼리 그런 말씀들 하세요? 예, 아주 소문났어요. 이번에 또 그러면 이 동네 사람들 XX이야, 또, 또 만약에 됐으면. 그전에는 여기가요. 광주 못지 않은 동네예요. 솔직한 말로. 근데 이번에는 그 사람들도 배신을 한 거예요. 이번에는. - 그 정도로 정서가 안 좋습니까? - 예, 이번에는 여기 투표율이 아주 저조했잖아요. 집권당이 민심을 잃었다는 건데 그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 구로을 유권자  : 요즘 미국 테러사건 나고부터요. 엄청 안 좋아요. 딱 나고서부터. 이렇게 안 좋지는 않았거든요. IMF 때도. 원래 양대 당에다 투표를 했었는데 이번만큼은 다른데다 찍었어요. ⊙ 구로을 유권자  : 현 민심이 좀 여당한테 안 좋지 않아요? - 어떤 점에서 특히 그런가요? 제일 나쁜 건 의약분업부터 되먹지 않았다고요. 그러니까 XX해 가지고 자꾸 의료수가만 올려놓고. 한나라당 후보가 예뻐서라기보다는 집권당에 실망했기 때문에 라는 것입니다. ⊙ 구로을 유권자  : 집권당에서 민주주의를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지금 민주주의가 제대로... 왜곡하고 있잖아. -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 주시지요? 구체적으로 뭐, 신문 봐요. 마구 마음대로 진실... 우리야 알권리가 있잖아, 국민이. 알 권리가 있는데 알리려고 보도하면 그대로 탄압하고... 한술 더 떠 독설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 구로을 유권자  : 김대중씨 TV만 나면 TV을 안보고 딴 데로 채널을 다 돌립니다.   - 선생님도 지난번에는 민주당을 지지하셨습니까? 예, 작년에는 한광옥씨 찍었는데요. 뽑아놓으면 가버리는 낙하산 공천에 실망했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대는 주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 김한길씨 같은 경우는 얼굴도 많이 알려져 있고 여당에서 중진인데, 그 분에 대해서도 호감 같은 거 있었을 것 같은데?   ⊙ 구로을 유권자  : 호감은 있지요. - 보통 호감 가지고 많이 투표하시잖아? 근데 호감 갖고는 안되잖아요. 그리고 워낙 현재 되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깎였을 뿐더러 사람 의식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 구로을 유권자  : 우리가 그래도 성심껏 찍었는데 가서 일을 물론 잘 하려고 싸우는 거지요. 그렇지만 보는 사람은 안 그렇습디다. 그러니 우리는 새 사람도 찍고 보자.  이랬습니다. 딴 거 없어요. - 김한길씨 같은 경우는 장관도 지내시고, 경력도 있는 분인데. ~ 네, 경력은 있답디다. 그분 머리도 희고, 아니. 그러면 경력만 따지면 새로 올라설 사람 없겠네요.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는 한 주민은 선거결과를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 구로을 유권자  : 다른 데는 몰라도 이 지역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냐. 기대에 너무 어긋나서, 먼저 밀어드렸던 한광옥씨 같은 분도 그렇게 가셔버리고 여기서 기대하는 바가 많아요. 원하는 바가. 밀어드린 분이 관심을 안 두시지 않나, 거기에 대한 실망감 같은 게 많이 불은 것 같고, 기권을 많이 했지 않냐,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예를 들어서 요즘에 실정이다, 의혹이다, 얘기들이 많은데 (민주당 지지를) 그래도 유지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 구로을 유권자  :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과거에도 그런 부정이라던가 많이 있었겠지만 지금이야 모든 언론이 다 개방이 되어 버리니까 옛날 같으면 그렇게 못 했으리라 난 이렇게도 생각해보죠. 김한길씨는 유구무언이라는 말로 힘겹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 김한길 / 민주당 후보  : 가장 큰 패인은 역시 제가, 김한길이가 부족한 데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요. 잘난 것도 없는 제가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면서 자기 성찰을 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었나, 그런 생각 해봤고요. 이번 재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그야말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더 큰 성공을 위한, 승리를 위한 작은 패배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26 재보선 참패는 민주당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민주당 소장 개혁파 의원들과 김근태, 정동영 최고위원 등은 저마다 모임을 갖고 즉각적인 당정쇄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 신기남 의원 / 민주당, '바른 정치 모임' (지난 달 30일)  : 민심의 화살이 우리의 심장에 꽂힌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것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합니다. 급기야 인적쇄신 대상이라는 이른바 동교동 실세의 이름이 거명되기에 이릅니다. ⊙ 김성호 의원 / 민주당, '새벽 21' (지난달 31일)  : 우리 당을 뛰어넘어서 여권 전체에 국정수행에 부담을 주는 권노갑 고문과... 우리가 일체 공직이나 아니면 정치 일선에서 떠나는 게 좋겠다. 그런 식의 의견이 모아졌던 겁니다. 동교동계는 당연히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선거운동에 제대로 나서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엉뚱하게 권노갑씨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 박양수 의원 / 민주당, 동교동계 :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그러면은 말을 해요. 뭘 잘못했나, 말을 해달라는 거예요. 말을 하던가 증거를 대던가. - 선거결과에 민심이반이 있었다면 상당부분 권노갑씨가 동교동계에 기인한다고 보는 건데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반면 김근태, 정동영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모임은 인적 쇄신 없이는 당의 미래가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 추미애 의원 발언 브리핑 (11.1) / 정진영 민주당 부대변인 : 책사로서, 대통령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국민적 의혹이 있다면 물러나 주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파간, 또 대선 후보간의 다툼은 점차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장개혁파 의원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당정쇄신 운동에 나서고 있고,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대한 압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기미입니다. 하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 때문에 선거패배의 책임을 특정인에게 떠넘기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민주당 정풍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움직임을 내놓지 못한 청와대가 이번에도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난 87년, 구로구청 사건 당시 끝까지 자신들의 투표함을 지켜내기 위해 싸웠던 사람중 하나인 황현숙씨, 13년째 한 자리에서 노동과 여성운동을 해온 황씨는 민주당의 쇄신문제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던집니다. ⊙ 황현숙 /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장  : 이번 정권이 구로에 많이 살고 있는 서민층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펼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그것이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중도에 흐지부지 한다든지 이렇게 돼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고 본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 정부가 출범할 장치에 다짐과 약속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멀어진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쇄신책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