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109회, 2003년 8월 29일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 보수단체의 실체와 부풀리기 보도 앞에서 보신 것처럼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장에서는 일부 보수단체들과 북측 기자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는데요. 언론들은 이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남북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리라고 기대했던 세계 대학생들의 축전은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는데요. 오늘 <이상호 기자의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이번 사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인권단체 등으로 부각시킨 일부 단체들의 실체를 추적하고 그에 따른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점검했습니다. 이상호 기자! 지난 24일 대구 유니버시아드 장에서 벌어진 충돌사태 '이미 예견이 됐었다'고 하는데 그 사건의 개요를 요약해 주시죠. ⊙ 이상호 기자  :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예견이 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8.15 인공기 소각 사건'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까? 일부 보수단체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리면서 대구로 내려가겠다, 대구에서 모종의 행동을 할 것이다라고 예고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국내외 언론의 눈과 귀가 집중된 대회 미디어 센터 장 앞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입니다. 당시 사건 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지난 24일 오후 2시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미디어 센터 앞 광장에 김정일 타도 구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핵저지 시민연대를 비롯한 일부 단체 회원들이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 동포가 산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모여든 것인데요, 플래카드 내용에 자극된 북한 기자들은 1차로 플래카드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다시 10분쯤 뒤에 광장으로 몰려나온 북한 기자들이 이번에는 플래카드를 빼앗으려고 시도하다가 격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 대표단의 철수로 이어지는 사태는 막았지만 대회 분위기는 급랭됐습니다.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우려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 금병태 변호사 / 통일유니버시아드 시민연대 상임대표  : 왜 하필이면 대구에 와서 했느냐, 그것도 유니버시아드 기간 중에 시간과 장소를 잘못 선택하신 게 아닌가, 서울에 있는 분들이 한 열분, 스무 분이라고 그러는데 와 가지고 이벤트 성으로 하고 또 가버리고, 이런 일에 대해서는 대구 사람들이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수단체 회원 10~20명이 빚어낸 이번 사건은 하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외신의 주요 기사로 타전됐습니다.   ⊙ CNN NEWS / 8.24  : - 북한기자단과 한국 인권단체가 일요일 충돌했다 . CNN은 이번 사건을 북한 기자들과 인권운동가 사이의 싸움으로 묘사했는가 하면 BBC역시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남한의 인권운동가들을 상대로 북측 기자들이 싸움을 벌였다" 이렇게 방송했습니다. ⊙ 도널드 맥킨타이어 / TIME지 서울지국장  : 내 생각에는 외신 기자들은 인권운동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권운동가들과 난민 운동가들이 북한 난민 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해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일부 언론도 외신 논조와 마찬가지로 이들 단체의 활동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북측의 과잉대응과 우리측의 사과 등을 한꺼번에 비난하거나 남북한 양측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 김종목 / 경향신문 기자  : 외국 신문을 보니까 양측간에 욕설이 함께 오갔는데도 북측 기자단만 욕설한 것으로 돼 있고, 이쪽에서도 빨갱이 새끼라든지 이런 말들을 했는데 펙트를 규정하는데 있어 가지고 자기들 유리한 펙트는 많이 집어넣고 아닌 거는 빼 버리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 신강균 기자  : 대구 사건에서 인권운동가들로 묘사된 일부 보수단체들, 다음 날 서울로 올라와서 기자회견을 가졌었죠? 그때 내외신 기자들이 상당히 많이 몰렸다고 들었습니다. ⊙ 이상호 기자  : 네, 미국과 일본의 외신 기자들이 많았는데요, 전체 기자회견에 참여한 10여 개 언론사 중에 절반 이상이 외신들이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단체는 북핵저지 시민연대라는 단체고요, 함께한 단체는 민주참여 네티즌연대 등인데요, 기자회견 내용은 역시 국내외 언론에 의해서 경쟁적으로 보도됐습니다. 먼저 기자회견장에 함께 다녀오시죠. ⊙ 박찬성 / 북핵 저지 시민연대 대표  : 어떤 한 사람이 저 놈을 잡아라, 저 놈을 잡아라, 빨간 현수막을 쥐어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몰려왔어요. 전 날 대구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단체 회원들은 북핵 저지 시민연대 박찬성 대표의 진행으로 전날 사건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 신혜식 /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  : 북한에서 온 기자단이 의도적이고 또 아주 계획적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저는 이걸 아까 말씀했지만 이건 폭행이 아니라 테러다, 만행이다,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전 날 폭행을 당했다는 주권 찾기 시민모임 회원의 피해 증언도 있었습니다. ⊙ 장형렬 / 주권찾기 시민모임 회원  : 현수막을 버티기 위해서 각목을 양쪽에 넣어놓거든요. 그걸로 저를 가격하고 거기까지는 제대로 기억하겠습니다. - 북한의 대남 정치 선동에 속지말고 북한의 핵 폐기 인권탄압에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합니다. ⊙ 신강균 기자  : 저 화면을 보니까 알려진 단체가 눈에 띄는데 주권 찾기 시민 모임, 이 단체는 지난 대통령 선거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만들어진 단체 아닙니까?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전자개표 결과를 못 믿겠다, 이렇게 해서 정치투쟁을 했던 단체입니다. ⊙ 신강균 기자  : 그리고 이 날 기자회견을 주도했다는 북핵 저지 시민연대는 요즘 언론에 의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데 누가 언제 조직했고 그리고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 이상호 기자  : 최근에 만들어져서 그런데요, 이 단체는 박찬성 대표에 의해서 지난해 말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박 대표는 이 단체를 통해서 올해 크고 작은 보수집회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는 바람에 언론의 포커스를 받았죠. 박찬성 대표를 비롯해서 북핵 저지 시민연대의 주요 활동단체는 세 개 단체 정도인데요, 그 단체들의 실태를 직접 추적해봤습니다. 지금 박찬성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북핵저지 시민연대는 북한 핵 폐기 촉구 천만 서명운동을 확산시켜서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추진하기 위해 조성된 단체입니다. - 우리는 북한의 핵 폐기와 인권탄압 중지, 마약, 미사일 수출을 중지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북한 동포의 인권회복과 굶주림으로부터의 해방, 독재로부터의 해방을 열망하고 강력히 촉구한다. 박찬성 대표가 참여단체라고 밝히고 있는 곳은 모두 35개, 확인 결과 114 전화 안내에 등재된 단체는 이 중 9개 정도였는데요, 이들 중 자유시민연대와 한국노동협회 등이 참여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6개 단체는 성명서에 자신들의 명단이 들어가 있는 사실을 알지를 못 했습니다. ⊙ A 시민단체 간부  : 그래요? 그게 북핵 뭐... 어제 대구... - 충돌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장이었거든요? 저는요, 거기 연락도 받아본 적도 없구요. 거기 가끔 저도 그 사람들하고 만나기는 하는데요 거기에 대해서는 저는 관여가 없습니다. 일부 단체는 북핵저지 시민연대의 최근 활동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다며 명단에서 즉각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 B 시민단체 간부  : 안 속해 있다니까요. 저희는 시민단체 의견에 논의한 바가 거의 없고, 일단 사실 관계를 확인해 봐야겠죠. 저희들이 직접 그 단체에 항의를 하던가 이름을 빼달라고 촉구하는 방침이 저희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박찬성 대표의 명함 주소를 찾아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과소비 추방 운동본부> 그런데 <북핵저지 시민연대> 간판 대신 아직 <과소비 추방운동본부> 간판이 걸려 있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 다른 거 하던 건 어떻게 해요? 과소비랑... ⊙ 박찬성 / 북핵 저지 시민연대 대표  : 과소비도 하면서 하는 거지, 그걸 해야 사무실 운영이 되는 거지, 과소비 아이템이 죽었기 때문에 할 게 없어요. 박찬성 대표와 함께 하는 두 번째 주요 단체인 <민주참여 네티즌 연대>를 찾았습니다. 그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과소비추방 운동본부가 있던 이곳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함께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처음부터 박찬성 대표가 많이 도와줬나요? ⊙ 이준호 /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대표  : 젊은 사람이 하려니까 재정문제도 안 되고 사무실도 금전적인 게 들어가지 않습니까. 들어와서 인터넷에 기사도 올리고 그런 식으로... 현재 인터넷 상으로 올라인에서만 활동하고 있다는 이준호 대표에게 단체의 규모를 물어봤습니다.   - 적극적인 회원은 얼마나? 모임에 나오는... ⊙ 이준호 /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대표  : 서울에서는 한 50명, 지방에도 계시고... 이 단체의 한 열성회원에게 참여 계기를 물었습니다. ⊙ 민주참여네티즌연대 회원  : 제일 처음에 계기는 '아르바이트' 식으로 한 거구요. 무슨 일인가... - 아르바이트 식이라면? 제일 처음에 인원이 전단지라든가 몇 달 전의 일이었어요. 저희는 집행부나 이런 게 아니고 서포터즈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준호 대표는 최근 있었던 인공기 소각 시위 때마다 전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 정부종합청사 앞 인공기 소각 / 8.21  : 서서... 저쪽을 보고... - 김정일에 굴복한 노무현은 굴복하라. 야 이... 가만 있어... - 김정일에 굴복한 노무현은 굴복하라. 박찬성 대표는 기자에게 이들에 대한 관계를 넌지시 털어놓습니다. ⊙ 박찬성 / 북핵저지 시민연대 대표  : 저쪽은 기술자가 많잖아. 전문들이야, 그런데 이쪽은 (전문가가 적다) 옆에 있는 애들이 다 키운 애들 아니야. 박찬성 대표와 함께 하는 세 번째 단체는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는 신혜식 대표입니다. - 박찬성 대표하고 같이 이번에 시민연대가 꾸려지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됩니까?   ⊙ 신혜식 /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  : 그 전에도 많은 퍼포먼스 했지 않습니까? 보시고 좋으니까, 같이 앉아서 얘기하다 보니까, 한번쯤 우리가 더 좋은 일을 한번 해봐야 되는 것 아니냐,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 보니까... 1년 전 사이트를 개설한 신 대표는 몇 몇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그동안 사실상 혼자서 사이트를 주도해왔습니다. - 조갑제 월간조선의 편집장님께서 배너, 위에 달아 놓은 것을 아주 작은 금액을 매달, 어떻게 보면 칼럼도 주시는데 배너까지 달아주신 거죠.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는 단순히 광고를 내준 것이지 그 이상의 특별한 관계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결국 대구사건을 비롯한 최근 언론보도의 핵심에는 박찬성 대표가 있는데요. 그는 지난 96년 과소비 추방운동으로 시작해 그동안 양담배 반대, 일제 배격, 또 얼마 전에는 정치 과소비 배격 운동을 벌이는 등 그때그때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운동원들에게 금품을 지급하거나 시민단체를 이용한 부당 수익사업 등과 관련해 MBC 2580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매달 700만원이 넘는 시민단체 운영비 외에도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각종 기부금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신강균 기자  : 이제 보니 박찬성 대표를 비롯한 세 주체에 대해서는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을 대표한다 하고 이렇게 보기에는 좀 어려운 성격의 단체라는 얘기죠? ⊙ 이상호 기자  : 그렇죠. ⊙ 신강균 기자  : 그렇다면 기본적인 확인 작업이나 밸류에 대한 판단 없이 언론들이 무차별적으로 기사를 키워 온 것이 아닌가 라고 하는 이런 생각이 드는데, ⊙ 이상호 기자  : 사실 그게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입니다. 박찬성 대표 역시 이런 언론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운동 내용들을 거듭 바꿔온 것입니다. 언론은 또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이런 단체들의 언행을 부풀려 보도해주면서 화해보다는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언론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쉽습니다.